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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의 대축제다.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선거는 경쟁이지만 동시에 축제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북의 도지사 선거판을 바라보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정책과 비전 경쟁은 실종되고, 혐오와 막말, 조롱과 편 가르기만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상대 후보를 향한 원색적 비난과 욕설은 기본이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상대를 조롱하는 글들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과 정책을 알리기보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는 데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심지어 한 극성 지지자는 단체 대화톡방에 “서로 힘 모아 미친X 김관영 XX버리자. 이원택 홧팅”이라는 입에 담기 힘든 표현까지 올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를 말리는 분위기보다 일부 참여자들이 ‘엄지척’으로 동조했다는 점이다. 정치적 반대는 있을 수 있지만, 상대 후보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혐오 표현과 집단 조롱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현실은 분명 심각하다. 선거가 과열되면서 이른바 수십 편의 장문 글을 연달아 올리며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 겉으로는 “존중한다”고 적어놓고 결국 끝은 상대 비난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논리도 맞지 않는 음모론과 과장된 주장까지 뒤섞이면서 사실상 흑색선전에 가까운 모습도 적지 않다. 선거 구도 역시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무소속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향해 날 선 공격을 이어가는 모습은 솔직히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까지 나서 이미 제명된 무소속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장면은 마치 거대 정당이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더 우려되는 것은 김관영 후보를 지지하는 도민들까지 ‘해당행위 조사’ 운운하며 압박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힘을 가진 정당이라면 무소속 후보와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하게 경쟁해 승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당 전체가 특정 후보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은 오히려 조급함과 불안감으로 비쳐진다. 그만큼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가 초접전이라는 뜻일 것이다.
‘참다래 아저씨' 정운천 전 국회의원이 전북에 남긴 정치적 여운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고려대에서 농경제학을 공부한 청년 정운천은 전남 해남으로 내려가 농사꾼이 됐다. 지금 처럼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도 없었던 시절에 명문대를 나온 낯선 청년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나타났으니 동네 주민들에게는 매우 놀랄 일이었을 것이다. ‘가장 낙후된 곳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신념으로 농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30여 년간 전업 농부의 외길을 걸었다. 수입 키위에 맞서 국산 재래종 ‘참다래’를 보급하고, 1991년 한국 최초의 농민 주주 회사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해 농업의 기업화를 이끌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된 그는 우리나라 신지식 농업인의 상징이 됐다. 농업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광우병 촛불 집회가 일어나면서 취임 5개월 만에 사퇴했다. 고향 전북에 돌아와 지역주의 타파를 부르짖으며 ‘쌍발통’을 외쳤다. 지성이면 감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외발 자전거는 쓰러지지만, 여야라는 두 개의 바퀴(쌍발통)가 있어야 전북이 전진한다”는 그의 외침에 지역 유권자들이 화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시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며 전북에서 20년 만에 탄생한 보수 정당 국회의원이란 기록을 세웠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20대 국회 4년 연속 예결위원 기록을 세웠고, 21대 국회에서도 예결위 활동을 이어가며 7년 연속 예결위원을 맡아 전북 예산 확보에 기여했다. 그러나 ‘쌍발통의 꿈’은 윤석열의 내란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쌍발통에 이어 전북에 ‘양날개’란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다. 진보당의 6.3 지방선거 캐치프레이즈다.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상징한다.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호흡하는 정치, 중앙에서는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는 선명 야당이 되겠다는 전략적 구호다. 정운천의 ‘쌍발통’이 여당과 야당의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면,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의 삶과 진보적 가치를 강조한다. 정운천의 ‘쌍발통’이 중앙 정부의 예산을 전북으로 가져오는 ‘상향식 통로’를 강조했다면,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치로 밀어 올리는 ‘하향식 뿌리 정치’에 가깝다. ‘쌍발통’과 ‘양날개’의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독점은 정체를 낳고, 경쟁은 혁신을 낳는다’는 시장의 진리다. 특정 정당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공천은 곧 당선’이란 인식으로 검증은 느슨해지고, 정책 경쟁은 실종된다.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듯, 경쟁 없는 정치판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머슴이 주인이 된다. 유권자가 주인이라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새 바람결이 싸늘하다. 근래 가장 무더웠던 여름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 겨울이 문턱까지 도래했다. 뒤엉킨 화단을 보며 내 마음도 그처럼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미루어둔 정리를 시작했다. 화단의 꽃과 나무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멋대로 번지고 뒤엉켰다. 이번엔 모두 걷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기로 했다. 우리 집 화단은 비록 소나무들이 좋아하는 넓은 공간과 햇빛, 바람길을 갖추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듯 공간을 넓히고 흙을 채웠다. 땅이 조금 넓어졌을 뿐인데 마음도 함께 넓어진 것 같았다. 며칠 후 소나무가 도착했다. 세월이 비틀어 놓은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적송이었다. 천연기념물 제290호 자목(子木)이다. 가지는 곧지 않았지만, 용트림하듯 굽은 선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그 굽음은 모진 역경을 버틴 세월의 증거처럼 보였고, 내 삶과도 많이 닮았다. 우리 삶도 이렇게 비틀리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날 이후 화단 기운이 달라졌다. 좁았던 공간이 넓은 정원처럼 느껴지고, 흙냄새가 은근히 코끝을 유혹했다. 햇살은 소나무를 중심으로 반짝였고, 그늘이 단정하게 드리워졌다. 바람이 굽은 가지 사이를 스쳐 지나며 솔 향을 흩뿌렸다. 화려한 꽃 대신 푸른 침엽이 자리를 지키자, 공간 전체가 차분하고 묵직해졌다. 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집안의 표정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릴 적엔 소나무가 흔한 나무라 여겼다. 사계절 내내 푸르고,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고, 특별할 것도 없이 그저 흔해빠진 존재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월을 지나며 사철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해볕, 그리고 차가운 눈보라를 온전히 견디며 빛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자체가 말 없는 삶의 언어라는 것을 알았다. 소나무는 햇빛을 향해 자신을 비틀고, 바람을 피하듯 가지를 눕힌다. 그 굽음은 억지가 아니라 순응이다. 굽어서 하늘을 품고, 비틀려 땅에 닿는 모습은 세상살이의 태도와 닮았다. 누구나 곧게 살고 싶어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우리를 어느 방향으로든 휘게 만든다. 그 굽음 속에서 우리는 견디며 법을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었다. 소나무의 껍질은 거칠고 따뜻하다. 세월의 켜가 쌓여 갈라진 틈마다 송진이 맺혀 호박빛으로 반짝인다. 상처가 많다는 것은 오래 견뎠다는 증거다. 굽은 가지와 갈라진 껍질이야말로 나무가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는 언어다. 비 오는 날이면 잎사귀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묘한 위안을 준다. 삶은 완벽한 직선이 아니다. 굽은 선이기에 품을 수 있는 하늘이 있다. 굽은 가지가 들려주는 미학은 언제나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오늘도 소나무 가지 아래서 삶의 길을 다시 배운다. Δ윤철 수필가는 김제에서 태어나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전북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종합문예지 <표현> 편집위원, 전북협 이사, 에세이스트작가회 이사, 행촌수필문학 이사직을 맡았으며 저서로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있다.
