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6 22:1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기업 유치를 바라보는 공무원 시각

불합리한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대불산단 전봇대’ 가 우선 꼽힌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 활동의 불편을 초래하는 영암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제거한 이후 규제 완화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다는 의미다. 15년이 지난 지금 전북에서도 김관영 지사의 제2 ‘전봇대 뽑기’ 작업이 한창이다. 기업 유치를 가로막는 불편 사항을 없애고 투자를 속도감 있게 이끌어 내겠다는 김 지사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런데 손발을 맞춰야 하는 일선 공무원이 오히려 무사 안일과 주먹구구 행정으로 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은 경우 그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A군청은 기업 여러 군데서 신청한 합법적인 공장 건축허가에 대해 주민들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불허 처분했다. 또 자치단체 대부분은 자체 내부 전산망을 통해 구비서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서류 제출을 재차 요구했다. 심지어는 공무원이 작성해야 할 서류를 기업에 떠넘긴 사례도 전북도 감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밖에 200여 건에 달하는 기업체 민원을 최장 95일간 질질 끌며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했다. 창업 회사는 재산세와 부담금 면제 대상임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되레 1억7900만 원을 부과했다. ‘나사 풀린’ 황당한 사례는 이 외에도 밝혀진 게 적지 않아 공직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지우지는 못했다. 김관영 지사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기업 유치를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는 LG화학, GEM코리아, 두산 등 대기업이 투자를 약속하며 1년 만에 7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투자 유치를 달성했다며 기염을 토했다. ‘기업하기 좋은 전라북도' 를 슬로건으로 내건 그의 기업 유치 전략은 도민 정서를 제대로 꿰뚫어 본 결과다. 지난달 전북일보 창간 73주년 여론조사에서도 민선 8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도민 40% 이상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원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게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다. 한 달에 한 번 기업체를 방문해 실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줌으로써 공무원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기업 유치는 자치단체마다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무엇보다 상생 이익을 전제로 하기에 말처럼 쉽지 않다. 투자 가치를 따지는 기업 입장에서 전북은 후순위 투자처로 밀려나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20대 대기업도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 선호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경우 대전 충청까진 차선책 대상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전북 이전은 직원들이 극도로 꺼려하는 데다 전문 인력 수급 또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주변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기업 유치 업무를 맡은 현장 공무원의 일처리 방식은 보다 명확해진다. 젊은 층 일자리를 마련하고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는 길은 기업 유치가 답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7.13 17:52

새만금개발청장의 역할

각 부처 차관은 행정부 전체를 통틀어 봐야 몇자리 되지 않지만 차관급에 해당하는 자리는 수백개가 넘는다. 같은 차관급 자리라고 하더라도 예산을 관장하는 기재부 2차관 같은 자리는 선망의 대상인 반면, 새만금개발청장은 선호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각 부처에서 차출돼 나온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데 재능있는 직원들은 저마다 각 부처로 복귀해서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다 새만금개발청은 수십개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데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소재지도 지방이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지금부터 꼭 10년전 이병국 초대 새만금개발청장이 부임한 이래 이철우, 김현숙, 양충모, 김규현에 이어 최근 김경안씨가 6대 청장에 취임했다. 지금까지 6명의 청장은 저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지녔는데 이상하게도 지방정부인 전북도나 군산시 등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총리실 출신인 초대 이병국 청장이 4년 가까이 재임하면서 큰 틀을 잡았는데 그도 막판 공개석상에서 송하진 당시 지사로부터 “물러나라”는 말을 듣기까지 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제2대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 역시 총리실 출신이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북 출신 인사가 청장을 맡는 관행이 이어졌는데 대체로 1년반 가량 재임했다. 제3대 김현숙 청장은 관료가 아닌 전북대 교수 출신 발탁으로 인해 눈길을 끌었었고, 제4대 양충모 청장은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였다. 대체로 이철우, 김현숙, 양충모 청장을 거치면서 새만금개발에 대한 기반이 잘 닦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5월 국토부 출신 제5대 김규현 청장이 부임했는데 그는 1년2개월만에 전격 경질돼 가장 단명한 청장으로 기록됐다. 항간에선 전북도나 군산시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상공인 등과도 불편한 관계를 가지면서 여러곳에서 경질을 건의했다는 말도 들린다. 심지어 새만금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도 새만금개발청장이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면서 갈등이 격화됐다고도 하는데 묘한것은 그의 재임시절 새만금에 7조원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며칠전 제6대 새만금개발청장에 김경안 국민의힘 전북 익산갑 당협위원장이 임명됐다. 그는 민정당이나 민자당 도당에서 조직부장, 청년부장을 맡으면서 주요 정치행사가 있을때마다 당기를 휘드르며 보무도 당당하게 행사장을 누볐던 것으로 유명했다. 남들은 잘해야 한번 하기도 어려운 비례대표 도의원을 그는 3번이나 역임했고, 한국농어촌공사 상임감사, 서남대총장 등을 지내면서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1인치가 있다는 말도 듣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전임자가 대놓고 반대했던 K푸드 활성화를 표방하면서 새만금항의 식품 전용 항만 특화 필요성을 강조, 눈길을 끌었다. 지역민들의 관심속에 취임한 김경안 청장이 실타래처럼 얽힌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훗날 퇴임하면서 그가 뚜렷한 업적을 남긴 청장으로 각인되기를 거듭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7.12 15:46

