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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방투자, 전북도 선제적으로 나서라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들이 앞으로 5년 동안 300조 원을 지방에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업과 첨단산업 분야에서 뒤떨어진 전북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 전북자치도는 물론 정치권과 대학, 민간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과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에 청년 고용, 창업 지원, 지방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특히 5극3특 체제와 관련해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중심축을 만들기로 하고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기업 측에서도 보조를 맞춰 주시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주요 10대 그룹은 5년간 약 270조 원, 10개 그룹 외에도 다 합치면 300조 원 정도 지방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0대 대기업은 올해 5만1600명을 신규로 채용하기로 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6500명 늘어난 규모다. 대기업의 이러한 획기적인 지방투자는 대기업 유치에 목말라 있는 전북으로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 중 10%만 끌어와도 해마다 6조 원씩 5년간 30조 원이 전북에 투자되는 셈이다. 문제는 과연 이들이 전북에 투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준비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다. 이들 대기업의 투자 분야는 반도체 설비 증설, 배터리 생산 및 연구개발(R&D) 역량 확장, AI 전환과 탄소중립 인프라 구축 등 첨단·전략 산업에 집중돼 있다. 또 이들은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공장을 증설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 투자가 취약한 전북으로서는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전북은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함께 RE100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 기반 AI 신산업, 피지컬 AI 등 에너지 전환형 산업 구조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또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에 부합한 전력과 용수도 충분하다. 이와 함께 전북은 이들 대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원스톱 인허가 지원과 교육·문화·주거 여건 등도 갖춰야 한다. 이번 대기업의 지방투자는 낙후된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인구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기회다. 과감한 속도전으로 성과를 거두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09 17:42

통합특례시 자치구 설치, 법령 정비를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완주지역구의 안호영 국회의원이 두 지역의 통합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완주지역에서는 ‘전주로의 흡수통합’이라는 인식이 여전하고, 농촌지역의 특성상 예산‧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역내 기득권 세력들의 정치적 상실감도 무시할 수 없다. 시·군 통합은 행정단위 결합을 넘어 군수·군의원직 소멸이라는 정치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 충돌이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통합 이후에도 완주의 자치권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통합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결합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그 완성은 반드시 특례시 지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지역 여론이 모아졌다. 한발 더 나아가 통합특례시의 자치권을 광역자치단체급으로 확대해 ‘자치구 설치 허용’ 방안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에서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한다. 그래서 통합특례시가 출범하더라도 자치구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현행 법률체계에서 자치구는 특별시·광역시에 설치되며 구청장과 구의원을 주민이 선출하고, 자체 재정·인사권을 갖는다. 이에 비해 일반구(행정구)는 인구 50만 이상인 시 등에 설치되며, 자치권이 없고 법인격도 갖지 않는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통합특례시가 단순히 행정구역만 확대한 도시로 남지 않으려면, 특례시에 자치구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거나 통합특례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완주 지역이 우려하는 흡수통합 논란과 자치권 약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통합과 동시에 자치구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지역 특혜가 아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시‧군 통합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건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09 17:42

[문화마주보기]순간이 쌓여 역사가 된다

지금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대한국인 안중근 쓰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형 집행을 앞두고 옥중에서 쓴 안중근 의사의 서예 작품을 통해 그의 일생과 신념을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의 마지막에 관람객은 안중근의 글씨가 아닌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도자기 지석을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1791년(신해년) 전주 남문 밖, 지금의 전동성당 터에서 순교했다. 신앙과 순교의 지고함 속에서,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던 안중근 의사의 신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박물관은 첫 순교자가 나온 땅, 전북 지역의 천주교 역사를 바탕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오버랩하는 전시로 이 특별전을 기획했다. 역사는 1791년의 순교 사건을 신해박해라 부른다. 도자기 지석은 2021년 완주에 있는 초남이 성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두 순교자의 지석과 유해가 발굴되는 과정은 놀라웠다. 묘소가 어딘지 위치조차 잃어버린 박해의 역사 속에서, 이름과 태어난 해, 본관, 매장 일시 등을 적은 열여덟 글자의 귀한 기록이 살아남아 유해의 주인이 윤지충과 권상연, 두 순교자임을 증언했다. 다른 지석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도 눈에 띈다. 윤지충의 지석과 권상연의 지석에 각각 적혀 있는 “권공묘재좌(權公墓在左, 권상연 공의 묘가 왼쪽에 있다)”, “윤공묘재우(尹公墓在右, 윤지충 공의 묘가 오른쪽에 있다)”. 이 다섯 글자는 한날 한 시에 함께 순교한 사람이 옆에 묻혀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기록이다. 두 사람은 내외종간으로 윤지충의 어머니는 권상연의 아버지와 남매간이다. 순교자의 묘소와 유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랐던 상황에서, 땅속 깊이 묻힌 유해가 혹여라도 드러나게 되었을 때 가까운 친척인 두 사람이 함께 발견될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애틋하다. 사실 누군가 비장해 오던 선조의 편지라든가 외국의 작은 박물관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된 우리 옛 서화, 땅속에 묻혀 있거나 심지어 바다 깊이 잠들어 있다가 발굴되는 수백 년 전의 도자기 등 어느 시대든지 역사의 ‘새로운’ 조각이 갑자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전주만 하더라도 청동기를 만들던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전북 지역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놓은 적이 없는 역사적인 도시다. 그만큼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자료가 불쑥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후백제 도성 유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종광대만 해도 그렇다. 조금씩 드러나는 시대의 흔적들을 모아 역사를 복원하고 맥락을 밝혀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쌓아 올리는 것이 박물관의 역할이기에 새로운 자료의 출현은 늘 절실하다. 어느 시기의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도 어디선가는 새로운 유적이 드러나고 유물이 발견된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지역의 역사를 증언하는 자료이자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보물이 될 귀한 유산이다. 박물관에서는 두고두고 무한대로 활용할 소장품이며, 현대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여 후대에 물려줄 미래 자산이기도 하다.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적처럼 살아남은 종광대가 그렇듯이 200년이 넘은 전북의 천주교 역사도 머지않은 어느 날 우리 역사의 한 갈래로 박물관 전시실에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역사가 된다. 박물관 전시도 켜켜이 그 시간을 쌓아 가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09 17:42

