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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오른 선거운동, 정책으로 당당히 승부하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13일간의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거리마다 유세차가 들어서고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야흐로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의 시간’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운동 개막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깊다. 그동안 전북지역 선거판이 보여준 행태가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고소·고발과 비방만 난무했기 때문이다. 우선 도지사·교육감 선거에서부터 정책대결과 멀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북도지사 선거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후보 간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맞고발이 주를 이루었다. 미래 먹거리나 청년 자립을 위한 촘촘한 각론 대신 중앙정치권의 대리전 구도로만 소비되며 도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전북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자리거래 의혹이나 과거 기고문에 대한 대필·표절 시비 등 정책 외적인 폭로전이 이어지며 교육 선거마저 진흙탕에 빠지게 했다. 전통적인 특정정당의 ‘텃밭 정서’에 기대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안일함에 빠진 후보들은 주민의 삶을 바꿀 정책 발굴을 게을리했다. 그 결과 공약집에는 중앙당의 거대담론이나 굵직한 슬로건만 복사해 붙여 넣은 수준의 선심성 공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공식선거운동에서 이제라도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과감히 멈추고, 실현 가능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거창한 토목개발이나 장밋빛 슬로건 대신, 당장 고물가에 신음하는 농어촌 주민들의 일상을 바꿀 생활 밀착형 복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도울 실질적인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 등 전북 고유의 특성에 맞춘 각론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마땅하다. 혼탁한 선거판에 브레이크를 걸고 선거 분위기를 정책 대결로 전환할 주체는 유권자뿐이다. 근거 없는 비방과 선심성 공약은 과감히 거르고, 우리 시·군의 제한된 예산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냉정한 안목이 필요하다. 후보들은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오만을 버리고 도민의 삶 앞에 겸손하게 정책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향후 13일간의 레이스가 전북의 미래를 구하는 품격 있는 정책경쟁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20 18:16

[사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최우선 지정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RE100 국가 산업단지’ 조성 정책은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다시 짜는 국가전략이다. 그 출발점은 당연히 새만금이어야 한다.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태양광·풍력·수력·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캠페인인 ‘RE100’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준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를 지향하며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온 새만금이 RE100 국가산단 조성의 최적지라는 점은 명확하다. 광활한 부지와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물류 인프라, 그리고 이차전지와 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 집적 가능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정부가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열고 새만금을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선포식 이후 비록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관련 인프라가 상당 부분 구축됐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출발선도 앞서 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새만금국가산단이 국내 최초로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로 지정돼 에너지 자립, RE100 산업단지 실현의 든든한 토대를 확보해놓았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에 대해서는 지자체는 물론, 전북도민의 의지도 확고하다. 지난 19일에는 전북애향본부와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군산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RE100 산단 새만금 유치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도민의 열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에서도 19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북 7대 광역공약’을 발표하면서 ‘새만금 RE100 선도 산업단지 조성’을 약속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RE100 산업단지 정책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상징성과 효율성을 잃는다면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선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 최적지가 바로 새만금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대한민국 RE100 산단 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국가 차원의 뒷받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20 18:16

[오목대] 블랙홀된 전북지사 선거전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전북지역 14명의 시장과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등 260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특히 이번에는 2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있기에 평범한 이들도 바로 주위 이웃사람이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등록한 사람만 무려 451명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와 관련해 이런저런 뒷얘기가 나돌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다. 단 하나의 선거, 즉 도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다시피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다. 평소 가장 이목을 끌기 마련인 시장군수 선거조차 관심권 밖으로 밀리는 느낌이며,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조차 묻히는 분위기여서 후보나 캠프측이 발을 동동 구를정도라고 한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래 민주당 계열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경합이 있었을뿐 제대로 된 본선이 없었던 전북에서 이처럼 본선이 뜨거운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전북지사 선거전은 대리비 지급, 식사비 대납의혹, 제명과 무소속 출마, 안호영 의원의 단식과 당 대표의 공정성 논란 등 메가톤급 이슈가 이어지면서 이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당에서 제명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현 지사간의 팽팽한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선거 결과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세 속에서 무소속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관위 여론조사 결과 참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은 그간 전북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민주당 계열의 전북지사 후보는 후보가 몇명이 나오든 득표율이 최소60%대, 많으면 80%대에 이르는게 상식이었다. 지난 8번의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가장 격차가 적었던 것은 2006년 치러진 제4회 선거였다. 열린우리당 김완주 후보가 48.08%, 민주당 정균환 후보가 36. 53%를 얻으면서 그 격차가 11.55%에 불과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파로 민주당이 난파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정균환 후보의 득표율은 매우 놀라운 수치였음에 틀림없다. 어쨋든 선거다운 선거 한번이 없었던 전북에서 시장, 군수도 아닌 도지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유권자 입장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유종근 전 지사가 재선하던 당시, 단독 후보로 나섰던게 전북의 실상이었다. 전북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갖는 함의가 크다는 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향후 지역정치권은 물론, 중앙당 풍향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거다. 단순한 추인 절차에 불과했던 전북지사 선거전이 적어도 이번 만큼은 도민 한사람, 한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선거의 의미를 되찾는것 같다. 그래서 블랙홀은 꼭 나쁜게 아니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5.20 18:15