도내 소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화재진화차 도입 확대가 시급하다. 최근 군산 어청도 화재 당시 화재진화차가 초기 진압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실효성을 입증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장비조차 없는 취약 지역의 위태로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화재 대응에서 시간은 생명과 직결된다. 하지만 진안·무주·장수 등 산간 오지와 수많은 섬, 긴 해안선을 가진 고창·부안 등 전북의 지리적 특성은 소방차의 신속한 접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좁은 농로와 굽이진 산길 탓에 가장 가까운 소방관서에서 출동하더라도 20~30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초기 5~10분 대응에 따라 피해 규모가 결정되는 화재 특성상, 이러한 시간 공백은 사실상 ‘방치’나 다름없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화재진화차의 역할은 지대하다. 1톤 소형 차량을 활용해 기동성을 높인 이 장비는 정규 소방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불길의 확산을 막는 ‘안전 보루’ 역할을 한다. 어청도와 개야도 등 이미 배치가 완료된 12곳의 사례는 화재진화차가 주민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추가 배치를 검토 중인 고창 심원면 외에도 소방 장비가 절실한 취약 지역은 도내에 수두룩하다. 심원면 의용소방대원들이 소방차 도착 지연을 우려해 사비를 모아 직접 트럭을 개조해 화재에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은 공공 안전 서비스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여기에 이미 배치된 장비 중 상당수가 노후화되어 있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전북의 소방망은 위태로운 수준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방관서 신설과 인력 확충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화마(火魔)로부터 주민을 보호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화재진화차의 확대 배치다. 예산과 효율성을 이유로 도입을 늦추는 사이 주민의 안전권은 침해받게 된다. 거주 지역에 따라 생명을 지킬 기회조차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전북소방본부와 각 지자체는 도내 전역의 소방 도달 시간을 정밀 조사하여 화재진화차가 필요한 취약지를 추가로 발굴하고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뒤늦은 후회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촘촘한 소방망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이 광주를 가득 채웠던 그날로부터 어느덧 46년이 흘렀다.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며, ‘오월 정신’이 오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준엄한 화두를 다시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 정신의 뿌리임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가 올해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전북에서도 기념식과 이세종 열사 추모식, 이세종 장학금 전달식, 전북도민 순례단, 사진 전시회, 학술제 등의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 현장뿐만 아니라 전주와 김제 등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시민들이 마음을 보탤 때, 오월 정신은 특정 지역과 세대의 전유물을 넘어 보편적 가치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전문에 수록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기대가 컸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단순한 문구 추가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완결짓는 중대한 행보다. 하지만 6‧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추진됐던 개헌 시도는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39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가 여야 정쟁의 벽을 넘지 못한 점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에게 더 큰 아쉬움과 과제를 남긴다. 사실 오월 정신은 헌법 전문에 실리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미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비록 이번 개헌 시도는 무산됐지만, 헌법 전문 수록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정치권의 과제이자 시대의 명령이다. 그래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바로 세우기 위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결집하는 일도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완성하는 일은 그 가치를 믿고 행동하는 시민의 몫이다. 정치적 합의가 멈춰버린 자리에서 그 가치를 이어가는 것은 결국 시민의 기억과 실천이다. 지금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응답은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의 일상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전시 작전 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두고 한미가 서로 다른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환수를,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를 주장한다.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검토한 필자로서 감회가 새롭다. 2006년 처음 제기된 전작권 전환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달리해 왔다. 그 조건은 첫째 한국군의 군사적 연합방위 지휘 능력 확보,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동맹의 포괄적인 대응능력 확보, 셋째 한반도 및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조성이다. 조건 충족 여부는 세 단계 평가를 거쳐 검증하게 되어있다. 기본운용(IOC), 완전운용(FOC), 완전임무수행(FMC) 능력 평가이며 2단계를 진행 중이다. 하나같이 계량화가 어려운 정성적 평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핵심은 우리가 한미 연합군을 지휘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엔사(연합사) 사령관은 지난 70여 년간 대한민국의 전작권을 행사해 왔다. 반면 북한은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하며 전쟁 수행 능력을 키워 왔다. 그런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전작권 환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주도해 온 연합방위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남이 하는 일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우리 국민의 의견 또한 둘로 나뉜다. 주권 국가의 자존심으로 보는 쪽은 하루빨리, 국가 안보를 우선하는 쪽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전작권은 하루라도 빨리 환수하는 게 좋다. 주인 정신을 가지고 국가 방위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2015년 연합 작전계획(5015)을 수정하며 이를 실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계획을 반영하려 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작전계획은 물론 훈련계획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것이다. 전작권을 환수하며 세가지 조건 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전작권 환수가 주한 미군에 미칠 영향이다. 지나치게 서두르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거론되는 시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한 미군은 주둔하는 그 자체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력 이상의 억제 효과가 있다. 다음은 ‘미군은 타국에 군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이다. 