연극 '두 영웅' 이야기

남원 출신 원로 극작가 노경식 선생을 서울의 대학로에서 인터뷰로 만난 것은 7년 전이다. 대학로는 한 길 극작가로만 살아온 그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출판사에 근무하면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던 그는 1981년, 전업 작가가 되었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여인 3대의 삶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애환을 담은 ‘달집’(1971년)이다. 그동안 발표한 희곡은 40 여편. 그 대부분이 무대를 만나 생명을 얻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이들 작품을 무대로 불러낸 것은 역사와 시대적 상황을 딛고 있는 작품의 주제 의식과 사실주의 양식을 기반으로 한 극적 완성도의 힘이었다. 2016년, 그의 등단 50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연이 대학로의 극장에 올랐다. 2007년 국립극장의 의뢰를 받아 완성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활자로만 묶여 있던 ‘두 영웅’이다. 8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도 그렇거니와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원로와 중견 배우들이 함께한 그 무대는 선생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두 영웅’은 같은 시대를 살다간 조선의 사명대사와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다. 1604년 탐적사로 일본에 파견된 사명대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하고 협상하면서 결국은 두 차례의 왜란으로 잡혀간 조선인들을 귀국시키는 여정을 그렸다. 창작 초연작 ‘두 영웅’이 올려지기 바로 한해 전인 2015년,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협의해온 결과를 한일 양국 이름으로 공동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과 과정 그 어느 것도 명분 없이 이뤄진 합의 내용에 국민의 반감은 높았다. ‘두 영웅’이 특별히 주목을 받았던 바탕에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도 있었던 셈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한일관계를 보면 400여 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위안부에 대한 합의 내용을 보니 더 그렇다. 사명대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화해로 서로 강화하면서 양국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수교를 이끌어냈다.” 선생은 “그 바탕에 신뢰가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서로를 신뢰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외교”라고 강조했다. ‘두 영웅’이 다시 무대를 만났다. 올해는 전주와 밀양으로 이어지는 무대다. 다시 만난 ‘두 영웅’은 여전히 난맥으로 엉켜 있는 한일관계의 바탕을 돌아보게 한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신뢰도 없는 관계에서 진정한 외교적 힘이 발휘될 리 없다. 사명대사의 협상력과 담판의 여정이 이어낸 외교적 성취가 빛난다. 역사와 시대를 직시해온 원로 극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더 또렷해지는 이유를 알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7.11 15:09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유감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커뮤니티센터’로 불리는 주민 공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골프연습장과 헬스장·수영장·작은 도서관·독서실·키즈놀이터·북카페 등 다양한 운동·여가시설이 한 곳에 밀집된 이 공동체 공간은 입주민들의 자랑거리다. 건설사들도 갈수록 높아지는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커뮤니티센터 고급화·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주민 공동시설)은 법령으로 의무화돼 있다. ‘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아파트 규모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공동시설을 명시해놓았다. 150세대 이상은 경로당과 어린이놀이터, 300세대 이상은 어린이집, 500세대 이상은 운동시설과 작은 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150세대 이상의 국내 모든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설은 아파트별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메이저 건설사들이 2000년대 들어 법령에 규정된 시설보다 훨씬 다양하고 고급화된 주민 공동시설을 커뮤니티센터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활공간인 아파트는 예전 마을공동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마을인 셈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마을의 다양한 공동체시설이 담당했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취향을 내세우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동체 필수시설마저 철저히 외면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아동 돌봄시설이 아쉽다. 저출산 시대, 아동 돌봄이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교육청이 다함께 돌봄센터·늘봄학교 등 돌봄 공동체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2021년 관련 규정을 개정해 500세대 이상 신축 공동주택 단지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다함께 돌봄센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만, 입주예정자 절반 이상이 반대할 경우 설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지금 전국 각 지역 신축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센터에서 아동 돌봄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에코시티와 효천지구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단지가 속속 들어선 전주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기반 돌봄서비스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도시에서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떠올랐지만 주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 기관의 하소연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최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은다.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의시설을 속속 주거공간으로 끌어들여 벽을 세우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공동체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역 공동체에 맡겨진 사회적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7.10 11:12

인물본위로 가야

전북이 낙후를 떨치려면 먼저 경쟁의 정치체제를 만들어줘야 한다. 충청도처럼 여야가 경쟁하는 모습이 이뤄져야 국회의원들이 더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지금처럼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되는 구조가 계속되는 한 전북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도민들이 전북의 경제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풀려 전주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밤 9시 이후에는 적막강산을 이룰 정도로 고요하고 거룩하기만 하다. 전북은 그간 정권적 이해관계가 없고 민주당 일당독주체제가 만연해 있는 지역이라서 기업들도 별반 눈독을 들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국회의원들과 시장 군수 등 선출직들의 역량이 한참 떨어져 지역발전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AI가 세상의 중심에 서서 지역발전을 선도해 가고 있는데도 도민들이 아직도 바깥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 가는지를 잘 모른 것 같다.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만해도 서대전, 유성, 경부고속도로를 우회하는 바람에 시간 경제적으로 비싼 댓가를 치렀다. KTX노선을 천안아산서 공주를 거쳐 익산으로 전체가 직통운행하지 않고 오송에서 분기해서 그 노선을 주로 이용하는 것도 전북한테는 절대로 불리하다. 이렇게 불이익을 받아가면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전북 도민들은 순진무구하게 전북몫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지도 않는다. 도민들은 그렇게 KTX오송분기역을 만들려고 충북도민들이 죽기살기식으로 대정부투쟁을 벌인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전북 도민들은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만 기대하고 살아온 측면이 많았다.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 때 민주당 후보 한테만 표를 찍어 주면 모든 게 잘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우리 몫을 찾으려고 정권을 향해 계속 울부짖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목에 방울을 달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데 급급했다. 문재인 정권을 만들려고 일방적으로 도민들이 표를 밀어줬지만 새만금으로 돌아온 것은 태양광발전 정도에 그쳤는데 그것도 에너지정책 변화로 지금 정권와서 다시 뜯어엎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전북인들은 동학농민혁명 때 너무 많은 희생을 당해서인지 눈치 보느라 내몫을 찾을 수 있어도 강하게 저항을 못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도적인 맹점으로 진짜가 아직껏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민들도 현실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상당부분 동의하지만 막상 누구로 교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주저한다. 민주당이 수도권 의석수 장악을 위해 호남권을 볼모로 잡고 혁신공천을 운운할판인데 차라리 그럴바에는 정서가 같은 전북에서는 1백% 오픈프라이머리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가면 인물중심으로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다. 이제는 도민들이 민주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필 것도 없이 역량있는 전문가를 국회의원으로 만들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권리당원을 많이 모집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전북발전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7.09 18:12