[의정단상] 민주주의 광장에 세워진 졸속 정치 조형물

민주주의의 광장이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깃든 역사적 공간인 광화문이 선거를 앞둔 서울시장의 치적 쌓기에 의해 훼손됐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 22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는 ‘감사의 정원’이 개장했다. 지상부의 ‘감사의 빛’ 조형물과 지하 미디어 체험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나 지상부의 조형물이 광화문을 연병장처럼 만들어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조형물은 시장이 직접 밝혔듯 ‘받들어총’형태의 6.25m 석재 조형물 23개로 구성됐으며, 이는 22개 참전국과 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고, 당초 22개 참전국의 석재를 모두 기증받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석재는 7개국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왜 하필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시점에 개장했냐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가 밝힌 ‘감사의 정원’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긴 까닭인지, 앞서 밝혔듯이 조형물의 핵심 콘텐츠인 석재 기증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설치된 7개국을 제외하고, 5개국은 연내 추가 조성될 예정이라고는 하나, 나머지 10개국은 아직 기증하겠다는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7개의 조형물에는 기증한 나라의 국기와 명패, 설명 안내문 등이 함께 설치되어 있지만 15개의 기둥은 안내문 하나 없이 비어있는 상태다. 완성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준공식을 강행한 것이고, 이로 인해 선거용 졸속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장소이다. 광화문광장은 수많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역사적 공간이다.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의 함성이 가득했던 곳이고, 촛불집회와 ‘빛의 혁명’을 통해 시민 주권의 힘을 보여준 곳이다. 그 한복판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대형 조형물을 급하게 설치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불과 4~5km 거리에는 대한민국 전쟁사와 참전국 추모 기능을 이미 갖춘 용산 전쟁기념관 이 자리하고 있다. 감사와 추모라는 사업 취지를 고려하면 공간적 맥락 측면에서도 용산 전쟁기념관이 훨씬 더 어울리는 장소였을 것이다. 거대한 총기 형상의 조형물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단순히 ‘미관을 해친다’, ‘양갈비를 닮았다’는 평에 더해 일부 시민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받들어총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종대왕과 동상과 한글 글자마당 사이를 가로막는 위치에 설치되면서, 세종대왕이 마치 창살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간 연출이 단순히 이벤트성 혈세 낭비를 넘어, 시민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주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 한복판에 군사적 상징물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빛의 혁명’으로 이어져 온 역사를 국가주의와 권위주의적 상징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역사와 기억이 축적된 광화문광장은 한 정치인의 치적을 과시하는 전시장이나 잘못된 역사 인식이 투영된 공간이 돼선 안 된다.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시민 모두의 가치를 담는 열린 광장이 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쳐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을 차기 서울시장의 역할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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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5

[타향에서] 초과이익 차지하기의 관계경영학

지금 이 시점의 최고 화두는 ‘초과이익 나눠먹기’가 아닐까 싶다. 반도체 분야의 호황으로 한 회사가 천문학적 이익이 발생하여 주체를 못 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기 몫을 더 챙기겠다고 피투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협력업체도 자기들도 역할이 있었으니 자기들 몫을 내놓으리고 한다. 이에 더하여 최고 정책처인 청와대 고위관리도 국민들에게도 나누어주자고 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것을 제도화하라고 한다. 노조는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18일간 5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300조원이 예상되는데,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에게 호황기에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면 불황기에는 월급을 삭감할 것이냐고 묻자, “이미 불황 때 조금 받거나 안 받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적게 받거나 안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임원들은 우리가 0% 받을 때 3880억원 규모의 성과급(이에 대해 회사는 실적과 관련 없이 임원이 된 3년 후 받는 중장기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을 나눠 가졌다. 직원들은 희생하는데 임원들은 희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조정 결렬 이유를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기반 인센티브 제도화 및 투명화를 요구하는데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업을 하면 최대 100조원 정도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노사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도록 중재하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금년도 1/4분기 경제성장률이 1.7%의 호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신기루이다. 반도체는 경기변동의 사이클이 잤다. 호황과 불황이 짧은 기간으로 변동한다. 경제학에선 생산의 3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말한다. 이 3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낸다. 성과가 발생하면 3요소에 적절하게 배분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의 고용 형태를 보면, 법에서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익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들의 급여는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주주나 자본가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배당을 받지 못한다. 특정 회사 형태의 경우에는 자본금의 몇 배까지도 배상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보면 매년 노사가 체결하는 급여 계약 이외의 경영 성과는 회사의 몫이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6~7%나 되는 엄청난 돈을 1년 성과급으로 받겠다고 하는데 대해 고운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1인당 7억원이 넘는 액수라고 하니 소시민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큰돈이다. 그것도 전체 생산라인을 18일 동안이나 멈춰 세워 100조원의 손실을 볼모로 하는 것은 불로 날아드는 부나방과 같은 짓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뒷걸음치지 않은 것은 반도체 부문의 선방 때문임을 잘 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노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분규로 발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이해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하여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중재 지원하여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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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5