[오목대] 고착된 독점, 그들만의 리그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거리에 익숙한 이름이 붙고 약속이 쏟아진다. 선택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과연 지역 유권자의 것인지, 특정 정당의 시간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고착된 전북에서 관심은 후보들의 지역발전 정책과 비전이 아니다. 누가 공천을 받느냐, 그리고 어떤 공천 룰이 적용되느냐에 촉각이 쏠린다.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일정이 시작되면서 선거전의 서막이 올랐다. 사실 승부가 결정되는 날은 6월 3일 선거일이 아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과 무소속 후보가 강세인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당 경선에서 갈린다. 그런데 사실상의 본선인 민주당 경선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는 주변에 머문다. 결정은 중앙정치권 소수의 판단에서 이뤄지고, 다수의 유권자는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구도다. 물론 민주당 공천 과정에 일반 주민이 모두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공천 룰에 따라 주민 여론조사 방식이 결정될 경우 권리당원이 아니더라도 후보 선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폭과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도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모두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뤄진다. 정치적 긴장과 갈등, 연대와 정책 대결이 모두 그 과정에 집중된다. 그리고 정당 공천이 끝나는 순간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진다. 흔들리지 않는 일당 독점 구도에서 후보들은 유권자보다 당 지도부를 먼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발전 공약은 힘을 받지 못한다. 올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란이 겹치면서 경쟁의 초점이 정책이 아닌 공천으로 더 기울고 있다. 특히 합당 논의 과정에서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카드로 언급됐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관심은 온통 공천에 쏠린다. 이래도 될까? ‘독점의 저주’라고 했다. 선택이 사라진 자리에서 경쟁은 약해지고, 견제 없는 권력은 결국 스스로를 무디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결국 지역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전북도민들은 이미 견제 없는 독점권력이 빚어낸 폐해를 여러 차례 목도해 왔다. ‘500억원대 배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남원 테마파크 사태도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독점권력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책임은 독점권력에 앞서 유권자에게 있다.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익숙한 선택’을 반복해온 시간이었다. 지금의 선거 구도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쌓여 형성된 것이다. ‘선거권을 온전하게 되찾아 변화의 욕구를 표출할 것인가, 익숙한 정치구도에 안주할 것인가.’ 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해명에 앞서 경쟁구도가 생겨날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경쟁이 있어야 지역정치도 건강해진다. 일당 독점 구도의 폐해에 공감한다면 적어도 ‘대안’이 나타날 틈은 열어줘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에 맡겨놓은 소중한 선거권을 이제는 되찾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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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2.09 17:42

[기고] 산불예방이 진정한 골든타임, 서부지방산림청 압도적 산불방지 추진

최근 동해안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반복되고 있는 재난성 대형 산불은 봄철 대표적인 사회재난으로 대두됐다. 산불은 나무 몇 그루를 태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삶의 터전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산림재난이다. 한 번 산불이 난 숲은 제 모습을 되찾기까지 수십, 수백년이 걸리고, 그 사이 지역 주민들은 일상과 생계를 잃은 채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산불은 산림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 책임이기도 하다. 서부지방산림청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서 산불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6년 지역 산불방지대책’을 마련했다. 올해 대책은 산불 발생 원인 제거, 산불에 강한 숲 조성, 과학 기반 감시·예측 체계 고도화, 신속한 진화와 피해지 복원 등 예방부터 복구까지 실효성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겨울과 이른 봄까지 건조·강풍 조건이 지속되고, 이례적으로 겨울철 산불 발생이 빈번해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12일 앞당겨 1월 20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계절보다 앞서 대응한다”는 원칙 아래 초기 산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지역별 산불 취약지 등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순찰과 단속를 강화하고, 산불소화시설 정비 등 산불예방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부지방산림청 관할 지역은 타지역 보다 산림과 농경지가 인접한 지역이 많아 영농부산물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입산자 실화 등 인위적 요인에 따른 산불발생 위험성이 매우 취약하다. 이에 따라 산림 인접 마을과 농경지, 주요 등산로와 사찰·문화재 인근을 중심으로 상시 점검과 집중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 소방, 경찰, 군부대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 체계를 유지하여 산불 발생 시 행정 경계를 넘어선 신속한 공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합동 산불진화 모의훈련을 실시하여 산불현장 통합지휘 체계를 명확히 할 것이다. 아울러 대형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지역 방송, 마을 방송, 문자 서비스 등을 활용해 산불위험지수와 통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행동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산불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산불진화 인력과 장비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산림재난대응팀 조직을 신설하고, 현장대응력 제고를 위해 산불, 산사태, 산림병해충을 통합한 산림재난대응단을 조기 선발해 산불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다목적 산불진화차, 고성능 산불드론차, 회복차량 등 고도화된 신형 장비를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산불에는 초기대응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압도적 산불 진화를 수행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산불진화 인력과 장비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올바른 시민의식이 결여된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일 것이다. 대부분 산불 원인은 입산자 부주의,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등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산에 오를 때는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않고, 산림 인접 지역에서는 영농부산물이나 쓰레기를 태우지 않으며,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입산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이웃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며, 진정한 골든타임은 산불을 예방하는 시간일 것이다. 서부지방산림청은 한 해 동안 산불이 주민의 삶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할 예정이다. 국민 모두가 나와 가족, 우리 마을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상 속 작은 실천에 동참할 때 우리는 산불 없는 안전한 숲과 건강한 공동체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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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9 17:42