바가지 상혼의 덫

얼마 전 지역 축제에서 잇따라 불거진 바가지요금 문제는 관광 코리아를 무색케 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구촌 한 가족’ 이란 용어가 등장할 만큼 관광을 통해 이뤄지는 유무형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에도 이런 병폐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솔직히 당황스럽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열린 지난 3월 진해군항제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촉발됐다. 어묵 한 그릇 1만 원, 닭발 한 접시 3만 원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난 댓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며 언론의 표적이 된 것이다. 다른 지역 축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뒤늦게 국비 지원 전국 86개 축제를 대상으로 대수술에 나섰다. 전북에서도 8개가 포함돼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리 축제장이라고 해도 바가지요금은 고객을 속이는 양심 불량 행위다. 흔히 지역 축제서 자릿세를 감안해 웃돈 정도로 치부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단골 상대 업소까지 퍼져 있다는 점이 가히 충격이다. 들키면 ‘봉’을 썼다는 배신감에 손님이 끊길 텐데 그래도 그 유혹을 참지 못한다. 코로나 기간 외국 관광이 막히자 제주도가 바가지요금 때문에 들썩였다. 그 이후 동남아 일본에 국내 관광객이 몰리면서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뜸했다. 한 번 낙인이 찍히면 부정적 이미지는 물론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심대한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한 해 방문객 1천만 명을 웃도는 전주 한옥마을도 초창기 심한 몸살을 앓았다. 상인들 자정 노력과 함께 자치단체의 끊임없는 계도 활동 끝에 국내 최고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요즘 공기밥 한 그릇에 담긴 ‘엄마표 푸근함’ 이 진한 감동을 준다고 한다. 주변 음식점 중에 큼지막한 밥솥을 놓고 무한 리필이 가능한 업소가 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직장인과 관광객에겐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그대로 전달된다. 식당 차림표에 공기밥 추가 1000원이 적혀 있으면 왠지 야박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속이 상한 건 ‘착한 가게’ ‘착한 가격’ 을 내세워 은근히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업소가 속출함에 따라 ‘진짜’ 착한 가게가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느 유명 치킨 사장의 동반 상생 노력에서 많은 시사점을 배운다. 치킨이 맛있다고 날개 돋히듯 팔리는 상황에서 전국 가맹점을 300개로 못 박았다. 추가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가맹점 수가 적정 수준을 넘으면 기본 마진이 무너져 오래 동행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케케묵은 얘기 중에도 역발상의 서비스를 되새기게 한다. “음식점 주방장이 불만을 품은 주인에게 해코지 하려고 온갖 재료를 몽땅 넣고 요리 했더니 오히려 맛이 있어 부자가 됐다” 는 내용이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서비스 정신의 뿌리는 고객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7.06 17:44

차관정치와 폭로정치

요즘 정관가에서는 차관정치, 실세차관 이라는 말이 화두다. 차관은 각 부처 장관에 이어 제2인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세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차관을 지냈던 김종훈 경제부지사, 심덕섭 고창군수,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 심보균 익산시 도시관리공단이사장 등이 현직 차관때 누가 그들을 실세라고 여겼는가. 그런데 차관이 누구냐에 따라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MB정권때 왕비서관,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차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MB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승승장구 하게 되는데 실세의 운명이 늘 그렇듯 종국에 가서는 험난한 꼴을 보게된다. 최근 인사에서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5명이 각 부처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차관정치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각 부처의 1급상당 공직자가 발탁돼서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임명되고 1∼2년후 차관 정도를 하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처럼 13명의 차관급중 5명을 현직 비서관으로 배치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실세 차관’을 공직사회로 보내 국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실세차관과 장관간 관계설정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제외됐으나 장관급인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특보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면직되자 이에 대응해 한 전 위원장은 면직 처분 취소 소송을 낸바 있다. 참으로 인연은 질기고도 묘하다. 한상혁 전 위원장은 과연 누구인가. 현직 군수 신분으로 관권 선거를 폭로했던 한준수 전 충남 연기군수의 아들이 아니던가. 고인인 한준수 전 연기군수는 1992년 8월 당시 야당인 민주당을 통해 5개월 전에 치러진 14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자유당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는 노태우 정부가 중립내각을 출범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나의 폭로가 몰고오는 후폭풍은 이렇게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요즘 폭로정국의 한 중심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서 있다. 한동안 대중의 관심권 밖에 있던 그는 문재인, 이낙연 때리기에 나서면서 거센 회오리를 부르고 있다. 오죽하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아무리 서운한 게 있고 지금 와서 본인이 명분 찾기 위해서 책임을 돌리고 싶은 의도가 있어도 직전까지 모셨던 대통령을 기회주의자라고 얘기하는 거는 양아치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친 이낙연계의 윤영찬, 신경민 의원 등도 추미애를 직격하고 나섰다. 2004년 민주당 내분의 한 중심에 섰던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며 결국 당이 침몰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집권여당이 차관정치로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추미애 전 장관의 폭로정치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7.05 13:54

<서동시집오케스트라>의 메시지

괴테의 <서동 시집(원제-West-Oestlicher Divan)>은 그가 추구했던 문학 세계를 응집해놓은 결정체로 꼽힌다. 헤겔도 괴테의 작품 중 가장 완숙한 경지에 이른 작품이라고 평가했던 시다. 1819년에 발표한 이 시집은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에게 보내는 ‘시적 응답’이다. 국수주의적 이념과 태도로 유럽이 분열되었던 시기, 괴테는 시대적 상황에 상처받고 절망해 있었다. 그때 괴테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이 동방의 세계를 노래한 하피스의 시들이다. 괴테는 그에 대한 응답으로 이 시들을 썼다. 괴테는 당시 제국주의적 입장과 유럽 중심 시각으로 동방을 연구하는 유럽의 학자나 예술가들의 태도와 주장에 비판적이었다. <서동 시집>이 괴테의 빼어난 문학적 성취로만이 아니라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평가받는 것도 동방의 문화를 개방적이고 우호적으로 받아들여 동서양 문화의 이상적 조화를 제시한 그의 태도 덕분이다. 괴테의 이러한 태도는 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도 그들 중 하나다. 유대인 출신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유대인과 아랍 민족 간 화합을 위한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오랜 분쟁과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이들은 <서동시집오케스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라 지었다. <서동 시집>은 물론 괴테의 시집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유대인과 중동인으로 양분된 젊은 연주자들 사이에 단절된 소통의 장벽은 높고, 보이지 않는 적대감과 서로에 대한 편견은 화해가 불가능하게 보였지만, 이들은 결국 화합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199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열린 괴테 탄생 250주년 기념 축제 무대에 섰다. 이스라엘과 스페인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서로 다른 종교와 언어문화, 정치적 신념을 가진 젊은 연주자들이 마음을 모아 세상에 보내는 음악. 세계는 이들의 의미 있는 동행을 주목하며 환영했다.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도시들을 찾아다니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던 <서동시집오케스트라>는 2005년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 라말라에서 가진 연주회로 7년 동안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 무대에서 바렌보임은 “이 분쟁엔 군사적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다”며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오늘 밤 우리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남북 관계가 심상치 않다. 평화와 화해가 멀어지는 형국, 바렌보임의 메시지가 새삼스럽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7.04 16:19