[기고] 새만금 행정통합,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두 도시, 북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남부의 로스앤젤레스는 프로야구·농구·미식축구에서 저마다 독자적인 팀을 보유하며, 지역 라이벌 의식만큼이나 도시 발전의 궤적도 뚜렷이 다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883년 뉴욕 고담스(New York Gothams)로 출발해 1886년 뉴욕 자이언츠로 개칭한 뒤,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8회. LA 다저스 역시 같은 해인 1883년 브루클린에서 창단되어 1958년 LA로 이전했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9회를 자랑한다. 두 팀은 역사의 뿌리도, 이전 시기도 똑같지만, 지금은 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매 시즌을 불태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팀의 승패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만(灣) 일대의 도시들이 걸어온 광역 협치(廣域 協治)의 경험이다.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에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산호세·프리몬트·헤이워드·버클리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만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은 각각 독립된 자치단체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속도로망이 뻗어나가고 교외 주거지가 급팽창하면서, 교통·주택·환경 문제가 더 이상 한 도시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1961년, 지역 공통 현안을 광역적 시각으로 다룰 필요성을 인식한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캘리포니아 최초의 지방정부협의회인 ABAG(Association of Bay Area Governments, 베이 지역 정부 연합)를 결성했다. ABAG는 출범 이후 주택·교통·경제개발·환경 등 광역 현안을 꾸준히 다뤄왔으며, 1970년에는 베이 지역 최초의 종합 광역계획인 「지역계획 1970~1990」을 수립했다. 2021년에는 약 4년의 작업 끝에 2만여 명의 주민 의견을 반영한 「Plan Bay Area 2050」을 채택했다. 주택·교통·경제·환경 4개 분야에 걸친 35개 전략과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비전으로, 2050년까지 영구 저렴주택 100만 호 공급, 저소득층 대중교통 요금 개혁, 일자리 훈련 및 기본소득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강제력 없이도 101개 도시와 9개 카운티를 하나의 테이블에 모아 60년 넘게 광역계획을 이어온 것, 그것이 ABAG의 가장 큰 성취다. 새만금 권역은 만경강과 동진강을 품은 광활한 방조제 안쪽에 대규모 호소(湖沼)가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수변도시·산업단지·연구단지·관광단지·농업용지·공항·철도·항만이 층층이 포진해 있다. 기존의 군산·김제·부안 세 자치단체가 권역을 에워싼 채 각자의 행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롭게 조성 중인 새만금수변도시(인구 4만여 명 규모)는 그 틈새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속에서 네 주체를 단번에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제도적 정비는 물론, 주민 공감대와 정치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샌프란시스코만의 경험은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행정통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중장기 과제로 두되, 우선은 군산·김제·부안과 수변도시가 광역 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현안부터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구축, 통합 도시계획, 환경 관리, 산업 기반 조성 같은 과제들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시간을 두고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한 가정을 꾸리듯이, 새만금 행정통합 역시 신뢰와 협력의 축적 위에서 단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합이 아니라, 함께 시작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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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20 18:14

[사설] 새만금특자체, 선거 구호에 그쳐선 안된다

더불어민주당 새만금 권역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자들이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북의 해묵은 현안이자 숙제 중 하나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바람직한 공약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문제가 왜 난관에 봉착했는지, 누가 발목을 잡고 있었는지부터 되돌아봤으면 한다. 새만금특자체는 누가 도지사가 되든 풀어야 할 문제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새만금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시급하다. 선거철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말고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곧바로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민주당 이원택 도지사 후보와 김의겸·박지원 군산·김제·부안 갑·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김재준 군산시장 후보·정성주 김제시장 후보·권익현 부안군수 후보들은 18일 전북자치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북·새만금 대도약 경제동맹’을 선언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군산·김제·부안의 잠재력을 하나로 묶는 혁신적 경제동맹인 ‘새만금 특별자치단체연합’을 추진하겠다”며 “새만금을 중심으로 산업·교통·관광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기업 유치와 국가예산 확보, 산업·관광·교통 인프라 구축 등 새만금을 인공지능(AI)과 수소, 재생에너지 산업이 집적된 미래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 전북 경제 도약의 핵심축으로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관할권 문제가 걸려 있어서다. 2010년 방조제 관할권에 이어 신항만 등 사사건건 군산과 김제는 대립했다. 10년 넘게 중앙분쟁조정위원회와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오가며 서로 반목과 불신이 쌓였다. 시장과 시의회가 나서더니 지역 국회의원과 도지사까지 날선 공방이 오갔다. 지난해 3월 새만금특자체 출범을 위한 합동추진단 협약식도 그런 연장선에서 불발됐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은 이원택 의원과 신영대 의원이었고 도지사는 김관영 후보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소지역주의 극복과 함께 그동안 앙금을 털고 대승적 차원에서 이 일을 추진했으면 한다. 누가 도지사나 국회의원이 되든 해야 할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성공적 투자를 위해서, 나아가 전북발전을 위해 승패에 관계없이 지금의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9 19:27

