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00여 학교 급식중단, 일부 학교는 단축수업
"오늘 점심은 빵과 우유로 했어요. 친구는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었고요."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파업이 진행된 9일 전국 학교 곳곳에서 급식차질이 빚어졌다.
전국적으로 900여개 학교의 급식이 중단된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해당 학교들은 단축수업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빵·우유 등을 대신 지급했다.
◇"빵만 먹었더니 배고파요"…"도시락 경험 색다르다" 반응도
광주광역시 화정중학교 교실에는 오랜만에 도시락이 등장했다. 하루 동안 급식이 중단된다는 안내에 따라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온 것이다.
그러나 도시락을 싸온 학생은 10명에 1명꼴에 지나지 않았다.
서너 명씩 책상에 둘러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었고 다른 학생들은 학교에서 준 빵과 음료수로 때웠다.
3학년 박모(15)군은 "갑자기 도시락을 싸올 수 없어서 빵만 먹었더니 배고프다"고 불평했다.
광주 빛고을초등학교 앞에서는 학부모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이나 분식점에서 산 김밥을 자녀에게 전해주고 돌아갔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자녀를 찾거나 아예 휴가를 낸 부모도 눈에 띄었다.
오후 서울 중구 창덕여자중학교 1학년 1반 교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꺼냈다. 역시 비정규직 조리원과 영양사가 모두 파업에 참여해 급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된 학생들은 반찬을 나눠 먹으며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담임 선생님도 준비해온 과일을 학생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모처럼 점심을 함께 했다.
표효주(13)양은 "학교에 도시락을 싸온 게 처음이라 재밌다"며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 만든 애정이 담긴 밥을 먹어 좋다"고 말했다.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교사들이 자비로 빵과 우유를 사 제공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국 933개 학교 급식 중단 추산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공립 초중고 9천647곳 중 9.67%인 933개 학교가 급식을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지역 212개교, 인천지역 21개교, 광주·전남지역 252개교, 전북지역 74개교, 대전지역 63개교가 급식을 중단했다.
경남지역 106개교, 부산지역 63개교, 울산지역 6개교, 대구·경북지역 86개교도 급식을 못했다.
급식을 중단한 학교들은 단축수업을 하거나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했다. 학생들에게 점심시간 주변 식당 등에서 먹고 올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급식을 중단하지 않은 학교 가운데 상당수도 식단을 간소화하거나 일부 대체식품을 제공하는 등 차질을 빚었다.
대전지역에서는 전체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32%, 충북지역에서는 급식업무 근로자가 80%를 차지한 630여명, 경기지역에서는 급식종사자 1만6천여명 중 2천8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 대응 '온도차'
교과부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총파업 자제를 강력하게 요청한 뒤 "학생활동에 지장을 주는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참가자에 대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행정조치 및 형사고발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도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 대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근로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은 "학교회계직원의 처우는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며 "그러나 노조에서 요구하는 호봉제는 급격한 인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당장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학교운영위원회 경남도협의회 등은 "학생을 볼모로 한 파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개선하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오전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집회를 열어 호봉제 전환 등을 촉구했다.
지역별로도 시도교육청 등에서 집회를 갖고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광주지역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 김강민 조직부장은 "대화로 해결되면 좋겠지만 안되니까 이러는 것"이라며 "비정규직이 없으면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근로자는 "1년을 일하나 20년을 일하나 100여만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기도 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호봉제 시행, 도교육감 직접 고용, 교육공무직 법안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3개 비정규직 노조의 연합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조합원 3만3천905명 중 2만5천175명(투표율 74.2%)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 인원의 과반인 2만2천967명(찬성률 91.2%, 재적 대비 67.7%)이 찬성함에 따라 지난 7일 파업을 예고했다.
연대회의는 일단 이날 하루 파업한 뒤 교육당국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3차 파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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