고속도로 ‘개방형 휴게소’

‘우리 지역 고속도로 휴게소, 이제 집 앞 일반도로 타고 간다.’ 톨게이트를 통과한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돼 지역사회와는 철저하게 단절돼 있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뒤쪽으로 새 진입로를 낸다. 휴게소를 지척에 두고서도 접근하기 어려웠던 인근 주민들이 국도나 지방도를 통해, 또는 도보로 들어가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역사회에 문을 연 ‘개방형 휴게소’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변화를 거듭했다. 단순한 휴식‧식사공간을 넘어 쇼핑과 레저‧문화‧식도락 등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고속도로 개방형 휴게소 조성 사업은 지역소멸 위기 대응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인구절벽 시대, 식당과 카페‧편의점‧주유소‧전기차 충전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 및 휴식공간을 두루 갖춘 휴게소를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해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또 지자체에서는 개방형 휴게소에 농특산물 판매장과 지역특화 체험시설 등을 개설해 주민 소득증대와 농촌관광 활성화, 지역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각 지자체와 한국도로공사가 협약을 통해 개방형 휴게소 조성사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경북 달성군의 논공휴게소(광주∼대구고속도로)와 경기도 이천시의 덕평휴게소(영동고속도로) 등이 개방형 시설로 이름나 있다. 전북에서는 순천~완주고속도로 남원 춘향휴게소(완주 방향)가 개방형으로 바뀔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와 남원시가 지난달 28일 개방형 휴게소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정읍시와 도로공사는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통해 호남고속도로 정읍휴게소(천안 방향)를 개방형 휴게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후 올 4월 초 국도에서 휴게소에 접근할 수 있는 별도의 주차장과 진입로 조성 공사에 착수했다. 당초 올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공사기간을 맞추지는 못했다. 어쨌든 전북지역 최초의 고속도로 개방형 휴게소는 조만간 호남고속도로 정읍휴게소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과 함께 12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을 역점 과제에 포함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이 과제는 그간의 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는 국토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이행과제 중 하나로 ‘개방형 휴게소 조성 사업’을 선정해 역점 추진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대낮에도 인적을 찾기 힘든 농어촌 지역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도시 번화가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이 공간은 아쉽게도 지역사회와는 철저히 분리돼 있었다. 붕괴 위기에 놓인 지역공동체를 향해 문을 활짝 연 고속도로 휴게소가 침체된 지역사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활력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7.03 11:47

정치판 갈아 엎어야 전북이 발전

서양 속담에 해가 있을 때 풀을 말리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지난 문재인정권 때가 전북을 발전시킬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 기회를 못 살리고 차 떠난 뒤 손드는 식으로 다시 현안을 추진한다고 하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받으려고 또 쇼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남원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의대정원 49명을 살려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키로 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공공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공공의대를 설립 했어야 했지만 전북정치권이 그걸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은 의사회의 반대와 목포 순천 안동 등지에서 서로가 공공의대를 유치하려고 박 터지게 싸워 경쟁만 치열해졌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문제나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제대로 접근조차 못해 다시 원점에서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는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가 전북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제2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정치권과 부산상의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반대가 있었지만 연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여건이 차츰 형성돼 가고 있었기 때문에 문 정권 때 그 문제를 해결 했어야 옳았다. 특히 문 정권 출범에 전북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이 문제를 정치논리로 대응, 풀고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좋은 기회를 전북 정치권이 못 살리고 결국 허송세월해 도민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줬다.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아쉽기는 매 한가지다. 전북은 광역시가 없어 이 법을 개정해야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은 이 법의 혜택을 톡톡히 보면서 지역발전을 도모했지만 전북은 하대명년이다. 이처럼 전북3대현안을 풀지 못하는 이유는 전북 국회의원들이 해당 상임위에 있었으면서도 정치적 역량이 안돼 지금까지 문제를 풀지 못했다. 초선도 중앙정치무대에서 똑똑하면 여야 의원들을 아우러 가면서 지역현안을 해결할 수가 있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원팀은 커녕 더 존재감을 상실, 설땅을 잃었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을 한번 하면 그 사람의 모든 실력이 드러나게 돼 있다. 힘으로 우격다짐하는 시대가 아니라서 이제는 전문성 없으면 선출직으로 나가면 안된다. 재선의원 정도는 해당부처 공무원들이 그 의원의 실력을 훤히 꿰뚫고 있어 한번 더 한다고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도민들이 전북 낙후의 원인이 정치권 무능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현역 대신 역량있는 인물로 바꿔줘야 한다. 도민들이 사사로운 정과 연고주의로 생긴 관계 때문에 새로운 인물로 바꿔주지 못하면 전북발전은 백년하청격이 된다. 최근 광주 전남도 절반 이상이 새인물로 뽑겠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운 좋게 선거기술자가 국회의원 하던 시대는 끝장내야 한다. 권리당원만 몽땅 모집해서 선거공학적으로 국회의원 된 사람은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천단계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정치판을 제대로 갈아 엎어야 전북특별자치도도 성공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7.02 17:58