[사설] ‘묻지마’ 프레임 벗겨내야 실효성 있는 치안 대책 나온다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으로 온 사회가 또다시 깊은 충격에 빠졌다. 비슷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매번 대책을 쏟아냈지만, 비극은 다시 되풀이 되면서 도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정의하고 접근해 온 정부와 수사기관의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현재 많은 강력범죄는 ‘이상 동기’ 혹은 ‘무차별 범죄’라는 편리한 용어로 정리된다. 하지만 이런 분류는 범죄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모르는 관계였다는 사실만으로 범죄를 하나의 틀로 묶어버리면,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원인과 위험 신호를 놓치기 쉽다. 범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성혐오와 같은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 사회적 고립, 정신질환, 경제적 실패, 누적된 분노와 좌절 등 여러 요인이 뒤섞여 있다. 지역별·시간대별 특징도 다르고, 피해 대상이 아동이나 여성 등 일정한 경향성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모두 ‘이상 동기’라는 이름 아래 묶어버리면 결국 대책도 추상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늘상 그래왔듯이 CCTV 확대와 가로등 설치, 순찰 강화 등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왜 특정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위험이 발생하는지, 어떤 대상이 반복적으로 범죄에 노출되는지, 사회적 위험 요소가 어떻게 축적되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전북지역도 지역별 범죄 취약요소와 성별·연령별 위험 특성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 맞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을 세밀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두루뭉슬한 대응만 반복해서는 실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건 이후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범죄에 대해 “전면전” 수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은 국민 불안을 고려할 때 당연한 조치다. 특별치안 활동과 엄벌주의는 단기적인 범죄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이면을 얼마나 정교하게 들여다보느냐다. ‘묻지마’라는 단어 뒤에 숨은 진짜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려는 노력 없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는 어렵다. 이제는 범죄를 단순 분류하는 수준을 넘어, 실체에 접근하는 치안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9 19:27

[오목대] 소녀상 앞의 바리케이드

서울시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던 바리케이드가 철거됐다. 설치된 지 꼭 6년 만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서울시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놓인 조형물이 그 시작이다. 열서너 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소녀들. 위안부 할머니의 꿈 많던 소녀 시절을 형상화한 소녀상은 전쟁과 폭력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했던 존재들을 기억하게 하는 상징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넘어, 전쟁과 성폭력, 여성 인권과 국가 폭력의 기억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 소녀상 건립은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로 확산됐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소녀상은 기억의 상징을 넘어 역사 왜곡과 혐오가 충돌하는 공간이 되었다. 극우 성향 인사들과 단체들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모욕과 철거 요구 시위가 거세지면서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해 세운 조형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2020년 6월, 극렬한 시위를 벌이는 극우 단체들의 위협과 훼손으로부터 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소녀상이 차단벽 안에 놓인 풍경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실 피해자를 기억하는 일이 공공의 공간에서조차 보호되어야 하는 현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우리는 피해자를 기억하는 공간 앞에 차단벽까지 세워야 했을까. 역사 왜곡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부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피해자의 증언을 의심하고, 고통을 조롱하며, 기억의 공간을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 역시 그 연장선이다. 문제는 소녀상을 둘러싼 왜곡과 혐오가 더이상 역사 논쟁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자를 향한 극단적 언행 속에는 역사에 대한 다른 해석 이전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의 붕괴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바리케이드가 철거된 지금은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의 기억을 조롱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은 단지 역사 해석의 차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고통과 증언을 부정하고 피해의 기억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역사는 더이상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일이 된다. 바리케이드는 철거됐다. 그러나 피해자의 기억 앞에 놓였던 혐오와 냉소의 장벽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걷어내야 할 것은 소녀상을 둘러싼 바리케이드만이 아니다. 역사적 고통 앞에서조차 타인의 존엄을 외면하게 하는 우리 안의 냉소와 혐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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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6.05.19 19:26

[이성원의 ‘비낀 시선’] 도서관, 외형보다 기능이 중요하다

누가 봐도 근사한 도서관이 내가 사는 근처에 있다. 전주 아중호수도서관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감탄이 나오는,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공간이다. 이런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동안은 자부심을 느꼈다. 막상 찾아가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느 주말, 가볍게 책을 챙겨들고 도서관을 찾았다. 자부심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곳은 ‘도서관’이라기보다 ‘무료 카페’에 가까웠다. 공간 내 소음과 울림이 심했고, 책을 읽을 만한 공간도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달리 내부는 비좁다. 전체 좌석이 101석인데, 그 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일반 열람석은 12석에 불과하다. 공간분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절반에 가까운 50석은 호수 조망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고, 음악 감상 및 청음 좌석도 25석이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정작 ‘읽는 공간’은 가장 주변으로 밀려난 꼴이다. 열람실이 아닌 다른 공간들도 문제다.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이른바 오픈런(개장 전 대기)이 적지 않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자기의 물건을 놔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일이 다반사다. 공공시설이 순환되는 이용 구조를 갖지 못한채, 소수의 일부 이용자들을 위한 고정 좌석처럼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왜 이런 도서관이 필요할까? 이 부근에는 이미 사설 카페가 적지 않다. 풍경을 즐기고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민간에서도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공공이 또 하나의 ‘카페형 공간’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공공의 역할이라면 민간이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도서관이 과거처럼 조용히 책만 읽는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늘날 도서관은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는 열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모여 소통하고 머물며 새로운 활동을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거실’ 역할은 충분히 의미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카페’가 아니라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사람이 머물며 사유하고 스스로를 채워가는 공간이라는 본질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아중지구는 거주 인구수는 많지만, 공공도서관 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도서관을 또하나 들이는 것이 공공예산의 적절한 사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주시가 ‘책의 도시’를 표방하며 특화 도서관을 확충해 온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산책로와 숲, 호수와 결합한 도서관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러나 시설 확충이라는 성과에 치우친 나머지, 정작 도서 구입과 프로그램 운영, 이용 환경 개선 같은 내실이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성동 기지제 주변에 새로운 도서관 건축이 한창이다. 아중호수도서관처럼 기지제를 내려다보는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이 사진찍기 좋은 곳에 그쳐서는 안된다. 공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치밀하게 시행했으면 좋겠다. 도서관은 건물의 외형이나 숫자로 평가되는 공간이 아니다. 많은 시민들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는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도서관의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시민이 책을 읽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인지, 공공재로서 공정하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도서관의 생명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6월 3일 선거일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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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9 19:26