법적 효력은 없으나 정서적으로 극복이 쉽지 않은 과제다. 첫번째 조건인 연합 지휘 능력은 미국의 첨단 지휘통제체계에 어떻게 편입하느냐의 문제다. 미국은 육·해·공군을 하나로 묶은 다 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로 전 세계 작전을 지휘한다. 우리 역시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형 지휘통제체계(AKJCCS)를 개발해 2015년 전력화했다. 그러나 능력과 보안상의 이유로 미 체계와 연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제공하는 연합전력은 지휘 통제가 어렵다. 두번째 조건은 재래식 3축 체제와 확장 억제전략의 실효성 문제다. 우선 재래식 무기체계를 이용한 3축 체제(킬체인·한국형 대공방어·대량보복)는 근본적으로 핵무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확장 억제전략 역시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가지는 한 회의적이다. 거기에 미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왔다. 북한이 자행한 3천여 건의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핵무기를 개발했고 같은 맥락으로 연합 억제 방안 역시 실행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세번째 안정적인 역내 안보 환경 조성 역시 중국의 해양 팽창정책을 고려 시 부정적이다. 대만사태와 한반도 분쟁은 동시에 발생할 것이며 중국 견제로 역내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환 조건 충족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진화와 함께 끝없는 여정이다.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는 정책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자체 핵 능력이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 핵 개발을 포함한 독자적인 국방 태세 확립이 시급하다. 국제적 비난과 이런저런 고통은 함께 감내해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이 늘 부족한 이유를 “요즘은 이기적인 사회가 되었다”는 말로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질문의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도움은 왜 늘 개인의 희생에 기대는가. 우리 사회에서 돕는 일은 여전히 개인의 선의로 설명된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시간을 쪼개어 헌신하는 사람, 보수를 바라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사회의 찬사. 공공의 책임이 개인의 미덕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공공의 책임이 미담의 영역에 머무는 구조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선의는 무한하지 않고, 헌신은 자동으로 재생산되기 어렵다. 특정 개인에게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결국 헌신적인 사람들을 가장 먼저 소진시킨다.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라는 미담에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사명감은 노동 조건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이에 기대는 구조는 그들의 값어치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어렵게 만들고 침묵을 강요한다. 필수적인 것은 저렴해도 된다는 전제가 있다. 언제나 거기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히 공급될 것이니까 말이다. 팔수록 손해가 나도 괜찮다고 말이다. 수요가 필수적이니 값을 올릴 이유가 없을까. 하지만 공급이 무너지면 그 계산은 첫 단추부터 틀린 것이다. 약이 하나씩 사라지고, 사람이 하나씩 떠나 현장이 비워진 뒤에야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알파제약의 알파아세트아미노펜정 500mg의 상한 약가는 11원이다.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가격이 그대로다. 원료비와 인건비, 품질관리 비용 상승이 반영되지 않아,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이다. 채산성 문제로 결국 제약사들이 하나씩 생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공급 중단 의약품 신고 건수는 332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그중 채산성 부족이 원인인 사례가 106건(38.6%)이다. “대체 가능한 약제가 있어 환자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이러한 판단이 누적될 때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2mg당 약가가 782원에 불과한 아티반 주사제의 국내 유일 생산처인 일동제약이 2025년 말 식약처에 생산 중단을 보고했다. 이 약은 소아 경련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간 대사 부담이 적어 생명줄과 같은 약이다. 정부는 미다졸람이나 디아제팜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전문가들은 “작용 시간과 부작용(호흡 억제 등)이 달라 단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식약처가 대체 위탁생산을 논의중이나, 낮은 수익성 때문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어 난항중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명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그 값어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보상 구조에 처해 있다. 여기에 법적 구조상 최선을 다해도 쉽사리 수십 억원의 민사배상 판결을 받고 형사처벌의 피의자가 되기도 한다. 저렴한 약가와 수가. 그에 따른 희생은 당연한 것일까. 사명감으로 시작해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떠나게 된다. 선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사명감은 구조를 대신할 수 없다. 필수적일수록 그에 걸맞은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야 약이 남고, 사람이 남는다. 11원짜리 약과 소진된 의료진은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우리는 기꺼이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6·3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일정이 1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21일부터 선거일 전일인 6월 2일까지 공식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정당 경선과 단일화, 여론전으로 이미 과열 양상을 보여온 선거판이 후보자 등록을 계기로 본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할 후보들이 이제는 상호 비방을 멈추고, 정책과 비전 경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전북지역에서는 선거판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각종 논란 속에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되면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도지사와 교육감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관심을 모은 전북도지사 선거에 각각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로 출사표를 낸 이원택·김관영 후보는 과거 행적과 정치적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싸고 날선 공세와 반박을 거듭하며 맞서고 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교육철학과 정책이 아닌 표절과 대필 등 후보 자질 문제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이어 최근에는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감투 거래’ 의혹을 놓고 이남호·천호성 후보 측이 상호 고발전까지 벌이며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선거에서 후보자 검증은 매우 중요한 절차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정책 역량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서기 전에 반드시 점검하고 판단해야 할 요소다. 그런데 선거가 네거티브 공방에 매몰될수록 유권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미래 비전과 현안 해결 방안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공방만 유권자들에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지금 유권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과 후보의 역량이다. 이에 맞춰 후보들도 침체된 지역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북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제 본선 국면이다. 지금부터라도 상대를 흠집내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멈추고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상대를 비방하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적임자인지를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비전으로 보여줘야 한다.
