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3-01-30 13:55 (Mon)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봉노릇 그만 전북특별자치도

토끼띠 새해 벽두부터 모처럼 만에 전북이 깡총거리면서 활기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연말 전북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윤핵관이 포진한 강원도는 14년만에 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됐는데 전북은 여야 협치로 불과 6개월만에 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킨 기록적인 성과를 올렸다. 제주와 세종특별시는 중앙정부가 개발방향 등을 제시하면서 주도해 그 성격이 전북과 강원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올 6월 시행을 앞둔 강원도도 특별법만 통과되었지 그 속에 담을 콘텐츠가 허접하고 산만해 후발주자인 전북 한테 많은 교훈을 남겨 주었다.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기면서 설움과 분노에 찬 플래카드가 전라북도를 도배한 이후 처음으로 전북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플래카드가 도내 전역에 나붙었다. 전북은 1년후에 도제(道制를 마감하고 새로운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게 된다. 126년간 이어져 온 도제시대에 전북은 기쁨과 영광 보다는 산업화 변환에 따라 낙후와 소외라는 긴 그림자만 짙게 깔렸다. 그 여파가 인구감소로 이어지면서 1966년 252만이었던 도 인구가 지금은 176만9천명대로 반토막나면서 지방소멸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분 부활되고 1995년 단체장까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면서 지방자치를 실시해 왔지만 아직도 중앙정부에서 재정권을 장악해 반쪽자리 자치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이 독자적으로 발전모델을 세워서 특색있게 자치제를 꾸려 나갈 수 있는 것은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전북은 그간 광주 전남권에 편입돼 호남권으로 묶여 있으면서 파이를 키우는 역할만 했지 지역발전을 가져올 전북 몫 찾기는 한계가 있었다.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가 운 좋게 이뤄진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김관영지사가 여야를 넘나들면서 공들인 게 적중했다. 취임직후 국힘 정운천의원과 협치를 한 게 맞아 떨어져 가시밭길처럼 보였던 법사위를 통과시킨 것. 특히 민주당 한병도의원과 법안 내용 보다는 우선 법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여야 설득작업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일각에서 전북만 특별자치도가 되는 게 아니라고 그 의미를 폄하하거나 축소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법안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전북도가 전북연구원을 중심으로 콘텐츠보완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었다고 토끼 마냥 깡총거리거나 자만할 일도 아니다. 사람과 돈이 모일 수 있도록 내실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간 전북도가 추진했던 산업생태계를 고려해 김 지사가 약속했던 대기업 유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특히 대도시 광역교통관리특별법을 상반기중에 꼭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규제완화와 재정특례를 통해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아무튼 전북특별자치도 성공여부는 도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김 지사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원팀을 이뤄 법안보완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은 토끼의 민첩함에 거북이의 좌고우면함을 합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1.29 18:02

야구장의 추억

요즘 전주 덕진 종합경기장을 지나다 보면 야구장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12월 석면 해체를 시작으로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됨에 따라 시설물 허물기 공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우범기 시장도 12일 현장을 방문해 이곳에 문화예술 도시 전주의 새로운 명소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철거를 끝내고 2026년까지 문화 거점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 이처럼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6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야구장에 얽힌 추억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다니던 학교와 같은 공간에 있었기에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필자에겐 애틋함이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반백 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집처럼 드나들던 야구장 에피소드와 함께 그때 그 여운이 짙게 남아 있다. 무엇보다 도민들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은 뭐니뭐니해도 해태 타이거즈와 쌍방울 레이더스의 프로야구 경기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던 해태 경기 때는 야구팬들로 경기장 안팎이 북새통을 이뤘다. 박진감 있는 경기 못지않게 장외에선 파울볼 줍기 등 볼거리도 다양했다. 80년대 초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던 때라 야구를 통한 전북인의 애향심도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당시 억눌려 지냈던 전두환 군부독재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함께 민주화 열망이 야구장 응원가를 부르며 폭발하기도 했다. 더욱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공유한 때문인지 해태타이거즈 경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전국 각지 야구팬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호남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파도타기 응원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관중들도 그날만큼은 해방감을 만끽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야구장을 포함한 종합경기장 개발을 둘러싸고 10여 년간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송하진 시장이 롯데쇼핑과의 개발계획을 발표한 뒤 극심한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며 원점에서 맴돌았다. 소상공인 보호 명분으로 개발 계획을 백지화했던 김승수 시장은 논란에 기름을 부으며 소모적 논쟁만 불러왔다. 핵심 현안에도 불구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던 이 사업은 우범기 시장이 칼을 빼들면서 요동쳤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전주 대개혁을 선언한 그는 이런 기조에 따라 종합경기장 개발도 구체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시민들은 물론 지역 여론도 우호적으로 반응하며 오히려 개발 규제 완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구장은 곧 사라지겠지만 빛바랜 추억은 오롯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야구장을 대신해 들어서는 문화 공간을 통해 또 다른 예술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사통팔달 도심 한복판에 있는 미술관에서 그림과 조각 작품을 감상하며 이를 통해 전주 시민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오랜 세월 지역개발 난맥상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종합경기장이 거듭 태어나길 기대한다. 그래도 야구장에서 울려 퍼졌던 우렁찬 함성은 여전히 귓전에 맴돌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26 17:12

