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김승환 교육감 당선…취임초부터 대폭 물갈이 인사
보수적인 교육계에 하나의 사건이었다. 진보진영의 김승환 후보가 6.2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민선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전국적으로는 6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등장했다.
오근량 후보는 연거푸 세번이나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 했고, 또 다른 한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자신이 구속되면서 선거운동을 도왔던 71명이 한꺼번에 입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풍파 속에 김승환 교육감의 당선으로 전북교육의 항로는 바뀌었다. 물길도 낯설고 노젓는 풍경도 달라졌다. 앞으로 전북교육이 도달할 곳은 우리들이 알던 그 곳이 아니라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땅이 될 것이다.
▲인사와 공직윤리
변화는 갑작스럽게 왔다. 김 교육감은 근무 첫날 취임식도 하기전에 인사담당 3명을 전격 교체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곧이어 6개월 근속자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교육장을 전격 교체했고, 학교현장을 중시한다는 인사원칙을 내세워 오랫동안 교육행정 업무를 맡아왔던 전문직들이 대거 일선 학교로 돌아가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사를 통해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것.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청렴성이다. 전북도교육청은 과거 수년동안 국가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매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왔다. 김 교육감은 "청렴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자리(교육감)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고,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는게 교육계 안팎의 평가다.
▲일제고사 거부
인사와 공직윤리는 좋은 교육을 위해 기반조성이라고 할 수 있고, 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내용이다.
김 교육감의 첫 교육정책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의 형태로 나타났다. 김 교육감은 취임 첫날 일제고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시험을 치르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각급 학교에 공문을 내리겠다. 학교장들이 체험학습 승인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지켜보겠다"며 "교과부가 체험학습 승인을 근거로 (학교장의) 징계를 요구하더라도 징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7월 13일로 예정된 일제고사 거부를 공식화한 것.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도 있었다. 교과부 공문을 무시하고 도교육청의 입장만을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가 뒤늦게서야 교과부 지침을 전파하는 등 상반된 내용의 지침이 비슷한 시기에 일선 학교에 전달됐다. 또 시험결시자에 대한 결과(缺課)처리 여부도 일선학교장에게 떠넘기는 등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초기에 이런 혼란을 겪은 때문인지, 그 이후의 시험에서는 학교장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등 비교적 무난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이다.
▲자율고와 혁신학교
김 교육감은 취임후 한달여만인 8월 9일에 군산 중앙고와 남성고에 대한 자율고 지정을 취소함으로써 학교측과 소송에 휘말렸다. 법인전입금 납부의 불확실성, 평준화정책에 미치는 악영향, 불평등 교육의 심화 등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어 지정을 취소했지만 1심 법원은 일방적으로 학교측의 손을 들어줬고, 도교육청은 항소를 제기했다. 평소 법전문가를 자처해온 교육감이 자율고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미지와 권위실추 등을 우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육감이 자율고 등을 MB식 특권교육이라고 몰아부치면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정책이 혁신학교이다. 교사의 진정성과 헌신성을 바탕으로 공교육을 살려내겠다는 취지이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 거의 모두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고, 나름의 기대도 받고 있다. 그러나 대상학교 선정과정에서 원칙이 자주 흔들리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평가방식을 도입해 '끼리끼리'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때 도의회와 갈등으로 2011년 예산이 전액 삭감될 위기를 맞았다가 학교당 5000만원씩의 예산이 편성됐다.
▲교원평가
김승환 교육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정부의 교원능력개발평가는 대표적인 '교사 줄세우기'정책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고, 취임직후 교원평가 시행규칙 폐지를 추진했다. 교과부도 교원평가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점을 인정해 시행모형을 대폭 개선하고 구체적인 시행은 시·도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전북도교육청의 교원평가 시행규칙 폐지는 일단 보류된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줄세우기식의 교원평가가 아닌 자율적 수업평가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 등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교사들에 대해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평가가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도교육청이 앞으로 제시할 수업평가의 모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력신장과 보편적 복지
학력은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꼴찌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도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그리 높지 않고, 좀처럼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것은 잘 알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교육감이 자율학습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강조하면서 일반계 고등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정신력 해이 등에 대한 불안과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에만 맡겨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해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혁신학교를 통해 학력을 신장하겠다는게 김 교육감의 생각이지만,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김교육감이 학력보다는 너무 보편적 복지만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무상급식과 관련, 도육청은 2011년에 중학교까지 완전시행을 준비했으나 자치단체와의 협력미비로 우선 초등학교만 실시될 예정이다. 초·중학생 수학여행비 10만원씩 일괄지원 등은 관련 법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가 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저소득층 등이 아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여행비 지원이 과연 타당한지도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도의회 박용성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지, 보건복지부장관 일을 하겠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통과 협력
행복한교육공동체추진단을 구성 운영하고 분야별 TF팀을 조직해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자문기구의 범위를 벗어난 지나친 전횡이 잦은 제기됐다.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담당부서 위에 군림하고 사실상 업무를 지휘하면서, 담당부서를 대신해서 직접 일선에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의 일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공조직이 붕괴되고 행정이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따라 좌우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문제제기가 잇따랐고, 교육감은 행복한교육공동체추진단을 당초 예정대로 2011년 2월말까지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행복한교육공동체추진단이 임명한 TF팀 등이 내년 2월 이후에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교육현장의 건강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서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은 그동안 '격의없는 대화와 소통'을 강조해왔지만, 일부에서는 자기들 내부의 소통에 그치고 외부와는 단절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도의회와의 관계에서도 소통부재의 문제가 결국 교육감의 행정사무감사 출석요구로 이어졌다. 의회의 교육감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소통부재가 원인제공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예산심의 등의 과정에서 도의회와 도교육청이 상호 방문하고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일단 소통의 물꼬는 터진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의 과제
김승환 교육감은 그동안 변화와 개혁을 위해 나름의 의미있는 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경험부족과 행정미숙에 따른 혼란, 소통부재 등의 문제점도 노출했다. 취임 6개월을 넘기고 새해를 맞는 현 시점에서 볼때 김교육감이 앞으로 공조직을 어떻게 추슬러 나가면서 개혁의지를 관철시키느냐가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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