[새벽메아리]소설과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으로 보는 샹그릴라

1933년에 출간된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은 우리에게 샹그릴라를 선사하였다. 설산 아래 금빛 찬란한 라마교 사원이 있고, 빙하· 호수· 대초원이 있으며, 방마다 산더미처럼 책들이 쌓여있는 곳,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곳, 황금이 널려 있는 곳……. 무엇보다 세상에 만연한 병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곳. 지리적으로는 히말라야 동부 티베트 어느 지역쯤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미국은 연방 공무원 휴양소 이름을 샹그릴라로 명명(훗날 ‘캠프 데이비드’로 개명)하는가 하면, 콜롬비아사에서는 두 번(1937년, 1973년)에 걸쳐 영화를 만든다. 히틀러는 소설의 배경이 될 만한 히말라야 동부에 특수부대를 일곱 번이나 파견한다. 탐험대의 일원이었던 두 사람이 네팔 주둔 영국군에게 잡혔다가 티베트로 탈출하게 되고, 그들의 티베트 생활상이 논­픽션으로 발표된다. 영국은 훗날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를 만드는데, 중국은 이 영화가 자국의 티베트 강점이 주제라는 이유로 반 중 영화 1호로 낙인찍는다. 소설에 기반한 동명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1937)>를 중심으로 샹그릴라에 다가가 본다. 주인공 ‘콘웨이’는 인도 바스쿨의 영국 영사관 근무자다. 토착민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백인들을 피난시킨 후 일행 4명이 낯선 비행사가 조종하는 비행기로 이곳을 떠난다. 비행기가 히말라야 상공으로 추정되는 곳을 날고 있는데……. 이 부분 책의 묘사를 보자. ‘만월이 떠오르고, 마치 하늘의 등불 켜는 사람처럼 봉우리들을 하나씩 비추자 마침내 검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긴 지평선이 빛나면서 나타났다.’ 잠시 후 흔들거리던 비행기는 눈 쌓인 산골짜기에 불시착한다. 한참 뒤 난데없이 나타난 현지인들의 인도로 라마사원에 도착한다. 이 일대가 이른바 샹그릴라(Shangri-La)라는 것. 1734년 카톨릭 ‘페로’신부가 산에서 길을 잃고 이곳 라마사원에 도착했다. 불로의 영약과 산속 정기를 마시고 건강한 몸이 되어 90세 나이에 라마교 교두가 되었고, 지상낙원을 설립하였다. 이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던 중 콘웨이는 페로 신부를 만난다. 신부는 자기 뒤를 이을 ‘하이 라마’(승정을 이르는 말)로 콘웨이를 지목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들 일행은 사고를 당한 게 아니고 이곳에 초청된 것이라 해야 할성싶다. 신부의 말이 이어진다. “……. 요즘 세상을 보시오. 강대해진 국가들이 제각기 분별없이 세력만 팽창시키고 살상적인 전쟁 무기가 증강돼서 무장군인 한 명이 한 군대와 맞먹게 되오. 지배욕과 광기로 혈안이 된 인간들이 인류의 위대한 문명을 파괴하는 것도 봤소.” 이곳 블루문 계곡에서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며, 자기 뒤를 이어달라고 부탁한 후 앉은 자세로 절명한다. 콘웨이는 일행의 성화로 결국 이곳을 떠나는데, 동행자들은 눈사태와 사고로 행방불명 되고 홀로 구조된다. 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하는데, 단신으로 설산을 헤매다가 극적으로 다시 샹그릴라에 도착한다. 평화와 안락 속에서 생존과 투쟁이 아닌 삶이 환희로 다가오는 곳을 꿈꾸지 않았는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불로의 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구할 신비의 꿈 샹그릴라. 그런데 샹그릴라는 ‘디칭’ 토속어로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라니 아이러니다. 제목에 나오는 ‘지평선’도 환영의 소산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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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9 19:25