단체장과 의원 3선 딜레마

이 세상에는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게 몇 가지 있다고 한다. 바둑이 그 일례인데 죽었던 흑돌이 훗날 전투나 패싸움 도중 살아나기도 하고, 멀쩡히 살아있던 백마가 어느 순간 죽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선 과정에서 요석처럼 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어느 순간 폐석이 돼서 결국 2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가 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했던 이낙연, 정동영, 정세균, 김경수 등은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스멀스멀 무대 뒤편에서 앞쪽으로 나오는 분위기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닌가 보다. 이번 설 연휴기간 중 사람들의 첫째 화두는 역시 먹고사는 경제문제였으나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정치권의 화두였다. 현직 도내 국회의원들은 모두 초선 또는 재선이어서 정치적 중량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만 하려고 해도 3선은 돼야 하는데 그렇다고 정권 수뇌부 핵심인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나름대로 부지런히 뛴다고 하지만 의원 스스로 가채점한 것과 시민들의 실제 채점결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래서 요즘 지역정가에서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3선 고지를 넘어선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한편에선 “과거에 3선, 4선 했던 이들이 정작 자신의 영달은 꾀했을 망정, 막상 한게 뭐가 있느냐”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반대의 시각을 가진 주민들 중 누가 더 많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체적으로 의원은 선수가 쌓일수록 중책을 맡는 반면, 단체장의 경우는 마의 3선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3선은 하기도 어렵거니와 안 하는 게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전북에 국한해보면 유종근, 김완주, 송하진 지사가 재선을 하는 것으로 마감했고, 강현욱 지사는 단 한번만 지냈다. 유종근 전 지사는 재선 때 경쟁자가 없어 경선도 없이 추대대회로 진행될 만큼 성가를 구가했고 그 여세를 몰아 대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김완주 전 지사는 3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악화된 정치적 여건, 측근의 만류 등으로 뜻을 접어야 했다. 송하진 전 지사 역시 3선가도에 거침세가 없어 보였으나 정치적 반대세력의 연합작전에 의해 컷 오프됐다. 공교롭게 전북지사는 ‘3선불허’ 라는 불문율이 생겼는데 이제 막 시작한 김관영 지사의 추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교육감의 경우 3선을 노렸던 최규호 전 교육감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뜻을 접었고, 김승환 전 교육감은 생불여사(生不如死)라는 말처럼 오히려 3선을 하지 않은것만도 못한 평가를 받는것 같다. 민선단체장 선거가 도입된지 28년을 회고해보면 도내 14개 시장∙군수의 경우를 보면 3선을 역임한 사람치고 뒷모습이 추하지 않은이가 전무한 실정이니 단체장 3선은 고심, 또 고심끝에 결단하라는게 새해 아침의 덕담일듯 싶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25 14:05

