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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아직도 아파트인가

오연석 더벤처캐피탈(주) 대표이사, 전 경기대 교수

만약 지금 당신의 수중에 10억 원의 투자금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할 생각인가? 이른바 서울 요지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인가, 아니면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글로벌 기업의 지분인가? 곰곰이 생각한다면 이 질문은 단순히 투자처 선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그리고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바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부동산은 소유의 경제학이고, 주식은 참여의 경제다.”

부동산 투자는 입지를 선점하고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게임이며, 감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누워 땡감이 달콤한 홍시로 변해 떨어지기만 바라는 게임이다. 반면 주식은 참여의 적극적인 경제적 행위다. 미래를 주도할 메가 트렌드를 탐색하고,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을 찾고 분석하며 그들의 성과에 동참하려는 적극적인 게임이다. 우리는 불패의 신화라고 믿고 싶겠지만 과거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자산의 가치 상승은 순전히 인구통계학적 수요에 기댄 결과일 뿐이다. 

과거와 다른 아니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달라져야 할, 유망 자산의 향방은 강력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 드라이브를 만나 짧은 동요 끝에 자침의 방위는 명백히 부동산이 아닌 다른 곳을 가리킨 채 멈췄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부동산 공화국’이었다. 낮은 보유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갭 투자 같은 높은 레버리지 활용은 아파트를 가장 효율적인 부의 축적 수단으로 유지해왔다. 집값 상승은 근로 소득의 상승률을 압도했고, 자산 격차는 콘크리트 위에서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논의, 초고가 주택 부담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은 부동산을 ‘들고 있으면 가치가 상승하는 수익형 자산’에서 ‘보유할수록 비용이 발생하는 손실형 자산’이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경고음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과거의 공식이 미래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예상되는 폐해는 더 심각하다. 현금유입은 없는데 보유세라는 현금지출은 지속된다. 자칫 가계의 국민연금을 매년 보유세로 탕진할 수도 있다. 

반면 자본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보유세 제로, 제한적 자본이득 과세, 상법 개정을 통한 소액주주 권리 강화는 기업의 이익을 보다 투명하게, 보다 많이 주주에게 환원하도록 압박한다. 자사주 소각 확대, 소액주주 권리 강화, 이사회 책임 제고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래된 오명의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다. 신뢰가 쌓이면 자본은 움직인다.

이미 일본 금융시장이 이를 증명했다. 2012년 초 8,400~8,500선에 머물던 니케이225 지수는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주주환원 정책을 거치며 2026년 2월 27일 58,850포인트로 마감했다. 14년 만에 약 7배 상승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ROE 중심 기업 경영이 기업의 체질을 바꾸자 시장은 냉정하게 재평가로 화답했다. 정책은 방향을 제시했고, 자본은 그 방향으로 이동했다.

세제와 상법은 국가의 경제 철학이다. 한국 역시 토지 보유에 따른 자본이득보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에 참여하는 자본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물론 안락한 주거는 모든 이의 삶의 기반이므로 실거주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투자의 대상이라면 질문과 답은 달라져야 한다. 정책과 제도의 흐름이 어디를 향하는지 읽어야 한다.

자본은 감정이 아니라 세후 수익률과 성장 가능성을 따라 움직인다. 보유 부담이 높아지는 자산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자산 사이에서 선택의 기준은 점점 명확해진다.

다시 묻는다. 아직도 아파트인가.

아니면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의 성장에 동참할 것인가.

부의 지도는 이미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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