[경제칼럼]‘지역에서 키운 인재’가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대한민국 지방 소멸의 중심에는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 수도권은 교육과 일자리, 문화·복지 등 다양한 기회가 집중되며 인구를 유지·확대하고 있다. 반면, 전북을 비롯한 지방은 청년과 미래세대의 유출로 인구구조가 오래전부터 불안정하다. 단순히 명절에만 잠시 북적이는 귀성 풍경을 넘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며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생태계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방 소멸은 단순한 미래 시나리오가 아닌 기정사실이 될 것이다. 인구 유출 문제는 청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점은 어린이·청소년 단계부터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육, 문화, 체육 등 지역 생활 생태계 전반을 약화시키고, 지역에서 길러낸 인재가 성장 단계마다 외부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유소년기부터 초·중·고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성장 경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는 지역 전체의 인재 육성 기반이 무너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 유출이 지속되며 인구구조의 취약성이 큰 지역이다. 물론 최근 인구 감소세 둔화, 출생과 혼인 지표의 반등, 청년과 신중년층 유입 증가 등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책과 환경이 제대로 갖춰질 경우, 지역 회복이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이다. 그러나 이처럼 전북 도내 여러 기초 자치단체가 출산·양육 지원과 청년 정착 정책을 병행하며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려고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 남아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 나은 교육 환경과 기회를 찾아 떠나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지역 안에 쌓여야 할 경험과 역량은 빠져나가고 청년은 정체된 상태에 머물며, 지역은 점점 공백으로 남는다. 이러한 이탈과 단절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성장 토대의 부재와 반복되는 이동, 그리고 좌절은 결국 중도 포기와 방향 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의 삶의 질 저하를 넘어 지역과 사회 전체의 인적 자산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이제 인구 정책은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 성장하며 도전할 수 있도록, 삶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대책은 물론, 어린 시절부터 교육·문화·예체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성장 단계별 이탈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연계 구조를 재설계하는 행정 혁신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교육·산업·복지·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지역 기반 생태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전북의 인구 대응 전략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정책’을 넘어, 아이부터 청년, 신중년과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지역에서 존중받으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키운 인재가 굳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머무르는 것이 불리하지 않은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역 인구 정책의 출발점이며, 지방 소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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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9 17:42

[사설] 노병섭 후보 불출마가 던진 메시지

전북교육감 선거전이 표절과 대필 논란으로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병섭 후보가 전격적인 사퇴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천호성 예비후보가 경쟁후보의 칼럼까지 표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위 민주진보 단일후보 선출 결과는 오리무중 그 자체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병섭 후보가 지난 5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 민주진보 단일후보는 사실상 그 의미를 상실했다. 그의 불출마 배경은 천호성 예비후보의 표절논란에 대한 전북교육개혁위원회의 미온적인 태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게 아닌가 관측된다. 교육개혁위원회는 민주 진보 가치를 담은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가장 핵심적인 이슈인 도덕성 문제, 즉 표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은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예정됐던 후보 자격 검증이 한 달 가량 연기되면서 후보들간 갈등은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여왔다. 더욱이 천호성 후보가 유성동 후보의 기고문까지 표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병섭 후보의 사퇴는 전북 교육감 선거전에 있어서 얼마나 상황이 비상식적으로 진행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표절이나 대필과 무관한 유력 후보가 비상식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단일화 추진에 대해 개탄하고 실망했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의 불출마 또한 지극히 비정상적인 결정이겠으나 어쨋든 이것 역시 또다른 선택임에 틀림없다. 남은 교육자적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도민과 교육 현장 앞에 신뢰를 세우기 위해 후보자 스스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그의 불출마 선언문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의 일갈은 다른 후보들은 물론, 전북 교육계에 작지만 웅장한 파장을 예고한다. 한편에선 제대로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불출마 사유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으나 어쨋든 "아름답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당당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출마의 깃발을 내린다”는 그의 말은 뼈아프다. 지금부터라도 다른 교육감 후보들이 스스로 엄격한 기준과 도적적 잣대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어도 전북 교육계의 수장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08 18:58

[사설] 시군 행정통합에도 공공기관 이전 우대 ‘마땅’

이재명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행정통합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공공기관 이전을 추동시키고 있다. 그런데 광역통합시에 대해서는 재정 인센티브와 함께 공공기관 이전 우대를 약속했지만 기초자치단 간 통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행정통합은 일자리와 인프라 구축, 교육 및 정주여건을 확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축을 형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인 만큼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도 광역에 준하는 메리트시스템을 적용해야 맞다.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만 우대하고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을 홀대한다면 명백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역기능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시 출범을 전제로 만들어진 광주전남통합특별시 특볍법안(387조)은 행정· 재정·산업특례는 물론 지역의 최대 현안들까지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공공기관 이전 특례로 ‘국토교통부장관은 통합 특별시에 2배 이상을 우대해 공공기관을 배정해야 한다’ ‘공공기관을 신설 또는 추가 이전하는 경우 특별시장이 요구하는 공공기관을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특별법안이 제도화된다면 향후 공공기관 이전은 초광역 통합시에 집중되고 기초자치단체는 국물도 없게 된다. 선택권도 없이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이건 균형발전이 아니라 약자를 차별하는 정책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전북자치도는 농협중앙회와 한국투자공사, 7대 공제회, 한국마사회 등 파급효과가 큰 30~40여 기관중 10여 곳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광역통합시 위주의 이전 우대정책이 실행된다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간 행정통합도 광역에 준하는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을 제도화해야 마땅하다. 재정 인센티브와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을 제도화해야 균형발전 취지에 맞다. 시군통합을 추동시키는 동력이다. 완주전주 통합 현안 역시 군민들의 찬성 명분을 살릴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기초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에도 재정 인센티브와 공공기관 이전 우대 정책을 신속히 제시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08 18:58