트럼프와 툰베리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데 여러분들은 돈과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 마디 말로 제 꿈과 유년기를 앗아갔습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2019년 9월 뉴욕에서 열렸던 유엔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해결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을 앞에 두고 울먹이며 질타한 연설이다. 그의 연설은 유엔총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지만, 더 뜨거운 화제를 불러온 사진이 있다. 툰베리가 연설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뒤에서 노려보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된 후 트럼프는 트위터에 ‘툰베리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 같다. 보기 좋다’고 올렸다. 조롱하는 듯한 이 글에 툰베리는 트위터 계정 자기소개를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로 바꾸며 응수했다.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툰베리를 선정하고 표지에 싣자 트럼프는 다시 글을 올렸다. ‘상황이 너무 웃긴다’며 ‘그레타는 분노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해 분노조절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친구와 좋은 옛 영화라도 보러 가라’는 일종의 야유였다. 툰베리 또한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다시 이렇게 바뀌었다. ‘분노조절 문제에 신경 쓰는 청소년. 지금은 진정하고 친구와 좋은 옛 영화를 보고 있음’.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계속되었던 여섯 살 소녀 툰 베리와 일흔세 살 미국 대통령의 신경전(?)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기후재난이 불러올 위태로운 미래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차이였다. 미국은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협정을 그 다음해에 체결했으나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했지만 그 사이 미국은 파리협정에 서명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탈퇴한 국가였던 셈이다. 지도자의 인식이 한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후활동가들의 활동이 절박해지고 있다. 그들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인권단체도 가세했다. 국제앰네스티가 기후활동으로 인권을 탄압받는 기후활동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지난해, 마을에 지어진 석탄발전소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최대 10년 징역형 위기에 처한 방글라데시 기후활동가 샤흐네와즈를 비롯한 8명 활동가를 위한 캠페인이 그 시작이다. 앰네스티 캠페인의 제목은 ‘정의에 대가를 물을 순 없다’다. 기후활동은 곧 정의라는 명시가 새삼스러우면서도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1.24 16:38

때아닌 '시민후보' 논란

전주을 재선거 ‘시민후보’에 대한 부적절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시민후보’ 명칭을 둘러싼 시민사회단체간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단체 내부에서조차 명칭 사용을 놓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텃밭을 자부해온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무공천 결정을 함에 따라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그 틈새를 노리고 ‘시민후보’를 내세울 계획이었지만 아군 진영부터 반기를 들고 나왔다. 이유인즉슨 이들 진영에서도 그간 핵심 역할을 해온 농민회와 민노총을 주축으로 한 진보성향 단체들이 일방통행식 추진 방침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한마디로 전쟁터에 나가기도 전에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4월5일 전주을 재선거를 앞두고 시민후보 추천을 위한 사전 물밑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주도하는 모임은 “전주을 재선거는 전북 정치 혁신의 장이 돼야 한다” 며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탈당 후보는 혁신이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 면서 시민후보 추천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문제는 유권자나 정치권에서 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이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먼저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것.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농민회 도연맹은 논평을 통해 “시민후보와 같은 예민한 사항은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의해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면서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개별 인사들만의 참여로 ‘시민후보’ 명칭이 부여된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며 시민후보 자격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도 단위 선거도 아니고 한낱 지역구에 국한된 데다 재선거라는 불명예스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 때아닌 ‘시민후보’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저변에 깔려 있는 이번 선거 의미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온 민주당의 독점적 기득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책임론을 주장하는 여론 압박에 굴복해 결국 민주당도 무공천을 결정함으로써 기득권을 포기했다. 유권자 입장에선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후보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혁신 운운하며 시민사회단체가 또 다른 기득권 정치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에겐 반가울 리 만무하다. 이들 단체가 주도해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총선 매니페스토 운동은 물론 부적격 후보자의 낙선 운동과는 대비가 된다. 시민후보를 추천하려는 이들 단체의 충정은 십분 공감하나 정작 그 길 만이 정치 혁신에 부합하는지는 숙고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 타파를 열망하는 유권자 코드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물 경쟁력을 선호하는 시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도 추진 방식에 대해 시각차가 존재하는 건 ‘시민후보’ 명분이 그만큼 약하다는 방증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과 함께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다면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통해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게 순리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19 17:00