전주시내 주요거점에 위치한 대형잡화점 인근 도로가 상시적인 불법주정차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물건을 사기 위해 잠시 세워둔 차량들이 차선을 점유하면서 교통정체는 물론 보행안전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잠깐이면 되겠지’라는 개인의 이기심과 업체의 미온적인 대처, 그리고 단속의 한계가 맞물리며 도로는 이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최근 본보가 확인한 완산구와 덕진구 일대 대형잡화점 앞의 풍경은 가히 ‘교통지옥’이라 할 만하다. 편도 4차선 도로 중 1개 차선은 이미 불법주차 차량들이 전용 주차장처럼 점령해버렸고, 매장에 진입하려는 차들과 뒤엉키며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버스정류장 근처까지 뻗친 불법 주정차 행렬로 인해 시내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위험하게 진입하는 모습은 시민의 안전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완산구와 덕진구의 대형잡화점 인근에서 적발된 건수만 해도 최근 1년 사이 수천 건에 달한다. 과태료 4만 원이라는 처벌보다 당장의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비뚤어진 시민의식이 도로 위 안전불감증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업체 측의 소극적 대응 역시 문제다. 십여 대 남짓한 자체 주차공간을 마련해두고 안내를 지속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폭증하는 방문객 수에 비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업체는 주차관리요원을 고정 배치하거나 인근 유료주차장과의 협약을 맺는 등 적극적인 교통유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수익은 챙기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혼잡은 시민과 지자체에 전가하는 행태는 무책임하다. 전주시의 행정력도 더욱 매서워져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고정형 CCTV 단속과 계도 위주의 활동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민원이 잦은 구간에는 단속카메라를 추가 설치하고, 상습 위반차량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견인 조치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병행해야 한다. 도로는 공공의 자산이다. 특정매장을 이용하는 개인이나 업체가 사유지처럼 점유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타인의 통행권과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될 일이다. 전주시의 강력한 단속의지와 업체의 전향적인 교통대책, 그리고 무엇보다 나 하나쯤은 괜찮다는 이기주의를 버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결합될 때 안전한 도로환경이 회복될 것이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막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당장은 과연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데 사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은 잠잠한 듯해도 지방선거 이후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바로 전주완주 통합이나 전주김제 통합, 새만금특별시 출범 문제다. 당선자 입장에서 볼 때는 통합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게 편안할지 몰라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전북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불과 2년뒤 총선거가 예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전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마지노선은 어쩌면 올 연말까지로 봐야한다. 가장 오래된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은 이번 지선을 기점으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없는게 아니다. 얼마전부터 전주와 김제의 통합 논의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정치적인 해석을 낳으면서 일단 잠복 상태다. 하지만 전주·완주·김제를 아우르는 ‘광역 경제권’ 형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어 선거 이후 구체적인 상생 방안이 제시될 경우 의외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새만금특별시(군산·김제·부안 통합)는 일단 행정 통합보다는 경제적·기능적 통합을 우선시하는 것인데 선거 직후부터 본격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성사 여부는 과연 전북이 통일된 상생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여부다. 결론은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지자체장들이 어떤 통합모델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2026년 하반기 전북의 행정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전주 금융중심지 지정과 시·군 통합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산업의 자생력’과 ‘도시규모의 경제’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려면 고급 금융인력들이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주여건이 필수적이다. 전주·완주 또는 전주·완주·김제 통합을 통해 도시규모가 확장되면, 주거·교육·문화 인프라를 광역 단위로 재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군이 나뉘어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통합된 지자체가 금융도시 조성을 위한 규제 완화나 특구 지정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차기 지방정부 입장에서 볼때 시·군 통합은 ‘외연 확장’이며, 금융중심지 지정은 ‘내실 있는 성장’을 의미한다. 약 2개월 전 블랙록(BlackRock)의 전주 사무소 개설이 이뤄졌다. 전주가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상징성’과 ‘실질적인 동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가 전주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전주의 금융환경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준다. 과연 전북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6ㆍ3 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25년 6월 3일,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탄생시킨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있은 지 1년 만에 다시 국민의 선택을 맞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윤석열이 12ㆍ3 내란으로 국민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려 할 때 국민께서 빛의 혁명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내 주셨습니다. 국민께서 친위쿠데타로부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냈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 바뀌자 대한민국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요? 1년 전에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는 12ㆍ3 내란으로 무너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를 빠르게 정상화시키는 중입니다. 야당이 불가능하다고 비아냥대던 주식시장은 ‘코스피 7,000’을 훌쩍 넘겼습니다. 3대 특검과 종합 특검으로 윤석열과 김건희가 저지른 불법계엄 내란과 국정농단 실체를 파헤쳤고, 법원에는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여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란청산 재판을 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내란이 제대로 청산되고, 다시는 제2의 윤석열같이 내란을 꿈꾸는 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국민의힘 장동혁은 “계엄이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어떤 혼란을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계엄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 탄핵이 아니다”라며,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또 12ㆍ3 내란도 모자라, 이제는 윤석열을 비호하거나 불법계엄을 옹호한 자들을 6.3 지방선거 후보로 내세웁니다. 