[전북칼럼]초고압 송전탑 노선, 누가 결정하는가

변방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중심을 흔들었다. 34만5000볼트 송전탑이 지나는 전북 농산촌 주민들이 제기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재검토와 지역 이전 요구, 그리고 수도권의 반발. 이 이슈는 수도권 일극 집중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며 국가균형발전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과거 농민 운동은 대부분 이해관계자의 저항이나 님비라는 벽에 부딪히곤 했다. 이번 송전탑 반대 운동은 다르다. 문제의 원인을 국가 구조에서 찾았고, 해법도 보상이나 우회 노선이 아닌 전력과 산업 정책의 전환을 제시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 여론도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5극 3특 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남쪽으로의 기업 이전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송전탑 갈등 최전선의 주민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국민주권 정부에서도 송전선로를 정하는 한전의 입지선정위원회는 달라진 게 없다. 근본 문제는 사업자가 심판을 본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기업이라 해도 한전은 사업자다. 사업 강행 논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위원회 구성·운영과 경과지 선정, 주민의견 수렴 등은 민간 용역 업체가 맡는다. 국가적 중요 사업을 공기업과 민간 업체가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주민들은 몇 번의 회의 만에 외통수에 몰린다. 참여하면 “위원회에서 결정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참여하지 않으면 “주민이 협조하지 않았다”며 1년 6개월 내 의결이 안 되는 경우 위원회 자체를 건너뛸 수 있다. 지난 12월 30일, ‘345kV 서남권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 입지선정위원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한전은 운영 기한 내 입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원회 해산을 예고하고, 입맛에 맞는 전문가 위원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입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전탑 노선은 첨예한 갈등 사안이다.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주민대표들이 99% 합의로 노선을 결정해도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전의 셀프 위원회가 결정한 노선을 누가 인정하겠는가. 운영 기한이 넘었다는 이유로 고시로 정한 심의 의결 기구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법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도 문제다. 주민대표는 공개모집이나 선출 기준이 없고, 실거주나 이해관계 검증도 부재하다. 전문가는 한전이 위촉하며, 위원장도 교수나 전문가만 가능하다. 국무회의도 공개하는 세상에 주민은 왜 이 노선이 결정됐는지 알 수 없다. 회의록은 결과 중심 요약만 남기고, 토론 과정이나 반대 의견, 대안 검토는 공개되지 않는다. 우리 마을 대표가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알 수 없다. 위원도 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결과에 따라 주민과 위원이 다투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노선을 정하는 선호도 조사는 전문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주민이 이해하기 어렵다. 현 제도상 입지선정위원회는 갈등 해결 기구가 아니다. 주민 참여를 형식화하고 한전의 책임을 희석하며, 정부의 정치적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면 재검토와 지역 이전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공론화 없이는 이 갈등이 끝나지 않는다. 입지선정위원회를 잠정 중단하고 제도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 위원회가 계속되는 한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투쟁의 강도와 주민 저항은 더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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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8 18:57

[열린광장] 관광을 넘어 교육으로, 수학여행의 판을 바꾸는 고창

입춘(立春)을 지나며 설창 고창에도 어느새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겨우내 얼어 있던 선운산 계곡의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고, 동백나무의 분홍빛 꽃봉오리도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각급 학교들이 신학기 준비에 들어가면서 ‘대한민국 수학여행 성지’를 표방한 고창군의 발걸음 또한 분주해지고 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학생들을 맞이할 교육형 여행 준비가 본격화된 것이다. 최근 수학여행의 흐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형 일정에서 벗어나, 교과서 속 지식을 현장에서 체험하며 역사와 자연, 문화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교육 중심형 여행’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동보다 체험, 관람보다 참여가 중요해진 것이다. 고창군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배움이 중심이 되는 수학여행’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교육 관광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고창은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에서 동학농민혁명, 판소리와 전통예술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층층이 쌓인 공간이다. 이곳의 역사는 기록 속 문장이 아니라 마을과 들판, 유적과 풍경 속에 살아 숨 쉰다.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현장에서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공간적으로 마주하며, 역사가 현재와 연결된 흐름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는 암기식 학습이 아닌 체험을 통한 이해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갯벌 역시 살아 있는 교과서다. 드넓은 갯벌과 철새 도래지, 습지는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 온 시간의 증거다. 학생들은 갯벌 체험과 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인식하게 되고, 오늘의 환경 선택이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몸소 느끼게 된다. 고창군은 이처럼 흩어져 있던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하나의 이야기 흐름으로 엮어 수학여행에 최적화된 네 가지 테마 코스를 마련했다. 각 코스는 단순한 이동 동선이 아니라 학습 목표와 체험 활동이 결합된 교육형 여정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첫 번째 코스는 ‘책과 기록’을 주제로 한 인문 체험형 코스다. ‘책마을해리’, ‘고창황윤석도서관’, ‘책이 있는 풍경’ 등을 잇는 일정으로 구성돼 학생들은 지식이 생산되고 전승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체험한다. 독서 체험, 작가와의 만남, 고서 전시 관람 프로그램이 더해져 사고력과 표현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코스로 평가된다. 두 번째 코스는 ‘고창의 일곱 가지 세계유산’을 따라가는 역사·자연 융합 여정이다. 판소리박물관에서 우리 소리의 뿌리를 이해하고, 고인돌 유적과 운곡람사르습지, 고창갯벌로 이어지는 동선 속에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경험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생태 체험이 결합된 대표 코스다. 세 번째 코스는 인물 중심의 역사 탐방 코스다. 실학자 황윤석, 판소리 중흥의 거목 신재효,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전봉준 등 고창이 낳은 인물들의 삶의 터전을 따라 걷는다. 학생들은 개인의 신념과 선택이 공동체의 역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배우며 주체적 사고와 시민의식을 함께 기를 수 있다. 네 번째 코스는 자연을 교과서로 삼는 생태 교육 코스다. 고창 갯벌과 습지, 고인돌 유적지, 학원관광농원의 청보리밭과 가을 메밀꽃 단지를 잇는 일정으로 계절별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봄에는 청보리의 생명력을, 가을에는 메밀꽃의 장관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농업 문화의 가치를 체감하도록 구성됐다. 역사는 외워서 남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이다. 고창에서의 수학여행은 단순한 일정이 아닌 배움이 삶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을 넘어 교육으로 확장되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고창 수학여행의 새로운 장은 지금도 힘차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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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8 18:57