대윤 소윤과 친윤 반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우리 속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남녀차별을 보여주는 관용 표현 1위로 꼽힌 적이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많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겨운 시간을 함께할 텐데 드러내 놓고 이렇게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속내에 남성,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고 하니 주의할 일이다. 이 속담은 약 3,100년 전 고대 중국 주나라 무왕이 한 말에서 비롯된다. 주나라 무왕이 달기에 빠진 상나라(=은나라) 주왕(紂王)을 칠 때 구실로 삼았던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다. 중국의 왕이 전쟁 명분으로 쓴 이 말이 조선에서 수백 년간 무심코 쓰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여러 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속담이 자리 잡은 것은 조선 중종 때 소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 소윤 일파의 막후 실세였던 문정왕후를 빗댄 표현이었다고 한다. 1545년 소윤으로 불리는 윤원형 일파가 대윤으로 일컬어지는 윤임 일파를 숙청한 을사사화 때의 일이다. 중종의 둘째 왕비 장경왕후가 낳은 인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대윤, 셋째 왕비 문정왕후가 낳은 명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소윤이다. 대윤을 제압한 뒤 소윤의 거두 윤원형은 관직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온갖 뇌물을 쓸어 담는 등 전횡을 부렸으나 뒷배가 됐던 문정왕후가 병사하면서 몰락한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 무렵인 2019년 여름, ‘대윤(大尹)’, ‘소윤(小尹)’ 논란이 일었는데 대윤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였고 소윤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일컬었다. 검찰 내 두 사람의 위상을 외척세력 ‘대윤’(윤임)과 ‘소윤’(윤원형)에 빗댄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온통 ‘친윤’ ‘반윤’ 논쟁만 커지고 있다. 반윤으로 지목됐던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친윤의 칼날에 하나씩 나가 떨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계파적 대결 구도만 남은 당 대표 경선은 집권당이나 국가적 비전과 정책 논란은 없고, 오로지 자기 집안과 일부 측근의 세도만을 위해 눈이 벌겋게 전횡을 휘둘렀던 조선시대 대윤, 소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친명과 비명간에 날선 비판이 오간다.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등 유력한 대권 후보군에 어정쩡하게 줄 섰던 도내 의원들의 입지는 향후 예측불허다. 지난해 6월 전북에서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대거 물갈이됐다. 이는 곧 도민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고와 기술로 무장된 뉴 리더십을 갈망한다는 거다. 총선을 1년여 앞둔 가운데 다가오는 설 명절에 시민들이 친윤과 반윤, 친명과 반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18 16:11

강제동원 역사와 기억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였다. 차별의 천대 속에서도 그의 부모님은 하루벌이 노동으로 5남매를 키웠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아들은 일찌감치 화가의 꿈을 접었다.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다. 어디서 일하든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생활 철학은 그를 성공한 기업인으로 이끌었다. 긍정의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그는 실명의 위기까지도 극복하며 30대 이른 나이에 빚더미에 파묻힌 전자가게를 일으켜 부를 이루었다. 그는 가난한 재일교포 작가들의 후견인이 되어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가 된 그는 이 미술품들을 고국의 공립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40년 동안 수집한 1만여 점은 <하정웅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공공미술관에 안겼다. 전북도립미술관도 기증을 받은 미술관 중 하나였다.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오래전 인터뷰로 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명절이 되면 마을 뒤편 절에 있는 무덤에 찾아가 절을 올리게 했다. 무덤이라고 해봤자 돌 하나 놓인 것이 전부. 어머니는 일본으로 끌려왔다가 죽어간 이름도 모르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무덤이라고 일러주었다. 그가 살았던 아키타는 수력발전소와 광산이 있어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특히 다자와코 호수에 댐을 만들고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많은 조선인이 동원됐다. 눈이 많은 아키타는 춥고 먹을 것이 부족해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의 현장이었다. 자연히 추위와 싸우며 힘든 노동에 시달렸던 노동자 중에는 도망치거나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남의 나라에 끌려와 목숨을 잃은 조선인 노동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해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다자와코 호수 옆에 땅을 사고 설계까지 마쳤던 미술관 건립은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수많은 미술품을 고국의 미술관에 기증하게 된 배경이다. 일제 강제동원(징용) 배상 판결 문제가 해법을 찾기는커녕 더 꼬여가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 12일 진행한 공개토론회에서 일본 피고기업 대신 국내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 방식을 내놓으면서다. 16일 도쿄에서 열린 양국 협의에서도 특별한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로 ‘사죄와 기여’를 강조했지만,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진전하고 있는데 과거는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형국.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1.17 18:01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미국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2005년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08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돼 인기를 끌었다.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현한 제목만 보면 노인문제를 다룬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엽기적인 살인마가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그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구절에서 ‘노인’은 ‘오래된 지혜를 가진 지성인’을 의미한다. 만약 노인의 오랜 경험과 지혜대로 사회현상이 예측 가능하게 흘러간다면 그 사회에서 노인들은 대접받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대로가 아닌 도저히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즉 소설과 영화의 제목은 ‘우리 사회 지성과 경험을 갖춘 노인이 예측하는대로 흘러가는 사회(나라)는 없다’로 해석된다. 어쨌든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현대사회에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계층은 노인일 수밖에 없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결국 노인이 편안하게 기대어 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말 우리 나라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이제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북지역의 노인인구 비중은 23.2%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해당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된다. 저출산 고령화시대, 이미 한참이나 늙어버린 사회를 뒤로 돌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스를 수 없는 초고령사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펼쳐할 때다. ‘고령친화도시’는 노인이 건강하고 활력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사회 인프라, 서비스 등이 조성된 도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해 ‘WHO 국제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고령화·도시화 추세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추진한 범세계적 프로젝트다. 국내에서도 2013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 수원, 세종, 정읍시 등 각 지자체가 속속 가입해 노인복지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북지역 지자체에서도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활기차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 특성에 맞는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역점 추진해야 할 때다.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1.16 16:03