내란공천이나 다름없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국민의힘 대구시장 추경호는 윤석열 정권 부총리, 국민의힘 원내대표였죠. 추경호는 12ㆍ3 내란에서 국회의 계엄해제를 방해해 ‘내란중요임무종사’로 내란재판을 받는 피고인입니다.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윤석열 탄핵 소추가 ‘내란공작’이라고 했고, 어떤 후보는 “윤석열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한 것이다”라고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 후보라기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윤어게인 세력이나 할 법한 언행을 일삼은 자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국민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는 내란세력의 부활을 꿈꾸는 자들을 철저히 심판하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내란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회복이고 대한민국 정상화입니다. 전북은 어떨까요? 대한민국 아픈 손가락 ‘전북회복’이 ‘또다른 대한민국 회복’입니다. 윤석열 정권에서 전북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익히 아실 겁니다. 전북이 회복하려면, 내란을 제대로 심판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바로 서야 합니다. 전북도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서자, 시들어만 가던 전북에 회복의 기회와 기운이 일고 있습니다. 현대차에서 새만금에 9조 원 투자를 발표했고,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가 실무지원기구를 구성하여 꼼꼼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새만금을 지원하는 당 공식기구로 ‘글로벌 서해안시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입법과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10일,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선대위’를 출범시켜 6ㆍ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작년 대선에서는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였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내란을 확실히 청산하여 대한민국을 회복하고, ‘또다른 대한민국 회복’ 전북회복을 위해 일 잘하는 유능한 지방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왜 가장 어려운 사람이 가장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는가” 최근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이 물음은 현대 자본주의 신용 체계의 모순을 찌르는 묵직한 화두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채무 불이행 위험(Risk)이 크기 때문에 높은 위험 할증(Risk Premium)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한 시장 논리이다. 그러나 금융이 단순한 이윤 창출 도구를 넘어 사회적 자원 배분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질문은 “금융은 본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규범적 성찰로 이어진다. 필자가 보기에 약자에게 가혹하고 강자에게 관대한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넘어, 포용적이고 ‘따뜻한 금융’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시혜적 도덕론이 아니다.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이다. 첫째, ‘빈곤의 덫’을 방지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저신용·저소득층에게 부과되는 고금리는 이들을 ‘빈곤의 덫’으로 몰아넣는다. 절박한 생계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계적인 시장 위험률을 고려한 금리를 적용하면, 결국 연체와 신용불량이 만연하고 나아가 파산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이들의 경제적 몰락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권이 단기적 이윤을 위해 회피한 리스크를 결국 국가와 공동체가 세금으로 떠안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에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사후적 복지 지출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사전적 사회 투자’로 볼 수 있다. 둘째, 금융산업은 태생적으로 공공성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완전한 의미의 민간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로부터 배타적인 영업 허가를 받아 과점적 이익을 누리며,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예금자보호제도라는 막대한 공적 안전망 위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에는 주주 이익 극대화에 매몰되지 않고,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부여된다. 셋째, 거시경제적 선순환과 내수 시장 진작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고소득층에게 집중된 저금리 대출은 실물경제의 성장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시장의 거품(Bubble)을 키우는 데 일조해 왔다. 반면 경제적 한계 지위에 놓인 서민들은 한계소비성향이 매우 높다. 이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면 절감된 비용은 곧바로 필수재 소비로 이어져 내수 시장에 즉각적인 진작 효과를 일으킨다. 부유층의 자산 증식에 묶여 있던 자본을 서민들의 실생활로 흐르게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에 대한 접근성은 생존권 및 행복추구권과 직결된다. 누구나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이때 적절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가 재기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기록만을 반영하는 신용등급이라는 기계적 잣대로 금융 접근성을 차단하거나 고금리를 강요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보장해야 할 ‘기회의 평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경제학이 제시하는 ‘가정’의 틀에 사고를 축소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가 되려면 금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따뜻한 금융’은 약자를 보호하는 든든한 사회적 방파제이자,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양극화라는 시대적 위협에 대처하는 하나의 합리적 대안일 수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미래비전자문위원장
전주 완산칠봉 자락에 ‘동학농민혁명 파랑새관’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관과 민이 화해한 전주화약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혁명 130주년을 맞은 2024년에 건립됐다. 전주화약은 단순한 종전을 넘어 민이 행정의 주체로 참여하는 집강소 설치의 발판이 된,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인 민중 자치와 민관 협치의 기록이다. 동학농민혁명의 핵심 무대인 전주에 뜻깊은 공간이 마련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정작 ‘파랑새관’이라는 이름을 마주하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농민군의 희생과 기억이 깃든 공간의 이름으로 ‘파랑새’를 내세운 것은 역사적 맥락과 어긋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 민요에서 ‘녹두’는 전봉준 장군과 농민군을, ‘청포장수’는 고통받는 민중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파랑새’는 누구일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민요의 ‘파랑새’를 일본군이나 외세 침략 세력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푸른색 계통의 군복을 입고 조선에 진주했던 일본군을 민중들이 파랑새에 빗대어 불렀다는 것이다. 즉, 이 노래는 일본군(파랑새)이 농민군(녹두밭)을 짓밟지 말기를 바라는 간절한 경계와 혁명이 실패할 때 민중(청포장수)이 겪게 될 절망을 담은 비극적인 참요(讖謠)다. 