‘혁신 공천’ 불가피한 선택

지난주 이낙연 전 대표의 독일 강연장에 해외 개딸들이 들이닥쳐 “이재명을 괴롭히지 말라” 며 깨진 수박의 현수막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내에서도 모자라 해외까지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 안타까웠다. 이재명 극렬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 의 막무가내식 돌출 행동은 국민 감정에 역행할 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세에도 찬물을 끼얹는 건 물론 중도 확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 기류를 타는 상황에서 더더욱 안될 일이다. 오죽하면 올해 초 “자살골을 넣는 국민의힘의 반사 이익이라도 누리자” 며 극도의 자제령을 호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거대 양당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치 혐오에 따른 통렬한 반성과 함께 제살깎기의 혁신 요구에 직면해 있다. 정치가 미래 성장 엔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기득권 정당’ 의 낙인이 찍힌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벌써 이들 정당의 대안 세력으로 제3 정당 출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여론조사에도 유의미한 수치가 계속 나와 심상찮은 기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제3 지대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한국의 희망’ 이 지난 2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금태섭 전 의원도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가운데 재창당을 선언한 정의당도 제3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여야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3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총선 공천이 다가올수록 친명-비명, 친윤-반윤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변수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민주당 혁신 공천은 전북을 포함한 호남이 바로미터 역할이다. 텃밭을 자부한 만큼 그에 걸맞는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추진 동력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압도적 지지 상황에서 책임론 또한 만만찮다.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는 현역 의원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다 김관영 지사가 이끄는 혁신 도정의 변혁 움직임이 유권자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그 흐름과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도 총선 관전 포인트다. 중앙당도 이런 민심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혁신 공천에 대한 특단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물갈이는 최대 화두다. 이 때문인지 일찌감치 정치 신인들이 도전장을 던지며 새판짜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신원식 전 정부부지사가 전주갑에,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전주병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의겸 의원은 군산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고, 이환주 전 남원시장도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외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종훈 경제부지사도 고향 진안과 전주 쪽 명단에 올라있고, 이성윤 전 고검장과 심재철 전 지검장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일단 새로운 정치 세력 등장은 기득권 정치 구도에 변화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물갈이 열망이 강할수록 유권자는 물론 민주당 쇄신 의지도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6.29 16:34

킬러문제와 특별한 전북

요즘 킬러문제가 화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 중에서,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이 틀리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한 초고난도 문제를 말하는데 응시생들의 점수와 멘탈을 kill 한다는 뜻이다. 쉽게말해 어려워서 틀리라고 낸 문제다. 적당히 어려운 준킬러 문제는 사고력과 추론력 등을 높여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킬러문제는 공교육만으로는 언감생심 손도 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비단 수능 뿐만 아니라 TOEIC, TEPS, 인적성, PEET 등의 다른 시험에서도 쓰이는 용어다. 킬러문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은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데 교육계 전반에서 혼란이 있는 것 같다. 교육 분야에서뿐 현실세계에서도 좀 구미가 당긴다 싶으면 킬러문제인 경우가 많다. 지극히 특화된 극소수만 접근 가능한게 어디 한두가지랴. 그래서 자신에게 특화돼 있고 잘 하는 분야에 올인해야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무하마드 알리가 천부적인 권투를 하지않고 체조나 양궁을 했다면 제아무리 노력한다해도 성공했겠는가. 국가나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이 한번 더 도약하려면 현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북의 낙후는 정치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의 소외라는 큰 원인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그저그만한 현실에 안주한 측면도 결코 없지않다. 더욱이 전북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전혀 접근 불가능한 킬러문제에 연연하면서 결국 총점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구태여 하나의 사례를 들자면 제대로 된 초중고 야구팀도 없는 상태에서 대기업의 후원조차 없이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나섰던 것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가 토공과 주공을 통합해 LH 하나로 태동시키려는 방침이 확고한 상태에서 소위 LH 기관분할안을 들고 나선 것은 판단착오라고 할 수 있다. 과거는 그렇거니와 지금부터라도 전북이 잘 할 수 있는것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기금운용본부가 있다손치더라도 금융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10층, 20층 규모의 건물 몇개 세워봤자 초라하고 궁색할뿐이다. 만년필과 시계를 잘 만드는 몽블랑 회사가 목재업이 돈이 된다고 해서 이쪽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실패로 가는 길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이 오랫동안 잘 해왔던 것, 다른 곳에 비해 전통과 특화된 강점을 잘 살리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50대 이상인 사람들은 거의 모든 행사에서 393자로 구성된 국민교육헌장을 듣곤 했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즉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원래 잘하는 것을 더 개발하라는 의미다. 지금은 폐기됐지만 국회본의회에서 만장일치 통과됐던 헌장의 한 구절은 음미할 만 하다. 민선8기 출범 1주년을 맞아 전북도나 도내 14개 시군 역시 손대봐야 못푸는 킬러문제에 연연하지 말고 잘 할 수 있는것에 올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28 15:06

초상화와 춘향 영정

우리나라 초상화의 역사는 깊고 융성하다. 그중에서도 조선 시대 초상화는 한 시대 미술사를 주도할 정도로 왕성하게 제작됐다. 미술사가 유홍준은 조선을 ‘초상화의 왕국’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 시대에 제작된 수많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되었거나, 낡으면 새로 제작한 뒤 불태워 없애버리는 관행으로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화의 맥이 탄탄한 전북은 초상화로 더 빛난다. 그 역사를 이끈 사람이 있다. 초상화가 채용신(蔡龍臣 1848-1941)이다. 근대 한국화단의 마지막 초상화로 꼽히는 채용신은 전통 초상화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전통과 서양 화법을 조화시키고 근대 사진술을 반영해 '채석지 필법'이라는 독특한 화풍을 개척했다. 그는 150여 점의 초상화를 남겼다. 무과에 급제해 여러 관직을 거쳤으나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그만두고 전주 인근에 내려와 살면서 의뢰하는 인물들의 초상화를 모두 그려주었던 덕분이다. 그는 정읍 태인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초상화 그리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당대의 이름난 학자와 우국지사의 초상을 오늘에 남긴 것도, 높은 관직을 갖고 있거나 명망이 있는 집안에서나 의뢰할 수 있었던 초상화를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된 시대적 변화를 이끈 것도 그였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기록이나 유산으로 역사를 읽어내는 일과는 또 다른 의미의 역사 읽기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방식은 여럿이다. 당대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초상(肖像)을 통해 역사를 읽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초상은 그림으로 역사 속 인물을 만나게 하거나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게 하는 흥미로운 통로가 된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작하는 초상화도 있다. ‘영정’이라 부르는 초상화다. 남원 광한루의 춘향 영정이 논란에 쌓였다. 남원시가 왜색 논란이 있던 친일 화가 김은호의 영정을 철거하고 새로 제작해 지난 5월 봉안한 새 영정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춘향의 모습이 아니다’는 비판과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아름다운 춘향을 그리려 했다’는 화가의 항변이 맞선다. 한 시대 초상화를 주도했던 우리 지역에서 초상화가 논란이 된 형국은 안타깝다. 그런데 좀 더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비단과 안료의 생산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제작되는 화견(그림을 그리는 비단)을 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물감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을 일본산과 중국산에 의지하고 있다. 춘향 영정 안료와 비단 생산지를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안료와 비단이 일본산이나 중국산이라면 영정을 새로 제작한 취지조차 무색해진다. 영정 제작 과정의 정당성이 새삼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6.27 15:54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단상

