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심으로 학교 이전 잇따라 옛 학교 활용계획은 헛바퀴만 공동체 중심공간에 새 활력을
# 철거된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옆 옛 전라중학교. 드나드는 사람 한 명 없이 적막하다. 주인은 진작 떠났다. 전주 에코시티에 건물을 신축하고 2024년 이전 개교했다. 학교 이전은 2020년 학생과 학부모·교직원들의 찬반 투표로 결정됐다. 당시 도교육청은 전라중 부지에 전주교육지원청과 영재교육원·특수교육지원센터 등 교육지원시설을 배치해 원도심의 교육행정 기능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후 서거석 전 교육감이 전주교육지원청 대신 미래교육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부지 활용 방향이 바뀌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전라중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7월 개관을 목표로 미래교육캠퍼스 건립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설은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이달 중에는 착공식을 열 계획이라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당초 약속했던 올 7월 개관은 물건너갔다.
# “주민들이 눈물지으며 삶터를 등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난 2023년 초 군산시의회는 ‘군산초에 이어 동산중학교까지 떠나면 원도심은 쇠락을 넘어 소멸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 이전부지 활용대책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그해 3월 원도심에 있던 군산 동산중은 신도심인 지곡동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지금 시의원들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교육청은 지금껏 학교부지 활용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지난 2019년 군산초등학교가 지곡동으로 옮겨갔다.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의 이전 사례로 관심을 모은 가운데 원도심 학교 부지에 전북교육박물관 건립계획이 추진됐다. 하지만 끝내 무산됐고, 지금은 교육기록원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 중이다. 옛 학교 건물과 운동장은 8년째 빈 공간으로 남아있고, 미래도 알 수 없다.
교육청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주민·학부모, 그리고 교육단체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이 없다. 명판을 떼어내 신도심으로 옮겨간 새 학교에만 관심이 쏠렸다. 원도심에 버리고 간 학교 공간 활용 방안은 애초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수의 힘을 내세운 신도심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급했을 것이다. 원도심에 수년째 방치돼 있는 옛 학교가 이를 방증한다.
원도심 학교의 신도심 이전 계획은 줄줄이 이어진다. 올해 군산 내흥초등학교에 이어 내년 3월에는 군산 남중과 군산 상일고가 이전 개교한다. 그리고 2028년에는 전주 미산초와 전라고가 에코시티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분교장으로 활용하기로 한 미산초를 제외하고는 학교부지 활용계획이 확정된 곳은 없다. 논의만 무성할 뿐이다. 시의원들은 지자체가 활용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떠난다. 사람이 먼저 떠났고, 학교가 따라간다. 그리고 학교마저 사라진 마을, 주민들이 또 떠나간다. ‘이전’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폐교’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교육부가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을 내세워 학교 신설을 제한하면서 지역교육청이 ‘학교 이전’이라는 해법을 찾은 것이다. 빈자리가 크다. 지역공동체의 중심공간이었던 학교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활력을 채워넣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학생이 떠났어도 학교는 ‘도시의 기억’이자 도시재생, 공동체 복원의 중심공간이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이 의미 있는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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