현대인들에게 파랑새는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동화 덕분에 ‘희망’과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물론 ‘파랑새관’이라는 이름에는 희망과 평화의 이미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에서 이 상징을 단순한 희망의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시 민중에게 파랑새는 동경이 아닌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공간에서 상징을 차용할 때는 대중적인 친숙함보다 그 시대가 품었던 본질적인 정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건립 과정에서 이 명칭이 지닌 역사적 함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배우러 온 아이들이 “파랑새가 일본군을 뜻한다는데, 왜 기념관 이름이 파랑새관이에요?”라고 묻는다면 전주시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혁명의 정체성보다 대중적이고 익숙한 이미지를 우선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그대로 둔다면, 후대에 전해야 할 혁명의 서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기념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향한 우리 사회의 기억 방식이자 선열에 대한 예우를 담은 공간이다. 공공기념물의 이름 하나에도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후대에 남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담긴다. 혁명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명칭 대신 혁명의 주체와 민중의 삶을 담아낸 이름으로 조속히 변경해야 한다.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혁명의 좌절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민중을 상징하는 ‘청포관’, 전주화약의 핵심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관민상화기념관’ 등이 하나의 예다. 이름은 공간의 역사 인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1894년,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농민군들을 기억한다면, 전주시는 이제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명칭 변경에 나서야 한다. 이름을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그날의 외침에 응답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유연한 공간 공동의 연구실 展 2026. 5. 5 ~ 5. 31 교동미술관 2관 미술가: 남지현 유시라 이상희 차창욱 재 료: 아카이빙·설치·영상 제작년도: 2026 작품설명: 한지의 물성을 미술로 접근해서 탐색하고 실험한 작품과 재료들을 제시한 기획전. 물성에 인간적 노동과 호흡이 더해져 생산하는 한지는, 어쩌면 사람을 닮았다. 쉽게 상처받지만, 상처를 딛고 회복하는 탄성이 탁월하다. 공생의 감각으로 함께 숨쉬기를 시도하는 청년미술가들의 예술적 상상력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전시 안내: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전통의 물성과 정신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확장한 실험적 기획전 문리 (미술학 박사. 미술평론가)
6·3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공천작업이 마무리되고 본선 경쟁을 앞두고 있다. 전북지역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가 난무했다.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보다 상대후보에 대한 흠집잡기와 고소·고발로 일관했다. 이제 본선은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는지보다는 누가 지역발전의 적임자인지를 가려냈으면 한다. 정책과 공약에 초점을 두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지방선거는 14-15일 이틀간 후보자 등록이 실시되고 공식 선거운동은 21일부터 6월 2일까지 13일간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거리 유세와 방송 토론 등을 통해 정책과 자질을 검증받게 된다. 사전투표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실시되고 본투표는 6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그동안 벌어진 전북지역 민주당 단체장 경선과 교육감 선거는 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진흙탕 싸움이었다. 선거 초반 뜬금없이 내란동조 의혹이 제기된 도지사 선거는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원택 의원과 김관영 지사가 모두 결과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으나 이를 제기한 이 의원 측부터 슬그머니 꽁지를 내렸다. 이어 김 지사가 술자리에서 택시비를 건넨 사건이 터지고 곧바로 이 의원의 식사비 대납의혹이 불거졌으나 민주당 중앙당은 이중 잣대를 들이대 논란을 키웠다. 김 지사는 제명되고 안호영 의원은 재감찰을 요청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결국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현직 도지사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네거티브 공방과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계속되고 도민들의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정치 중립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 역시 극명한 진영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6명의 후보가 나왔으나 단일화 등을 통해 이남호 후보와 천호성 후보로 압축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표절 논란과 정책국장이라는 주요 보직 거래설이 폭로되었다. 여기에 극과 극으로 맞섰던 김승환과 서거석 전임교육감까지 나서 과거 회귀형 선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도민들은 안중에 없고 선거캠프를 중심으로 한 네거티브와 진영간 대립만 남은 셈이다. 지방선거는 4년마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비전과 실천력을 갖춘 후보를 선택하는 게 핵심이다. 정당과 후보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는 매의 눈으로 이를 가려냈으면 한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 범죄가 끈질기게 이어지면서 도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도내에서만 지난해 481건(95억 원), 올해 4월 말까지 178건(34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2건의 피해가 꼬박꼬박 일어나는 셈이다. 이 정도라면 사칭 사기가 특정 취약계층이 아닌, 우리 이웃 누구나 쉽게 당할 수 있는 사회적 재난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 수법은 갈수록 정교하고 악랄해지고 있다.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 실제 공무원의 직함을 도용하고, 위조된 공문서와 명함까지 들이밀며 피해자를 속인다. 특히 최근 리튬 배터리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악용해 “소방법이 개정됐으니 리튬 소화기를 사야 한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소화기 구매를 강요한 사례는 범죄자들이 사회적 이슈를 얼마나 기민하게 범죄에 활용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심각한 점은 이들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권위’를 범죄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검찰, 소방서, 지자체라는 이름은 시민에게 신뢰인 동시에 거부하기 힘든 공권력이다. “당장 조치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식의 고압적 압박으로 피해자의 순간적인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피해의 문제를 넘어 국가 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중한 사회적 해악이다.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철저한 확인 습관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어떤 공공기관도 전화나 방문을 통해 즉석에서 현금 송금이나 물품 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그러나 범죄가 기업형으로 지능화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주의력에만 기대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조심하라”는 경고 대신, 사기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근본적인 시스템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통신사와 협력하여 관공서 발신 전화·문자의 인증 식별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고, 현장에서 공무원 신원을 검증할 수 있는 인증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신종 수법 발생 시 재난 문자 발송 등 실시간 경보 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공공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칭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단죄가 병행되어야 한다. 