[기고] 전북은 민주주의 성지다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스스로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정치제도가 민주주의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평등한 주권재민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온전한 주권이 주어져 화평을 이루었다면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것이다. 백성의 평등 권리인 대동사상을 외쳤다 하여 조선의 집권 세력은 당사자는 물론 함께하였던 올곧은 1000여명의 유능한 천재 선비들을 참혹하게 참사하여 결국 임진왜란까지 당하게 한 사태가 바로 기축옥사이다. 대동계를 조직하여 서기 1589년에 대동사상과 민주주의의 원초인 공화주의를 주창하였던 위대한 정여립 선생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고 진안 죽도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430여 년 전 일이다. 그로부터 200년 후인 서기 1894년에 권력자의 탄압에 백성을 구하고자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켜 주권재민의 쟁취를 위하여 선봉에 섰던 전봉준 장군의 탯자리도 전북 정읍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민주 영토를 이룩한 대동사상과 동학사상이 도도하게 흐르는 전북에 때아닌 주권재민의 함성이 처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바로 6.3 선거를 두고 일어난 사태이다. 정당정치는 민주사회의 기본 통치 이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은 그 나름대로 정강이 있어야 하고 오직 국민을 위하고 바라보는 설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나오는 당을 여당이라고 하며 그 상대당을 야당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여당 대표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비밀 아닌 비밀로 막강하여 국정운영의 한가운데 있다. 이 집권 여당의 당정 활동이 주인인 국민에게 얼마나 헌신했는가 더 나아가 나라를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였는가에 따라 다음 꼭지에서 운명이 갈리게 된다. 즉, 국민들은 그동안의 성과를 선거로서 심판을 하게 된다. 그 심판의 중간 과정이 바로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도지사를 비롯하여 교육감 및 시장·군수·지방의원들을 선출하는 날이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지 그 지역민들이 주인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주인은 도민들이다. 어떤 과정이든 주인에게 주어진 기본적 권리와 권한을 무모한 압력으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작금에 집권 여당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불평등한 잣대를 도민들에게 내비치는 처사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황당한 것은 어느 누가 보거나 들어도 불평등이 확실한 처사에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를 겁박하고 감찰하라는 철없는 행위는 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불 난데 부채질하는 꼴이 될까봐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위험스런 선거놀이가 계속된다면 멀지 않는 대선과 총선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하며 집권 여당의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인선 과정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혹여 검은 먹줄이 튀지 않을까 우려스럽고 전북도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행위의 결과에 전국민들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한가운데 있는 도민들이야말로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되며 만약 이런 불합리하고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전북도민은 상대가 누구이든지 민주주의의 텃밭을 지키는데 주저하지 아니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였다. 정성껏 가꾸면 그만큼 보답을 받을 것이고 게을리하면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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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9 19:25

[사설] 도민 선택권 짓밟는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

6·3 지방선거에서 후보 등록만으로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나왔다.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에 해당한다. 당선자들은 행운이라고 좋아할지 몰라도 선택과 경쟁이 사라지면서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박탈된 것이다. 과연 이렇게 당선된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의원은 중앙당 지도부를 바라보고 지방의원은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만을 우러르는 양당 구조가 낳은 비극이다. 이런 상태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작동될 수 있을지 참담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4∼15일 후보자 등록 결과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투표없이 당선이 확정된 전국의 지방의원 후보는 선거구 2349곳 가운데 307곳(13%)으로 504명에 이른다. 기초단체장도 광주 2곳과 경기 시흥 등 3곳이다. 전북의 경우는 훨씬 심하다. 전북도의원의 경우 지역구 38곳 가운데 65.8%에 해당하는 25곳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비례대표 6명을 포함하면 도의원 44명 중 70.5%인 31명이 정당공천만으로 당선된 것이다. 10명 중 7명이 주민의 심판 없이 배지를 단 셈이다. 지방선거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전주시는 전체 12개 선거구 중 10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되었다. 익산시 5개, 완주군 2개, 고창군 2개 등 관내 선거구 모두 무혈입성했다. 기초의원의 경우도 21명의 후보가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현실은 정당이 주민의 선택권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 민주당의 경우 지방의원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로 뽑는다. 전북의 경우 권리당원은 많아야 전체 주민의 20% 안팎이다. 그렇다면 전체 주민의 80%는 이미 투표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지방의원은 감투를 쓰면 완장질을 서슴지 않고 각종 이권과 인사 개입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국회의원의 하수인이요 몸종 노릇만 잘하면 된다. 의식 있고 실력 있는 인사들은 아예 이러한 구조에 진입하려 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급선무다. 우선 후보가 1명이라도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공보물 발송과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 최소한의 자질 검증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지역정당 허용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거법 개정은 국회의원의 손에 맡길 수 없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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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5.18 19:06

[사설]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 열기가 식어서는 안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가 추진하는 ‘2036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는 우리 지역의 미래 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북도 관계자들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산 관리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강원도를 방문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2036년 대회’까지 10년여가 남은 듯 보이지만, IOC 유치 절차가 수시 대화체로 바뀌어 결코 시간이 넉넉지 않다. 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대사가 선거철 정치 국면에 매몰되어 시계가 멈추거나 추진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 선거 등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준비와 열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현재 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5’를 통해 ‘저비용·고효율·친환경’ 중심의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IOC의 기준은 “대회를 치를 역량이 있느냐”가 아니라 “대회 이후에도 도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느냐”로 바뀐 것이다. 전주가 세계의 다른 도시들을 제치고 선택받기 위해서는 ‘지속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지 입증해야 한다. 기존 대도시 중심 올림픽과 차별화된 ‘지역 균형발전형·지방 연대형 올림픽’이라는 전북만의 모델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준비해야 한다. 새만금, 전주한옥마을, 무주 태권도원 등 지역 내 생태·문화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올림픽 이후 미래가 더 빛나는 도시”라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결코 전북도와 전주시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올림픽 유치는 자치단체의 역량을 넘어 국가적 총량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유관 기관, 문화·체육계,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이 총체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유치 지원 체계를 신속히 가동하고, 여야를 초월한 정부 지원 특별법 제정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민들의 공감과 참여도 중요하다. 올림픽 개최가 전북의 미래 교통망 확충, 문화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명확한 효능감을 제시하여 시민 주도형 상향식(Bottom-up) 열기를 결집해야 한다. 당위성만 앞세운 장밋빛 계획에서 벗어나, 범국가적 거버넌스와 정교한 지속가능성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 유관 기관들이 함께 손잡고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엄중한 책임감으로 유치 전략의 구체성을 다듬어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8 19:05