조기 개통을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소식이 없다. 물 건너 갔다. 여기까지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조기 개통은 커녕 예정보다 1년이나 늦춰지게 생겼다. ‘2023 새만금 잼버리’와 맞물려 관심을 모은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얘기다. 총연장 55.1km 4차선 규모로 설계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새만금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망 확충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전북의 오랜 현안인 새만금~포항 동서횡단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새만금과 전주를 바로 연결해 광역도시권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또 교통인프라 확충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예상됐다. 2018년 5월 착공했고, 사업기간은 2024년 12월까지였다. 이후 지구촌 최대의 청소년 축제인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되면서 SOC 확충 방안의 하나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개통 문제가 거론됐다. 전북도가 정부와 관련 기관에 새만금 잼버리 이전 고속도로 개통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국제행사 개최 이전에 새만금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또는 호남고속도로 분기점까지의 구간만이라도 조기 개통될 수 있도록 예산을 집중 투자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마침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에 전북 출신인 김현미 장관과 이강래 사장이 재직하고 있었다. 모처럼 비빌언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새만금 잼버리에 맞춰 2023년 7월 고속도로 조기 개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이 같은 기대는 어느 순간 도민들에게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현장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정부의 단순 ‘립서비스’였는데도 말이다. 8월 1일 개막하는 잼버리 일정이 바짝 다가오면서 실상이 알려졌다. 전북도에 따르면 현재 이 고속도로의 평균 공정률은 65% 안팎에 그친다. 조기 개통은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사업 주체인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국토교통부 및 기획재정부와 사업기간 1년 연장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2025년 12월 개통하는 방안이 다음달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약지반과 잇따라 발견된 고대 유물, 그리고 송전탑 이설 작업 등이 공사 기간을 늘리는 요인이 됐다. 물론 현장 여건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허탈감과 실망감은 어쩔 수 없다. 그간 도로 등 SOC 확충사업이 수도권 우선으로 추진되면서 전북지역의 도로건설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착공을 하더라도 예산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완공은 늘 하세월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국제행사, 그리고 새만금 개발과 맞물린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예외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대실소망(大失所望)’,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마침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매립공사 마무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쉬움이 더 커진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6.26 10:50

국회의원과 지사의 꿈

정치인은 꿈과 희망을 갖고 지역에서 인정 받아야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국회의원도 두 번 정도 하면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사도 똑 같다. 두 번 정도 했으면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려고 밤낮없이 동분서주하게 돼 있다. 전주 덕진서 4선한 정동영 전 의원은 재선하면서 앵커 출신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아 전국 최다득표를 달성, 그게 원동력으로 작용해 DJ측근이었던 2인자 권노갑을 당내 정풍운동을 통해 2선으로 후퇴시켰다. 정 전의원은 "DJ가 주재한 청와대 비상최고위원회 석상에서 비장한 각오로 이자리에 나는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왔다고 전제한 후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고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권노갑 상임고문을 2선으로 후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DJ측근실세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주덕진 선거구에서 시민들이 두번이나 전국 최다 득표를 만들어 줬기 때문에 그 용기로 주저하지 않고 권 고문 퇴진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결코 쉽지 않은 정치적 결단이었다. 그 결과로 정 전의원은 전북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집권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유종근 전지사도 대권을 노리다가 실패해 결국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은 깃발을 높이 치켜 세웠다. IMF 때 DJ경제고문을 지낸 유 전지사가 환란극복을 위해 해외로 동분서주해 최단기간내에 환란을 극복하는데 일조 했다. 유 전지사는 그 당시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올 정도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지만 당내외 지지기반이 약하고 DJ측근들의 강한 시기견제로 암초에 부딪쳐 대권가도에서 내려왔다. 두 정치인의 사례를 비춰볼 때 현재 전북 국회의원들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 현역들을 역대 의원들 가운데 가장 정치력이 약체라고 평가를 한다. 그 이유는 재선한 의원들 중 단 한 명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의원 조차 없을 정도로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북의원들의 존재감이 약해 전북 몫이 제대로 챙겨지지 않고 있다. 윤핵관이 포진해 있는 국힘의 강원특별자치도는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목표를 10조로 설정, 전방위로 뛰고 있다. 김관영 지사가 시·도지사 선거에서 82.1%의 전국 최고당선득표율을 기록하자 장차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도민여론이 생겨났다. 김 지사가 재선한 국회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그 누구 보다도 대권을 염두에 두고 도정을 현장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굳이 본인 입으로 대권을 들먹거릴 필요가 없지만 새만금에 이차전지 유치에 강한 집착을 보인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이 간다. 국가의 백년먹거리에 해당한 새만금개발사업을 통해 전북의 산업생태계를 전면적으로 바꿔 전북을 잘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도민들이 겸손한 젊은 50대를 지사로 선택한 만큼 그가 전북발전을 위해 꿈을 활짝 펼치도록 적극 밀어줘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6.25 18:02