사칭 사기는 사회적 신뢰라는 공동체의 근간을 파괴하는 중대범죄다. 이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각심은 물론, 행정 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응과 실천 의지가 절실하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됐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 적지 않다. ‘인재 영입’과 ‘전략공천’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되는 이유다. 정치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학벌이나 직업 경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정 분야의 성공 이력이나 기업 경영 경험이 하나의 조건은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정치의 자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정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의 문제를 읽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미래의 방향을 설득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에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이 중요하다. 무엇을 오래 고민해왔는지, 어떤 현장에서 활동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말과 글로 자신의 철학과 태도를 드러내 왔는지가 정치인의 자격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에서는 그런 검증이 사라지고 있다.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적 인지도나 직업적 이미지, 선거 전략상 활용 가능한 상징성을 앞세운다. 정치인을 오랜 시간 성장시키기보다 선거에 투입할 후보를 선택하는 구조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는다. 지역 활동과 정책 경험, 지방의회와 시민사회 활동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검증받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한다. 반면 우리는 선거가 가까워지면 갑작스러운 ‘인재 영입’이 시작된다. 전략공천도 다르지 않다. 정당이 먼저 “이 사람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유권자 앞에 내세운다면 최소한 지역에 대한 이해와 활동, 현안에 대한 고민 정도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후보는 갑자기 등장하고 토론과 검증 과정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경선은 사라지고 유권자는 이미 좁혀진 선택지 안에서 투표를 요구받는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일수록 이 문제는 더 깊어진다. 선거보다 공천이 사실상의 본선이 되는 구조에서는 유권자의 선택 이전에 정당의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정치인은 시민보다 공천 권력을 바라보게 되고, 지역 정치는 장기적 비전보다 중앙정치의 판단에 흔들린다. 전북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북의 두 지역은 농업의 위기와 지역소멸, 재생에너지와 새만금 개발 문제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은 두 곳 모두 전략공천 후보를 내세웠다. 그들이 지역 문제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는지,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가졌는지, 무엇을 말해왔는지 충분히 검증되기도 전에 공천은 끝났고 후보들은 유권자 앞에 섰다. 그러니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당이 붙여준 ‘인재’라는 이름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일이다. 정치의 자격은 공천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식 후보자 등록 창구조차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상당수 후보의 목에 벌써 화환이 걸렸다. 정당의 후보를 뽑는 경선이 본선을 집어삼킨 지 오래다. 우리 선거판의 이 뒤틀린 구조는 거대한 늪이 되어 깊어지고 있다. 민심을 읽는 보조수단인 여론조사가 선거 자체를 좌우하고 있다. 또 유권자 투표 편의를 위해 도입된 보완적 제도인 사전투표는 선거전략에서 본투표를 압도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왝더독(Wag the Dog)’이란 관용구가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The tail wags the dog)’는 영어권 관용표현으로, 주객전도(主客顚倒)·본말전도(本末顚倒) 현상을 의미한다. 주로 정치 담론에서 익숙한 용어다. 같은 이름의 영화도 있다. 1997년 개봉한 미국의 정치풍자 영화로, 최근의 미·이란 전쟁 국면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지금의 우리 선거판이 꼭 그렇다. 본선거는 요식행위로 전락했고, 정당 내부의 공천심사나 경선이 실질적인 승부처가 됐다. 유권자의 최종선택이 차지해야 할 몸통 자리에 정당 공천이라는 꼬리가 대신 들어앉았다. 입지자들은 지역민심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지도부와 실세의 눈치만 살핀다. 전북의 유권자들이 소중한 권리를 특정 정당에 맡겼고, 그 정당은 주민들의 무한 신뢰를 ‘당연한 기득권’으로 받아들이면서 오만해졌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는 여론조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유권자들은 교육철학과 정책을 따지기보다 여론 1·2위 후보를 ‘검증된 후보’로 받아들인다. 또 후보들은 세 불리기 ‘단일화’에 집착하면서 그들만의 회색지대를 만들어낸다. 허망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선거판의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시장·군수와 지방의원 선거의 경우 전북 대다수 지역에서 후보와 유권자 모두 이미 끝난 게임을 복기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본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른 도지사·교육감 선거판이 오히려 낯설다. 본말이 전도됐다. 선거의 주인은 당연히 유권자다. 그런데 전북지역 유권자들은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철옹성이 된 민주당 독점체제가 투표소에서 집단의 관성이 아닌 개인의 소신을 무력화했다. 그래서 전북은 승리가 보장된 정당에게도, 아예 승산이 없는 정당에게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지역’이 돼버렸다. 더 비극적인 것은, 유권자들이 타성에 젖어 투표를 ‘선택’이 아닌 ‘수용’으로 변질시켰다는 점이다. 지역의 미래는 유권자들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나 여론조사 수치 따위에 미래를 저당잡힐 수는 없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대는 이 비정상적인 선거판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투표소에 들어서면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대안이 보이지 않는 선택지와 뻔히 보이는 결과가 유권자의 관성을 정당화하고, 변화의 목소리를 차단한다. 전북 유권자들이 오랫동안 ‘묻지마 몰표’를 행사하면서 자초한 일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당 기득권에 안주해온 정치인들이 그 벽을 허물 리 없다. 결국 주권자인 도민의 몫이다. 침묵이 아닌 당당한 목소리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당장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끌벅적했던 그들의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다. 이제 진짜 주인이 나설 차례다. 