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고]풍년 농사의 시작은 ‘안전’⋯농기계 점검과 안전수칙이 ‘백신’

라명순 익산소방서장

동토(凍土)가 녹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농촌 들녘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영농 준비로 분주해지고, 경운기와 트랙터 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봄은 농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는 계절이지만, 역설적으로 농기계 사용 빈도가 급증함에 따라 안전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게 고개를 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농기계 사고는 일반 차량 교통사고와 비교했을 때 치사율이 현저히 높다. 별도의 안전장치가 부족해 사용자가 기계에 끼이거나 전도되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의 사용자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농기계 점검과 안전 수칙 준수는 단순히 권고되는 사항이 아니라, 건강한 풍년 농사를 위해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필수적인 ‘백신’과 같다.

최근 3년간(2023~2025년) 도내에서 발생한 농기계 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그 위험성을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이 기간 총 481건의 사고로 24명이 목숨을 잃고 457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기별로는 봄철에 157건(32.6%)이 발생하여 수확기인 가을철(160건, 33.2%)에 육박할 만큼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기종별로는 경운기가 124건(25.7%)으로 가장 많았고 예초기 51건(10.6%), 트랙터 48건(9.9%)가 뒤를 이었다. 이는 농촌에서 일손 부담을 덜어주는 고마운 장비들이 자칫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겨우내 보관했던 농기계를 꺼낼 때는 타이어 공기압을 시작으로 브레이크, 조향장치, 등화장치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기계 내부의 각종 오일 상태를 점검하고 누유 여부를 살피는 것은 기계의 고장뿐만 아니라 화재 사고를 방지하는 첫걸음이다. 느슨해진 볼트나 너트가 없는지 세밀하게 조이는 작업 하나가 큰 사고를 막는 초석이 된다.

실제 작업 현장에서의 수칙 준수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작업 시에는 회전 부품에 옷자락이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몸에 밀착되는 작업복과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며, 경사진 길을 이동할 때는 전복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저속 주행해야 한다.

또한, 도로 주행 시 일반 차량과의 추돌을 방지하기 위해 농기계 뒷면에 야광 반사판 등 등화장치를 부착하고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음주 후 농기계 조작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명심하고 절대 금해야 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처럼 농업은 우리 삶의 근간이며, 그 농업을 일구는 농민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한 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풍년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 때 막아야 한다. 소방서에서도 농촌 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안전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는 사용자 스스로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마음가짐이다. 농기계 점검을 생활화하고 안전운행을 실천하는 작은 노력이 모여, 올 한 해 모든 농가에 사고 없는 평온함이 깃들고 가을날 풍성한 수확의 기쁨만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 소방 역시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전북현대정정용 감독“팬들에게 죄송…공격적인 색깔 되찾겠다”

전북현대역전골에 또 무너졌다..전북, 안방서 인천에 1-2 패배

오피니언[사설]새만금 개발, 정부의 실행력으로 증명할 때다

오피니언[사설]지방선거 경선, 이제 지방의원에 관심 가져야

오피니언선거의 시간과 전수천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