[기고] 통합의 틀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전주완주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완주 지역구의 국회 안호영 의원이 두 지역의 통합에 적극 나서기로 해 전주완주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0여년 전북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전주완주 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지역발전에 비관적인 견해를 보여온 많은 도민들도 이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고, 안호영 국회의원의 결단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실 필자도 과거 여러 칼럼을 통해 중견 정치인인 안의원에게 전북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비젼 제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비판해 왔었다. 하지만 정치는 홀로 하는게 아니라서 자신을 지지해 온 완주 주민들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을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기에 전북 발전을 위한 대통합의 결단을 내려준 안의원의 용기는 새롭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행정구역의 통합은 수십년 인고와 타협의 세월이 필요한 만큼 대단히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특히 통합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지역내 기득권 세력들의 정치적 상실감은 그동안 통합을 가로막아온 가장 주된 이유이다. 아무리 통합을 추진할 여력이나 의지가 있다 해도 군수직이나 지방의원과 같은 정치 수요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데 현실적으로는 이걸 보장하지 못하니 진전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쪽은 무작정 통합을 애걸하고 한쪽은 무조건 거부하는 상태에서 접점을 찾으려 하다보니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 통합과 관련된 기존 제도와 법규를 새로이 개정해서 더 많은 자치단체간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해 광역시 수준의 자치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시와 광역 시도의 시,군,구만 기초단체로 정하고 있어 현재는 특례시조차도 기초단체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지방 인구가 날로 감소하는 만큼 이제는 인구 70-80만 이상의 지방 도시 특히 도청 소재지 정도는 특례시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특례시의 구 역시 기초단체로 하는 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특례시인 고양시의 덕양구는 인구가 57만명, 용인시 기흥구는 50만명을 넘고 30만이 넘는 특례시의 구도 수두룩 하지만 이곳들은 지방자치법 규정에 막혀 구청장 선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반면 광역시 이상의 구인 서울 종로구는 8만, 부산 중구는 4만, 인천 동구는 7만명인데도 구청장을 선출하고 구의회를 두는 등 참정권 행사에 불균형이 심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특례시인 수원과 창원, 고양, 용인, 아직 특례시는 아니지만 도청 소재지인 청주와 전주의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시급히 법안 개정을 추진한다면 완주처럼 정치적 위상 저하를 우려해 통합을 반대해 왔던 지역의 반발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전주와 완주가 통합을 본격화하게 되면 도내 익산과 군산,김제,부안 등 새만금 통합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많은 기초단체간 통합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해간다는 지역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통합의 프레임을 조속히 바꿔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 지역에는 광역 시도급의 지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통합에 걸맞는 정부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 전북도 삼중소외의 아픔에서 벗어나 새롭게 발전의 기지개를 켜봐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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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8 18:57

[오목대] 전북사람들이 핫바지냐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간 합당 논의 과정에서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카드로 거론되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합당과 관련 민주당내에서 정청래대표를 향해 연일 친명계 최고위원인 강득구의원이 중심, 비판이 가해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었다. 정 대표도 언론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서 조승래 사무총장 한테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이언주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문건을 공개하고 사전 논의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혀 가고 있다. 이들은 언제 작성했으며 조국 혁신당 대표와 어디까지 논의했는지 지분 배분 조건은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역단체장 공천 안배 얘기도 들린다며 최고위원자리는 흥정의 카드가 아니고 공천은 협상의 전리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사무총장이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명직 최고위원을 주는 것은 일반적 프로세스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 일간지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일정등을 정리한 민주당 내 문서인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안을 공개한 것을 놓고 이 것이 밀약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간 당원주권시대를 강조한 정 대표는 사태수습을 위해 3선 중진의원들을 만나 비공개로 대책을 논의하지만 수그러들 기미가 안보인다. 그간 양측의 합당문제는 꾸준하게 제기돼 와 그 시기가 선거전이냐 아니면 선거 후에 할 것인가로 의견이 양분돼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카드로 거론되었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전북 도민들을 우습게 봤으면 쉽게 생각하고 이 같이 정리했겠느냐는 것이다. 전북은 그간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공천을 줘서 막대기만 꽂아도 찍어줘 도민들이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처럼 왜 하필 전북도지사 공천권이었냐는 것. 민주당 출신이 광역단체장을 맡은 광주 전남 제주 경기등은 아예 거론조차 않했다. 이 것을 놓고 볼 때도 민주당 지도부가 전북 도민들을 핫바지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얼마나 같잖게 봤으면 이 같은 카드를 내 놓았을까. 분노에 앞서서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준 결과가 이 것 밖에 안된 것에 몹시 자존심 상할 노릇이다. 7일 이원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정 대표는 한 기자가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협상카드로 거론했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도민들은 이 의원이 지지율을 높히려고 정 대표를 초청한 것도 모순된 행동이라면서 전북 정치권이 이번 문제를 결코 좌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라면서 도민 자존심 회복을 위해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이 얻은 82.65% 지지가 계속 이어지지만 정 대표의 지지도는 낮아 엇갈려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 때 당원과 도민들이 도지사후보를 뽑는다는 원칙을 재천명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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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6.02.08 18:56