선거를 둘러싼 적대 관계

시각장애 김예지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여준 언행과 관련해 신선한 감동이라며 언론이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보도를 통해 본 김 의원의 그날 모습은 반려견을 동행한 것 빼곤 특별함이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발언 내용도 전문 영역인 장애인 문제에 집중했다. 이 상황에서 언론이 주목한 건 김 의원과 총리 장관의 질의응답이 품격있게 진행된 점이다. 오랜만에 국회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돋보였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이 뉴스가 화제를 모은 건 그간 국회 의사당에서 벌어진 살풍경 탓이다. 의원들 인신공격성 윽박 질의에 신경질적 답변으로 맞서는 국무위원의 씁쓸한 표정이 대표적이다. 여야는 상대를 제압 대상으로 여기고, 적대감에 사로잡혀 “여기서 밀리면 끝장” 이라는 지나친 라이벌 의식이 문제다. 국정 동반자라는 개념은 아예 없고 상대를 몰아붙여 반사 이득만 챙기려는 ‘뺄셈 정치’ 만 난무하는 꼴이다. 이런 기류는 지방 정치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위 지역구마다 선거 경쟁자끼리 해묵은 감정을 통해 서로 헐뜯고 약점을 들춰내 공격하기 일쑤다. 선거 공약 지역 현안은 뒷전인 채 상대방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다. 승자 입장인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치적을 쌓으면 그만큼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소아병적 판단에서다. 승자 독식의 제왕적 정치구조가 고착화될수록 미래 발전에 역행하는 셈이다. 도지사와 교육감 선거도 이처럼 뿌리 깊은 적대 관계 방정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관영 지사가 기업 유치에 올인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차피 차기 선거 경쟁자로 엮여 국회의원의 선제적 도움을 받지 못할 바엔 차라리 도민 지지를 등에 업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두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다. 지난 선거 때 불편한 앙금이 여전한 데다 ‘굴러온 돌’ 이란 배타적 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어 도정 협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제3 금융중심지와 남원 공공의대 과정에서 드러난 이들의 이중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최대 전북 현안임에도 사실상 정권을 쥐고 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이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못한 게 패착이다. 골든 타임 다 놓치고 야당 신세로 전락한 지금에서야 뒷북 치는 건 면피성 의도로 비쳐져 되레 점수만 깎인다. 서거석 교육감 케이스도 비슷한 경우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어 정치권 입김은 덜한 편이다. 하지만 전임자 시절 진영 논리가 교육 현장을 옥죄면서 혼란과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절대 지지 세력으로 12년간 교육감의 뒷배 역할을 해온 전교조를 비롯한 일부 시민사회 단체가 서 교육감 취임 뒤에도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다. 교육 현안을 둘러싼 마찰을 넘어 선거 전략상 계산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가 이들 행사에 단골 등장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이를 시사해주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흐름을 도민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6.22 17:37

생사를 건 각축전

각축(角逐)의 본래 의미는 호각지세, 각축지세 등에서 알수있듯 양이나 소 등이 뿔을 맞대고 싸우는 형세를 말한다. 개인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체나 국가간에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윈윈이나 상생보다는 어느 한쪽이 가지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꼭 30년 전인 1993년 9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 국가 원수로는 최초로 대한민국을 공식 방문했다. 미테랑은 방한 때 프랑스 해군이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가져간 전리품 중 한 권인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鑑儀軌)’를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프랑스의 TGV, 일본의 신간센, 독일의 ICE가 한국의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위해 각축전을 벌였는데 한국은 결국 TGV를 최종 선택했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외국에 달려가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기에 미테랑의 방한은 쇼킹한 것이었다. 88 올림픽 유치와 2002 한일월드컵,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한국은 이제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의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 등과 프랑스 파리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총회에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가수 싸이, 조수미 등의 유치 운동 또한 눈길을 끌었다. 어설픈 국제행사는 돈은 돈대로 쓰고, 자치단체나 국가의 이미지만 나빠지기 십상이나 제대로 된 국제행사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BIE 총회에서 170개 회원국 대표들의 투표로 정해지는데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낙후돼 있고, 일자리나 자원이 부족한 전북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의 유치 여부는 생사를 가를만큼 중요하다. 단체장이 유치전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승부수를 던진 김관영 전북지사의 경우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8일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이차전지 특화단지’ 심사때 PT를 한 김 지사는 이차전지 관련 책을 구입해 독파한 뒤 무려 24회에 걸쳐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차전지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전주의 한 중견상공인은 “개인 기업의 경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오너가 직접 10번 이상 PT자료를 읽으면서 연습하는게 상례”라고 전제, “전문가나 직원들이 준비해준 자료를 몇번 읽어보고 발표했겠거니 짐작했는데 무려 24번이나 연습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몇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어쨋든 이젠 국가원수는 말할 것도 없고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자치단체장들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생사를 건 유치 경쟁에서 반드시 과실을 따와야만 하는 어려운 시대를 맞고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21 15:43

좋은 수변도시 만들기

간척지는 바다를 막아 갇힌 물길과 그것을 막아선 방조제가 만들어내는 땅이다. 그 땅을 만드는 간척의 과정은 대부분 ‘보존’과 ‘개발’이 맞서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거친다. 간척의 나라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을 바다를 막아 만들었다. 전 국토의 27%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의 땅 만들기는 사실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였으나 ‘500m’ 차이로 ‘세계에서 최장’의 자리를 새만금에 내준 주다치(Zuiderzee) 방조제와 성공적인 간척도시들을 갖게 됐다. 치밀한 정책과 뛰어난 간척 기술이 만들어낸 결실이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철저한 국토 계획과 간척을 위한 수질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는 정책이다. 네덜란드는 간척으로 얻는 새로운 땅을 농업지역, 도시지역, 위락휴양공간, 자연생태 보전지역 등 다양한 성격으로 개발하고 보존한다. 간척지마다 곳곳에 숲과 습지를 살려 보존하고 개발이 유보된 담수호는 '스프레이-프리-팜'이란 친환경농법으로 수질을 유지한다. 그들 간척 도시 중 암스테르담 북동쪽에 성공적 수변도시로 꼽히는 ‘알미르(Almere)’가 있다. 암스테르담의 위성도시로 계획된 알미르는 1967년 매립이 시작돼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했으니 도시 역사가 짧지만 자급자족형 도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인구도 2019년 기준, 20만 7천 명을 넘어 플레볼란트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됐다. 그 바탕에는 개발 초기부터 나무를 먼저 심어 녹지공간을 확보한 알미르만의 개발방식이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공간을 건설하지 않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과정을 관찰하고 다음 단계에 접어드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서 수요와 필요에 따라 도시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도시의 선택은 주효했을까. 오늘날의 알미르는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지속해서 늘어나는 인구가 그 증거다.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수요를 창출하기 시작한 알미르는 뛰어난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 현대건축물의 도시로도 이름을 알렸다. 매립지가 갖는 도시환경의 한계를 주거지나 공공건축물 현상설계를 통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건축 환경으로 극복해낸 결실이다.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매립 공사가 끝났다. 수변도시는 새만금에 조성되는 첫 도시다. 계획으로는 인구 2만 5천 명이 머물 수 있는 복합거주지가 목표다. 글로벌 교육환경, 복합의료서비스, 공공기관 유치 등 다양한 구상이 펼쳐져 있으나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제투자진흥지구를 위한 환경 조성도 그렇고, 새만금 관할권 분쟁도 있다. 철저한 계획과 실행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6.20 15:20