[오목대] 지워지는 이름들, 퇴장의 셈법

시작은 창대했다. 그런데 그 끝이 석연치 않다. ‘끝까지 뛰겠다’며 거듭 완주를 장담했던 전북교육감 예비후보의 단일화·사퇴 과정을 놓고 선거판이 시끄럽다. 그냥 조용히 물러날 수는 없었을까. 비단 이 한 사람만의 사례는 아니다. 이합집산의 단골 무대인 교육감 선거는 물론이고, 정당 공천 과정을 거치는 전북지역 시·군 단체장 선거에서도 단일화와 지지선언이 떠들썩하게 이어졌다. 너무 잦은 이합집산 탓에 어떤 조합이었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렵다. 무대 뒤로 퇴장하면서 등 뒤로 은밀한 계산서를 숨기고, 구차한 명분을 내세우는 그들의 모습이 볼썽사납다.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일말의 승산조차 남지 않은 서글픈 현실 속에서 정치적 셈법으로 출구를 찾으려는 궁여지책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체감했다면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이자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현실의 선거판에서 그런 모습은 오히려 예외에 가깝다. 하나둘 이름이 지워진다. 후보자 등록 일정이 마무리됐지만, 투표일 직전까지도 퇴장은 이어질 수 있다. 현실의 한계에 직면한 후보들에게는 ‘퇴장의 기술’, 이른바 출구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득표율 10%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기탁금과 막대한 선거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도 끝까지 링 위에서 버티는 것은 엄청난 재정적·정치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여기서 그들의 계산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세 불리기에 급급한 다른 후보 측의 손짓도 빨라진다. 한 표가 아쉬운 선두권 후보의 세 확장 전략과 빚더미를 피하고 실리를 찾으려는 후보의 출구전략이 만나는 지점에서 ‘퇴장의 기술’이 완성된다. 이들이 마주 선 지점에는 그동안 외쳐왔던 개인의 신념이나 지역발전 정책 방향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상호 이해득실이라는 냉혹한 현실만 ‘밀실의 계산대’에 오른다. 후보 간 단일화나 정책연대, 지지선언이 ‘1+1의 단순한 덧셈’이 되지 못하고, 진영 내부의 강한 반발과 각자도생, 심지어 역선택까지 불러오는 이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전북교육감과 전주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 같은 웃지 못할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지금도 링 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남은 후보들에게 눈길이 간다. 거대 정당의 전략적 공천이나 이해득실 계산 없이 신념 하나로 버텨온 후보라면 더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관습이 된 정치공학적 판단을 내려놓고, 거대 정당의 익숙한 소음도 잠시 차단해보면 어떨까. 진영논리와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무대 구석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후보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지금 그들의 이유 있는 ‘값비싼 목소리’에도 한번쯤 귀를 기울여보자.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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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5.18 19:05

[문화마주보기] 민화의 유쾌한 감성, 전시 콘텐츠로 개발을

2025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계기로 우리 민화 호작도(虎鵲圖)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인 K-팝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주된 이유겠지만, 호작도가 품고 있는 조형적 매력이 감각과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미술이란 그런 것이다. 전혀 모르는 낯선 작품이 문득 마음에 들어오는 경험,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전통미술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상품 가운데 호작도 굿즈는 유독 친근하게 다가온다. 민화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조형과 감성이 일상의 맛깔난 양념 한 스푼이 된다. 민화 자체가 일상의 살림살이와 아주 가까운 장르이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부쩍 늘어난 민화 그리기 강좌의 인기 또한 민화가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 민화의 모티프를 원용한 현대 작품을 만날 때는 더 반갑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삶 속에 각인된 문화 DNA가 작용하는 것이리라. 민화는 19세기 중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왕실이나 상류층의 고급 수요와는 달리 민간의 수요에 맞춰 성장하였다. 심오한 의미를 함축한 우의적(寓意的) 표현, 개인이나 한정된 수요자를 위한 맞춤 제작,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제작 공정 등은 민화의 몫이 아니다. 기복(祈福)과 액막이의 원초적인 상징, 강렬한 조형, 기성 이미지의 반복적 다량 생산, 쉽게 구매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유통 구조 등이 민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민화는 상업 기반이 갖추어진 도시 공간에서 형성되고 향유되는 대중문화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전주는 전북의 중심지로서 오랫동안 역사를 이어온 만큼, 전통에서 근대도시로 이행의 자취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그 자취는 민화의 시대와 겹쳐진다. 이 시기에 꽃 피어난 완판본 인쇄물, 판소리 등 전통 대중문화는 민화와 상통한다. 민화가 전주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지역의 중요한 문화 자산을 돋보이게 만들고 공통의 시대성을 드러내는 시각미술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 관련 민화 자료도 있다. 1837년에 태어나 전주에서 활동했다고 알려진 민화 화가 장산파(長山波)의 존재는 전라도 지역 민화의 양상과 특징을 파악하는 단서이다. 민화는 작가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기에 특히 중요하다. 전북 임실에서 제작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간 낙화(烙畫) 역시 지역 민화의 양상을 알려준다. 1세대 민화 수집가이자 연구자인 소호(小好) 김철순(金哲淳, 1931-2004) 선생의 민화 컬렉션은 전주역사박물관에 기증되어 소장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전주에서 민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와 자산은 있지만, 민화에 대한 학술적 관심과 접근이 여전히 더디고, 실물 작품의 조사연구 성과 부족, 개념 정립의 과제 등으로 인해 활용의 폭이 넓지 않았던 아쉬움 또한 있다. 다행히 활용과 관련하여 민화는 확장의 여지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공예품이나 복식, 장신구 등의 문양, 자수, 건축 등 의식주의 여러 세부 영역에서 민화와 공통된 모티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시문화와 대중문화의 한 갈래로, 생활미술의 영역에서, 한국적인 독특한 조형과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쾌한 감성을 전시 콘텐츠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민화 작품에 대한 현황 파악과 조사가 시급하다. 국립전주박물관을 비롯하여, 지역 공사립, 대학 박물관의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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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8 19:04