[사설]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매듭지어야

우리가 익숙한 전북도나 임실군 등은 보통지방자치단체다. 반면, 2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공동으로 설치한 것을 특별지방자치단체라고 한다. 전주완주 통합이 가속화하고 있는 요즘 또 다른 관심사로 등장한 것이 바로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다.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 기존 지자체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 사안에 따라 연합하는 형태의 자치단체라고 할 수 있다. 전주완주 통합처럼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을 하나의 자치단체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새만금 발전이라고 하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별자치단체 설립이 더 현실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새만금 신항이나 동서도로 등 새만금관할권 분쟁이 커지면서 각 자치단체간 갈등은 꼴불견, 그 자체다. 해법은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립이다. 통합시나 메가시티 같은 행정통합은 나중의 문제이고, 일단 지자체 간의 연합체계부터 구축하자는 거다. 예를들면 단체장과 의장은 지자체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동반성장과 미래도시산업, 친환경생명관광과 등의 행정기구를 연합으로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특별지자체를 통해 새만금 사업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관할권 분쟁은 일단 접어두고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을 위해 협업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사실 새만금에 대한 해법은 특별지자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해 3월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김제시의 불참으로 특별지자체 출범이 중단된 바 있다. 3개 시군이 공동사업으로 발굴한 것만해도 47건이나 된다. 기존 행정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별도의 특별자치단체 의회와 행정체계를 갖춘다면 새만금 권역의 국가예산 확보, 인프라 확충, 체계적인 행정관리 등 새만금 개발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지루한 논쟁끝에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은 이제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결국 전북의 미래를 위한 핵심 과제는 이제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설립 여부에 달렸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전북만 변화의 큰 흐름을 외면한채 내부갈등을 지속한다면 다른 지역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다. 차제에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설립도 확실히 매듭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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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05 18:16

[사설] 금융사 전북 이전, 구체적 실행방안 제시하라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전북혁신도시에 금융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북의 숙원인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탄력이 붙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연금공단 지역 운용사 특전 부여’ 언급 이후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표했고, 지역 정치권도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가 10년간 공을 들였지만 꿈쩍도 하지 않던 거대 금융그룹들이 ‘지역 이전 자산운용사 인센티브’를 언급한 대통령의 한마디에 즉각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잇따른 발표와 달리 구체적인 이전 규모와 지역 기여방안 등은 여전히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금융사 전북 이전 계획의 ‘실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해당 금융사들이 어느 정도의 인력과 규모로 이전할지, 지역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이전 발표’ 자체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이유로 대통령이 언급한 인센티브가 확정되기 전까지 금융사들이 이전을 유보한 채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역 이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자산 위탁, 투자 협력 등의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률 개정 등 선행 절차가 필요한 상황으로 구체적인 기준과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금융사들의 전북 이전 역시 ‘줄다리기 국면’ 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거대 금융사들이 전북 이전 계획을 발표했지만 언제·어디에·어떤 규모로 이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금융사는 민간기업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자산을 운용하고 금융질서를 책임지는 주체인 만큼, 강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추진되는 금융사 지방 이전은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한 실행계획이다. 이전 대상 조직과 시기, 이전 인력 규모, 전북 이전 조직의 핵심 기능 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인재 채용 목표, 전북 전략산업에 대한 금융·투자 지원 방안, 지역사회 공헌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이행 과정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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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05 18:16

[오목대] 정동영과 이재명의 진심

역시 정동영 이었다. 5선 국회의원과 두 번의 장관, 두 번의 정당 대표, 그리고 대통령 후보까지. 화려한 경력과 다양한 경험 만큼 현안을 꿰뚫어 보는 안목도 달랐다. 지난달 5일 열린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신년인사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표정은 진지했다. 부드러웠지만 단호한 어조로 안호영 국회의원의 완주·전주 통합 결단을 촉구했다. "난중일기를 읽고 충무공의 정신으로 완주·전주 통합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북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동영의 진심’이 느껴지는 신년 인사였다. 한 달 뒤 정 장관과 안 의원이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섰다.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다시 읽어보았을까. 안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통합 광역권인 ‘5극’에 집중되는 반면, ‘3특’의 특별자치도는 국가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구조를 돌파하기 위해 완주·전주 통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그간의 통합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윤덕·이성윤·정동영 의원과 힘을 합쳐 완주·전주 통합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30년 숙원이지만 세 번이나 실패한 전주·완주 통합이 ‘5극 3특’의 지역 균형발전을 국가 목표로 제시한 대통령 덕분에 완주 지역구 안호영 의원의 결단으로 전주 국회의원들과 함께 통합을 선언했다”고 보고했다. “광주·전남 통합을 격려 응원하기 위해 청와대 초청 오찬을 가졌던 것처럼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기회를 주시라”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환한 웃음과 함께 “나중에 판단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과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를 가진 이 대통령은 “지방에 기회를 주는 것이 정부의 필수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특별법이나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을 가중해서 지원하는 제도 등을 법제화하고, 지방에 부족한 교육·문화시설 등의 인프라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부는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중심축을 만들기로 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할 텐데 기업도 보조를 맞춰달라"며 10대 그룹의 지역 우선 배려를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이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도를 순회하며 타운홀 미팅을 가져왔다. 올해들어서도 지난달 울산에 이어 6일 경남에서 타운홀 미팅을 갖는다. 전북에서는 “도대체 대통령은 전북에 언제 오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행히 조만간 전북에서도 타운홀 미팅이 개최될 것이란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과 취임 후 여러 차례 전북지역 현안을 언급하며 해결을 약속했다.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은 물론 새만금 내부개발과 국제공항,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 2036 전주 올림픽 유치 등 여러 현안과 마주 서 있다. 현안 해결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으면 ‘3특 전북’의 미래도 밝지 않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정당의 대표를 거치면서 누구보다 지방의 현실을 잘 아는 대통령. “지방을 배려하고 지방에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진심’을 전북 타운홀 미팅에서 보고 싶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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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2.05 18:15