유권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전북 지역의 농촌과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는 이미 중요한 노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력 부족이 심한 제조, 농축산, 건설 등의 분야에서는 E-9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일하는 사업장의 상당수는 영세하거나 5인 미만 규모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작은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노동권과 사회안전망까지 작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산재보험은 근로자를 1명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면 원칙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고용보험 역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의무 적용 대상이다. E-9 이주노동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산재보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비자발적 이직 사유가 인정될 경우 실업급여 신청도 가능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 중 사고를 당하고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최근 전북 고창의 한 축산농가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는 작업 중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었지만, 사업주가 산재 신청 대신 개인 치료를 요구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해고 통지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본인 역시 산재보험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체류 문제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치료비와 생계 부담을 개인이 떠안게 되었다. 산업재해 문제 역시 심각하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안전교육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위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고 이후에도 산재 신청 절차를 몰라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사업주의 눈치를 보며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고용보험 역시 단순히 가입 여부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E-9 근로자도 일정 기간 이상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계약 만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체류기간 제한과 정보 부족으로 실제 수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험료는 납부했지만 권리 행사로 연결되지 못하는 셈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 과정에서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더욱 엄격히 확인해야 한다. 보험 미가입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허가 제한과 행정 제재를 강화하고, 반복 위반 사업장에는 외국인 고용 제한 조치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와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이 협력하여 농촌과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현장 점검을 확대해야 한다. 입국 초기 다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보험 가입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통역 상담 지원 역시 확대되어야 한다. 동시에 영세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한 보험료 지원과 행정 절차 간소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고 있다면 보호 역시 같아야 한다. 사업장 규모가 노동자의 안전 기준까지 결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작은 사업장일수록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노동자는 더욱 쉽게 침묵을 강요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세 사업장일수록 더 촘촘한 보호와 적극적인 행정 개입이 필요하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가 안전해야 모두의 노동 환경도 함께 안전해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축산업 현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축산시설의 대형화와 밀집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 이면에는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안타까운 그늘이 존재한다. 축산 농가의 상당수가 영세한 1인 농가이거나 생계형 자영업 형태라는 점이다. 산업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설과 안전 환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낡고 열악한 축사 시설은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불씨가 되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전기설비는 수십 년간 방치되어 노후화되었고, 가연성 물질은 무방비로 적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 농가에 “안전 시설을 보강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사실상 자생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또 다른 경제적 짐을 지우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축사 화재를 단순히 농가의 부주의로 치부하거나, 계도 중심의 일회성 예방 활동으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농촌의 구조적 빈틈을 메워줄 ‘국가적 정책 과제’ 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축사 안전은 우리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서는 안전 컨설팅과 현지적응훈련, 출동로 확보, 축산업 종사자 교육, 예방순찰 등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제도적 한계로 인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탁상공론식 홍보가 아닌,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영세 축산 농가를 위한 맞춤형 전기 안전 지원 사업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축사 화재의 주범인 낡은 전기설비를 민간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영세 축산 농가의 노후 전기시설을 무상으로 점검하고, 시설 개선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둘째, 농가의 규모와 관계없이 필수 안전 장비를 보급하는 ‘안전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1인 농가라도 화재로부터 생계를 지킬 수 있도록, 자동화재감지설비와 간이 소화 장치 설치 비용을 전액 또는 대폭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현장 밀착형 컨설팅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소방서는 직접 찾아가 축산 농가별 위험도를 분석하고, 현실적인 예방 매뉴얼을 제공하는 과학적 관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소방서·행정·축산 농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민관 협치 시스템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넷째, 축사 동간 간격 5m 이상 확보 권고를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보완해야 한다. 밀집된 축사는 화재 확산 위험을 키우는 만큼, 이격거리 확보를 제도화하거나 방화 구획 등 대체 기준을 마련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향한 인식의 대전환이다. 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예방에 투입되는 비용은 소모가 아니라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축사 안전은 농가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며, 우리 농업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일과 이어진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정책을 발굴하고 강력히 추진해, 더 이상 화재로 인해 농가의 꿈과 땀방울이 재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주 ‘파랑새관’ 명칭 재고해야
‘쌍발통’과 ‘양날개’
도와주는 사람은 왜 늘 부족한가
화재진화차 확대로 취약지역 ‘안전 격차’ 해소해야
‘5·18’ 46주년, 민주주의 정신 되새기자
굽은 가지의 미학
축제가 돼야 할 선거, 혐오와 막말로 얼룩진 전북 정치
전작권 전환 조건의 불편한 진실
암도 전염이 되나요?
제3금융중심지, 이번에는 놓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