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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장수 트레일레이스와 ‘산촌 산업혁명’

 

이수영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특화사업본부장

장수군의 험준한 산맥과 굽이치는 능선은 오랫동안 ‘단절’의 상징이였다. 하지만, 지금 장수의 능선은 수천 년의 시간이 축적된 가야 문화의 숨결과 태고의 원시림을 잇는 가장 뜨거운 ‘기회의 길’로 변모하고 있다. 18세기 증기기관이 기계의 힘으로 자본주의의 꽃을 피웠다면, 21세기 장수는 인간의 정직한 발걸음을 동력 삼아 새로운 형태의 ‘산촌 산업혁명’을 준비 중이다.

이 혁명의 중심에는 오직 달리기에 미친 젊은 청년의 도전이 있었다.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장수의 거친 지형을 지역 소멸의 원인이 아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천연 자산’으로 통찰했다. 그가 일궈낸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2022년 9월 첫 대회 이후 4년 만에 대한민국 아웃도어의 판도를 바꿨다. 매년 신청 개시 수 분 만에 3,000명의 유료 참가자가 매진되고, 연간 1만명 이상의 유동 인구가 장수를 찾는다. 세계 최고 권위인 UTMB 인덱스 대회로 공인받으며, 이제 장수의 길은 전 세계 트레일러들이 열광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길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는 모타니 고스케가 이야기한 ‘산촌 자본론’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외부의 거대 자본에 의존하는 대신, 지역의 숲과 물, 그리고 ‘시간’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활용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모델이다. 특히, 최근의 건강지능(HQ)의 시대는 장수에 거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AI가 지능과 감성을 대체하는 시대에, 현대인들은 역설적으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날것의 감각’에 열광한다. 자신의 근육이 비명 지르는 소리에 집중하고, 흙 내음을 맡으며 건강 지능을 높이려는 욕구는 장수의 험준한 산악 지형을 가장 비싼 체험 상품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이제 장수군은 이 레이스의 성공을 실질적인 ‘산촌 산업혁명’으로 연결해야 한다. 스페인 ‘제가마’가 트레일 레이스를 마을 모두의 연례 행사로 준비하며, 1등만이 아닌, 마지막 선수가 들어올 때 샴페인을 터트리고, 축제가 시작되듯이, 장수군 모두의 축제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는 프랑스의 ‘샤모니’가 UTMB를 통해 노스페이스, 살로몬 등 글로벌 브랜드의 R&D 거점이 되었듯, 장수 역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내외 유수의 업체들이 장수를 주목하는 지금이 적기이다.

대기업과 아웃도어 실증랩을 통해, 장수의 지형을 테스트베드 삼아 웨어러블 기기와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와 스타트업 단지를 유치하고, 장수형 K-바이오 푸드를 통해 장수 레드 푸드를 스포츠 영양학적 관점의 고기능성 에너지 젤 및 헬스 케어 음료로 고도화 해야 한다. 또한 로컬 웰니스 스테이 특구를 조성하여,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1년 내내 트레일러들이 머물며 훈련하고, 재활할 수 있는 전문 캠프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관계 인구를 정주 인구 수준의 경제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장수가 주도하는 산촌 산업혁명은 기계 문명에 지친 인류에게 건강한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지역 소멸의 위기를 돌파하는 로컬 비즈니스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장수의 산등성이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고 건강하게 고동치는 심장이다.  /이수영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특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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