[청춘예찬]“저는 전북 사람인데요”라는 항변

스무 살 무렵, 사람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전북에서 나고 자랐다고 말하면 꼭 따라오는 질문이 있었다. 전라도인데 왜 사투리를 많이 안 쓰냐는 물음이었다. 특히 서울에서 온 친구들일수록 더 신기해했다. 꽤 많은 사람이 미디어 속의 강렬한 억양을 가진 전남 사투리를 호남 전체의 공통분모인 양 인식하곤 했다. 전북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정치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시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전북은 광주와 전남과는 많이 다르다고, “저는 전북 사람인데요”라는 항변을 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남이라는 이름표는 전북을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지워버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평범한 일상부터가 그렇다. 공연을 보러 가고, 전시를 찾고, 취향이 맞는 모임에 나가는 활동조차 정보의 흐름은 자연스레 광주와 전남 쪽으로 기운다. 호남권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대규모 문화 행사나 정부 지원 사업의 중심추도 광주와 전남에 쏠린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전북의 청년들은 자신이 주변부에서 삶을 설계하고 있다는 무력감을 체감한다. 호남 속 전북 소외는 국가 정책에서도 그대로 투영된다. 호남권역을 관할하는 행정청이나 공공기관 본부가 광주와 전남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은 이제 낯설지조차 않다. 최근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논의에서도 전북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추진단에 따르면 전국 6개소에 지방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라는데, 호남권은 광주고등검찰청 소재지인 광주에 설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이대로 확정된다면 전북 사람들은 권리를 행사하거나 수사받기 위해 광주까지 원정을 떠나야 할 우려가 있다. 전북이 호남이라는 큰 보따리에 묶여 있다는 관성이, 사법 및 행정 서비스에서도 불편과 격차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어디에 살고 어떤 관계망 안에서 성장할지는 지역에 박힌 막연한 이미지에 의해 먼저 결정되기 쉽다. 그런데 전북에 남아있으면 밖에서는 호남으로 묶여 선입견을 마주하고, 안에서는 기회의 중심과 주요 인프라에서 한 번 더 밀려나는 이중의 소외를 겪는다. 그러한 경험이 쌓이면 전북에서 삶을 꾸리는 데 회의감이 들게 된다. 전북을 떠나는 청년들의 등 뒤에는 차곡차곡 쌓인 박탈감이 존재한다. 요즘 곳곳에서 지역 통합과 메가시티 같은 큰 판이 다시 짜이고 있고, 광주·전남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럴수록 전북이 가진 결을 정체성으로 적극 내세워야 한다. 농생명 기반, 새만금이라는 국가사업, 제조업과 생활문화가 만나는 구조는 전북만의 강점이다. 이를 이용해 과감한 정책 의제를 만들고, 그에 필요한 재원과 기관을 요구하면서 전북의 몫을 찾아야 한다. 정체성이 분명해야 전북에 청년이 남을 이유도 생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호남(湖南)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의 호남은 종종 광주와 전남을 먼저 가리키고, 전북은 뒤에 따라온다. 이제는 같은 권역이라는 이유로 전북이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 전북의 몫과 전북의 정체성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이 갖춰질 때 전북은 청년들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온전한 터전이 된다. “저는 전북 사람인데요”라는 말이 항변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자기소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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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5 18:15

[금요칼럼]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진보 대통령이 뜻밖에도 보수 정당의 인사를 장관 후보자를 내세우며 그 청문회가 큰 주목을 받았다. 최고 학벌과 화려한 인맥을 뒷배 삼아 국회의원직에 올랐던 그이는 국회 청문회에서 제 흠결을 뾰족하게 따져 묻는 의원에게 항변을 했다. “의원님, 인생이 그렇게 계획대로 안 되지 않습니까?” 그이의 드러난 처신들은 고개를 내저을 만큼 삿되고 지저분했다. 편법과 반칙을 일삼으며 개인 영달을 꾀하며 부를 쌓은 그이의 누추한 인생 역정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결국 낙마했다. 아무 흠결을 남기지 않고 대쪽같이 바르게 한 생애를 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살다보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나쁜 일에 연루되기도 하고 오점이나 얼룩이 생긴다. 내 주변에서도 제 안의 세속적 욕망과 미성숙한 처신으로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 역시 마흔 중반에 큰 위기를 맞았다. 빗나간 선택과 탐욕으로 생활이 피폐하고 문란해졌을 때가 있었다. 나는 시골로 낙향해서 그 시절을 묵묵히 견뎌냈다. 시골집 아래에는 너른 저수지가 있었다. 겨울철이 지나면 저수지 주변에 군락을 이룬 버드나무 가지에 연초록 물이 올라와 볼만 했건만 나는 잘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의 굴레에서 의기소침한 채 웅크렸다. 삶의 원칙이 무너지면서 방향을 잃고 헤매던 그때 삶의 지침서로 삼은 책이 노자의 ‘도덕경’이다. 그걸 옆에 끼고 읽을 때 ‘상선약수’(上善若水)나 ‘대직약굴’(大直若屈), ‘광이불요’(光而不耀) 등등 주옥 같은 구절에서 내 마음의 금(琴)이 맑은 소리를 냈다. 물처럼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고, 곧음을 뽐내지 않고 구부러진 듯 처세를 하며,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으려고 마음 속 결의를 다지곤 했다. 젊었을 땐 젊음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착각했다. 지각이 모자랐던 탓에 빚어진 일이었다. 젊음이 사라진 뒤 천금 같은 젊음을 낭비한 걸 깊이 자책했다. 무른 것은 부서지기 쉽고, 미약한 것은 흩어진다는 것도 미처 알지 못했다. 늙은 뒤에야 근력이 약해지고 뼈의 밀도는 떨어지며, 기억력도 나빠지고, 인생의 가능성도 사라진다는 실감을 했다. 노년기란 불가피하게 혹한 속 겨울나무의 처지와 같다는 걸 깨닫는다. 젊었을 때 겨울나무를 보며 이런 시를 끼적였다.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외롭고 지친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는/빈 벌판//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속에/말없이 서 있는/흠 없는/혼 하나//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마음도 떼어 버리고/문패도 내렸습니다//그림자/하나/길게 끄을고/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졸시, ‘겨울나무’ 전문) 겨울나무는 제 잎을 다 떨군 채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다. 잎을 다 떨구고 겨울을 나는 나무는 무욕한 존재의 표상으로 삼을 만하다. 나이 들어서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제 안의 욕심을 비우는 일이다. 청춘의 시기는 인격이 무른 탓에 치기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그런 탓에 인생에 후회와 번민이 많아진다. 나는 봄여름의 청년기와 장년기의 가을을 지나 어느덧 겨울로 성큼 들어섰다. 젊었을 땐 과오와 실패도 너그럽게 용서받았다. 하지만 장년기에는 그 결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면제받기 힘들다. 어른이란 제 선택과 행위들에 책임을 질 만큼 충분히 사리분별이 있는 존재라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헐벗은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라고 자문한다. 그 물음은 한번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거듭해서 제 내면의 청문회에 스스로를 세우고 따져 물어야 한다. 지저분한 행적의 세목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고 낙마한 장관 지명자는 그런 물음을 통한 자기 검증에 소홀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이의 인생은 탐욕이 자기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삼켜버린 사례일 테다. 그이가 변명 삼아 내놓은 말 중,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말에 한 점의 진실이 없지 않지만 그게 누추한 제 과거에 대한 면죄부일 수는 없다. 누구도 제가 과거에 저지른 과오, 실책, 탐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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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5 18:14