[경제칼럼] 새로운 프런티어, ‘블루 이코노미’가 바꿀 전북의 미래

전북은 오랫동안 ‘황금들녘’으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곡창지대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으로 사랑받아 왔다. 최근에는 농생명 바이오와 첨단 전략산업, 새만금사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성장축인 ‘섬과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 육지 중심 성장의 한계를 넘어 해안과 섬이 가진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고, 해양자원을 보전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블루 이코노미’도 전북의 새로운 미래 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 블루 이코노미는 단순한 해양 개발이 아니다. 해양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면서 산업과 관광, 물류, 에너지, 바이오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미래형 경제 모델이다. 전북은 새만금과 서해안,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이러한 전략을 실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바다는 단순한 수산업 공간이 아니라 미래 산업과 글로벌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인식돼야 한다. 전북의 해역은 해양 바이오산업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풍부한 해조류와 수산자원, 다양한 해양생물은 전북의 농생명 바이오산업과 결합할 때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단순한 수산물 생산과 가공을 넘어 의약품, 기능성 건강식품, 화장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해양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침체된 어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인재 유입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통 수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양식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저탄소 어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수온과 질병 등을 실시간 관리하는 기술이 확대되면 어업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어민들의 경험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될 때 전북의 바다는 미래 산업의 전진기지로 성장할 수 있다. 블루 이코노미의 핵심 거점은 새만금이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을 연계해 해양 바이오와 재생에너지 산업 물류에 특화된 동북아 해양 물류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전북자치도가 추진하는 새만금 신항 크루즈 활성화 전략을 통해 전북 해양경제를 세계와 연결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2027년 세미크루즈 유치와 2028년 정식 취항 목표가 현실화된다면 전북은 글로벌 해양관광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섬 발전 전략도 다시 새롭게 추진돼야 한다. 명도·방축도·신시도 등을 중심으로 기반시설과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고군산군도를 체류형 해양관광지로 육성해야 한다. 인도교와 트레킹 코스 조성, LPG 공급시설 확충 등은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섬은 단순한 관광지을 넘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전북은 이제 내륙의 경계를 넘어 바다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스마트 수산업과 해양 바이오산업, 글로벌 항만과 크루즈 관광, 활력 넘치는 섬이 조화를 이룰 때 전북의 블루 이코노미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물론 해양 생태계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이라는 책임도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 바다는 준비된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준다. 전북 미래의 또 하나의 축은 섬과 바다에 있으며, 그 새로운 여정을 채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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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8 19:04

[데스크 창] “민주당 공천이 당선?”···강제된 투표, 선택은 유권자 몫

지난 15일 마감된 6·3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전북에서는 도의원 25명, 기초의원 21명이 경쟁후보 없이 무투표 당선을 확정했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으로 유권자의 선택조차 받지 않은 채 당선이 결정됐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호남정치의 고질적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선거는 본래 정책과 비전, 후보자의 자질을 놓고 유권자가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 속 지방선거는 경쟁보다 결과가 먼저 정해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은 후보 개인보다 정당 간판을 보고 투표하고, 선거는 민주적 경쟁이 아닌 사실상의 확인 절차로 변질되고 있어서다. 특히 시·도의원 선거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방의원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과 정책을 다루고 행정을 감시해야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상당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공천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면서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의정역량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쟁후보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정치구조가 또 다른 왜곡 현상까지 낳고 있다.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들이 다시 시·도의원 선거로 체급을 낮춰 출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기초단체장급 정치인이 지방의원 선거로 내려오는 것을 정치적 후퇴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 아래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원직이 주민 대표성과 정책 역량 중심의 자리라기보다 공천 경쟁만 통과하면 안정적으로 당선될 수 있는 정치적 안전지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방의회의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만, 특정 정당 중심으로 의회가 구성될 경우 비판과 토론 기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정치적 기반 안에서 움직이는 의원들이 행정을 날카롭게 견제하기보다 안일한 의정활동에 머무르는 사례도 반복된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호남에서는 “어차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과 기대 역시 낮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후보 간 정책 차이나 능력을 비교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또는 정당만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사실상 강요된 투표에 가깝다. 물론 특정 정당에 대한 호남 지역민의 지지는 역사적·정치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결과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 정당 독점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경쟁이 사라진 정치권은 긴장감을 잃고, 공천권만 바라보는 정치문화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지방정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정당은 지역독점에 안주하기보다 책임 있는 공천시스템과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정당이 아니라 후보 개인의 정책과 역량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당세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인 만큼, 이제는 공천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를 넘어 경쟁과 검증을 통해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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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곤
  • 2026.05.1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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