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일본 언론들은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 만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만날가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한 손으로 악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두 손으로 악수할 것인가도 큰 관심사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물론 한 손으로 냉랭하게 악수를 나누는 것과 두 손을 맞잡고 뜨겁게 악수를 나누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일본언론이 우리의 남북정상의 첫 만남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또 하나 이유는 바로 지난 70년 3월 19일 당시 서독 브란트총리와 동독 슈토프총리의 첫 정상회담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양독정상은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만 주고 받은 다음 의전행사도 없이 회담장으로 직행하는 냉랭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12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남북정상의 첫 만남은 파격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관례가 없는 김정일위원장의 비행장 영접도 그렇고 김대통령과 두손을 맞잡고 뜨거운 악수를 나눈 모습도 감동적이였다. 그리고 육·해·공군의 의장대 사열과 60만 평양시민의 열광적인 환영은 우리가 미처 예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30년전 동·서독의 첫 정상회담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 가운데서는 김대통령과 김국방위원장이 첫 상봉시 악수보다는 진한 포옹을 했더라면 더 좋았고 감동적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악수와 포옹은 모두 반가움의 몸동작이지만 악수는 손으로 체온을 느낄 수 있지만 포옹은 가슴으로 심장의 고동을 느낄 수 있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15일 작별인사에서 말끔히 해소됐다. 두 정상은 서로 끌어안고 볼을 비비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악수를 나누던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의 순간이었다. 독일은 첫 정상회담 이후 19년만인 89년 10월9일 통일됐다. 우리는 이날 남북정상의 뜨거운 포옹를 보면서 독일보다는 통일의 시기가 훨씬 빨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날을 간절히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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