[기고] 전주가정법원 설치법 소위 통과를 환영하며

전주와 전북 지역의 오랜 염원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위한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하며,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이제 법제화의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절차상의 진전이 아니라, 전북 지역 사법환경의 구조적 한계를 바로잡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동안 전북에는 단 하나의 가정법원도 없었다. 가사사건, 소년보호사건, 가정보호사건 등 전문성을 요하는 사건들이 모두 전주지방법원에서 일반 사건과 함께 처리돼 왔다. 이로 인해 사건 부담은 가중됐고, 전문적·체계적인 사법 서비스 제공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가정법원 설치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족 해체, 청소년 문제, 아동 보호 등 사회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법 인프라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지역의 현실과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주가정법원 유치를 위한 노력은 수년간 이어져 왔다. 지역 법조계와 정치권, 시민사회의 연대 속에서 법안 발의가 이뤄졌고, 이후 약 20개월 동안 국회 내에서 법적·정책적 검토와 조율이 계속됐다. 특히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는 전북 지역의 사법 수요와 불균형 문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전주가정법원 설치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성윤 국회의원과 안호영 국회의원의 역할은 매우 컸다. 이의원과 안 의원은 전주가정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국회 내에서 일관되게 제기하며, 법안이 실질적인 논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법사위 소위 심사 과정에서도 지역의 현실과 도민의 요구를 분명하게 전달하며, 법안 통과를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소위 통과는 이러한 꾸준한 문제 제기와 헌신적인 입법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이번 법사위 소위 통과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전북 지역이 오랜 시간 감내해 온 사법 인프라의 공백을 제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주가정법원이 설치되면 가사·소년·가정사건의 전문적 처리 체계가 구축되고,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민들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보다 전문적인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법원 하나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사법 접근권과 제도적 균형을 회복하는 문제다. 물론 아직 남은 절차가 있다.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소위 통과는 가장 큰 산을 넘었다는 점에서,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이제 현실적인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역의 뜻이 최종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동안 이 길에 함께해 준 전북 도민들과 법조계,정치권과 김학수 전북변협회장, 이덕춘 변호사, 이삼일 부회장의 헌신과 연대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특히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 안팎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온 이성윤 국회의원과 안호영국회의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전북 지역 발전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그 결실을 반드시 완성해야 할 때다. /김정호 전주가정법원 유치 특별위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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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5 18:14

[세무 상담] 홈택스가 놓칠수 있는 연말정산시 주의할점

매년 2월,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입니다.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덕분에 과거처럼 영수증을 일일이 풀칠해 붙이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역설적으로 ‘시스템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안일함이 세금 환급의 기회를 앗아가기도 합니다. 국세청 자료는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제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됩니다. 즉, 시스템에 자동으로 전송되지 않는 영수증은 근로자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영원히 누락된다는 뜻입니다. 남들보다 더 꼼꼼하게 환급금을 챙기기 위해, 홈택스가 놓치기 쉬운 대표 항목들을 정리했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누락되는 것이 의료비입니다. 특히 시력 교정용 안경 및 콘택트렌즈 구입비는 1인당 연 50만 원까지 의료비 세액공제가 가능하지만, 안경점이 국세청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보청기나 휠체어 등 장애인 보조기구 구입비 역시 직접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자녀가 있는 근로자라면 교육비 누락에 주의해야 합니다. 초·중·고교의 정규 수업료는 자동 조회되지만, 중·고생 교복 구입비(1인당 50만 원)나 취학 전 아동의 학원비는 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학습지나 체육시설 이용료 등은 직접 영수증을 챙겨야 합니다. 최근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비중이 커진 월세 세액공제는 간소화 서비스에서 거의 조회되지 않습니다. 임대차계약서 사본, 무통장 입금증(또는 이체 확인서), 주민등록등본을 준비해 회사에 제출해야 합니다.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연봉 8천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알짜’ 항목입니다. 정기적인 후원금은 대개 자동 반영되지만, 종교단체 기부금이나 특정 사회복지단체에 일시적으로 기부한 내역은 누락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해당 단체에 연락하여 기부금 영수증과 단체 설립 허가증 사본을 요청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말정산은 ‘확인하는 만큼’ 돌려받는 게임입니다. 지금 바로 홈택스에 접속해 내가 쓴 돈이 모두 반영되었는지 대조해 보십시오. 작은 영수증 한 장이 당신의 2월 급여 명세서를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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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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