‘과유불급(過猶不及)’ 하천 편의시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전주의 도심 하천 전주천과 삼천의 모습이 그렇다. 전주시가 지난 15일 서신동 삼천 둔치에서 파크골프대회를 열었다. 잔디구장 확충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다. 전주시는 전주천‧삼천 둔치에 생활체육시설을 추가 조성하고, 공중화장실 등 시민 편의시설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대규모 꽃밭도 조성한다. 하천 편의시설 확충은 우범기 시장의 공약이다. 전주천과 삼천을 생활 속 시민 힐링공간이자 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하천 정책을 반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하천에 시설물이 늘어날수록 생태계 균형이 깨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자연재해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오래 전 전주천‧삼천 둔치 곳곳에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됐고, 일부는 지금도 교량 밑에 있다. 여름철 땡볕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시민 요구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폭우에 떠내려온 부유물이 교각 사이에 있는 이 운동기구에 걸려 물길을 막을 수 있다. 전주시가 최근 추가 조성 계획을 밝힌 파크골프장도 논란이다. 이미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하천부지에 파크골프장을 속속 조성하면서 생태계 훼손 논란을 키웠다. 전주시도 2년 전 만경강 둔치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전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위법 논란에 휘말렸고, 환경단체는 시설 철거와 증설계획 중단을 요구했다. 하천 둔치 꽃밭 조성 계획도 마찬가지다. 이전 사례로 볼 때 꽃길만 기대할 수는 없다. 우선 ‘전주천 생태학습장’을 살펴볼 일이다. 전주시가 지난 2010년 국비 등 17억 여원을 투입해 추천대교 인근 둔치 2만 1000㎡에 조성한 생태학습장에는 초화류 44만본을 비롯해 관목류, 수변식물 등이 대거 식재됐다. 하지만 개장 2년도 안돼 식물 대부분이 고사했다. 대다수의 시민은 이 곳이 생태학습장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후 시는 이 곳에 돌연 분홍억새(핑크뮬리) 동산을 만들었다. 전국적인 핑크뮬리 열풍에 편승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9년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하고, 전국 지자체에 식재 자제를 권고했다. 전주시의 섣부른 결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전주시는 1990년대 말 전주천과 삼천 둔치에 대규모 유채꽃밭을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러나 호평을 받았던 이 유채꽃밭은 불과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화학비료 살포에 따른 수질오염 논란이 일면서 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당시 시의회에서는 집중호우시 꽃밭 유실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 휴식공간인 도심하천에 편의시설이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만큼의 시설은 이미 조성돼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도심 하천의 건강한 미래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6.19 11:40

바꿔야할 공천방식

전북정치를 쇄신하려면 근본적으로 공천방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의원수가 10명 밖에 안되기 때문에 세력확대를 위해서는 재선한 의원들은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서 험지출마토록 해야 한다. 지금 경제상황이 무척 안 좋아 밑바닥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현역의원들이 중앙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약해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무작정 찍어줬기 때문에 현역들은 타성에 젖어 정치를 쉽게 하려고 유급당원 확보에만 전력을 다한다. 현행공천 방식은 유급당원 50% 일반시민여론조사 50%를 합산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당원확보여부로 공천이 판가름 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역들은 오는 7월말까지 한명이라도 더 유급당원을 확보하면서 기존당원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정비에 박차를 가한다. 월 1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유급당원이 되므로 노골적으로 금권선거를 부추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북은 당원이 아니라도 거의가 정서적으로 민주당으로 경도돼 있기 때문에 역선택이 적고 공정성을 기할 수 있어 100% 시민경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22대 총선은 AI출현에 따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 그에 걸맞는 역량있는 인물이 공천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내년에는 전북이 특별자치도가 되는 원년의 해라서 전문가들이 대거 국회에 진입해야만 전북발전을 이끌어갈 수가 있다. 지금 전북도가 특례조항을 많이 발굴해서 특별자치도법을 보완 통과시키는 게 목표지만 이 작업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해야 할 사항이라서 역량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한 것. 전북정치권이 현재처럼 10석 고수가 가능할 것으로 여기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한두석이 줄어들 수도 있어 역량 있는 인물이 더 긴요하다. 이 때문에 최 약체인 전북정치권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진부활론이 대두된다. 지금 같은 야권상황에서는 중진들이 전북의 정치적 자산인 만큼 이들의 역량을 굳이 사장시킬 필요가 있느냐면서 중진부활론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현재처럼 국회권력을 장악하려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은경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당 내외상황이 녹록치 않아 기대반 우려반이다. 수도권 승리를 위해 호남권에서 물갈이폭을 확대할 경우 공천경쟁은 예전보다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 사퇴압박이 거세질 경우 공천작업도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총선9개월을 앞두고 현역들에 대한 유권자의 시선이 곱지 않아 결말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3년간 코로나 때문에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판도 역량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도록 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 도민들이 지금 같은 약체정치권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강한 정치권을 만들어줘야 한다. 도민들이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전북 몫을 잘 확보할 수 있다. 모든 게 도민들 손에 달려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6.18 17:24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