'권리당원 공천'은 시대착오

전북의 도세가 강원 충북보다 뒤처졌다. 제주와 세종특별시를 제외하면 전국 최하위다. 1966년 252만이었던 인구가 176만9000명으로 76만명이 줄어 반토막 났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인구소멸지역이 많아 전주 익산 군산시 완주군 정도만 남을 것이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서 실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대목이 국회의원 선거구 유지다. 그 이유는 정치가 모든 재화나 용역을 나눌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제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전북은 인구 상하한선에 걸려 10개 선거구가 위협받고 있다. 현재도 10명밖에 안돼 전북 몫을 찾기가 벅찬 실정인데 만약 한석이라도 줄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서라도 현행 10석을 마지노 선으로 잡고 유지시켜야 한다. 일부 완주군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전주 완주를 통합해 현행 의석을 유지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은 전북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반대논리만 펴는 건 곤란하다. 도민들이 낙후원인에 남의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상당부분은 도민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어 스스로 고쳐 나가야 한다. 그간 30년 이상 민주당 일당독식체제를 만들어 준 게 가장 큰 잘못이다. 지금은 시대 흐름을 냉철하게 파악해서 잘못한 점을 과감하게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운동권 출신들이 민주화를 위해 피와 땀 고귀한 생명까지 바쳤기 때문에 일정부분 그들의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속에서 그들의 역할과 사명은 끝났다. 앞으로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전북과 국가발전을 위해 나서도록 해줘야 한다. AI시대에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치권이 충원되는 것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전문가들이 국회의원 되는 게 사실상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다. 전북에서 민주당으로 국회의원 되려면 무작정 한달에 1000원씩 내는 유급당원만 몽땅 확보하면 가능할 수 있다. 당원들이 민주적으로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해서 이 방법을 활용했지만 돈선거를 유도한 것이나 다름 없어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이 벽을 뚫을 수가 없다. 그래서 도민들의 정서가 같은 전북에서 만큼은 굳이 유급당원으로 자격을 정하지 말고 일반시민들 여론조사로 변경해야 한다. 유급당원들이 상향식으로 국회의원 공천자를 뽑는 방식은 그간 운용과정에서 적잖은 폐단이 불거졌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 결국 돈 선거를 유도하는 부정적 측면이 많아 기득권 세력이 유리했다. 30년 이상 지역정서에 마냥 젖어 민주당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구조가 결국 전북을 망쳤다. 22대 총선때는 운동권 출신이 아니고 전문가들이 대거 국회로 진입하도록 공천방식을 바꿔야 한다. 역대 국회의원 중 현재 국회의원들을 가장 약체라고 지적하기 때문에 옥석구분을 잘해야할 상황이다. 역량있는 전문가들이 국회로 진입하도록 민주당 공천방식을 즉각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전북도 진정한 여야 경쟁의 정치가 펼쳐져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1.15 18:26

이재명과 정동영 그리고 김관영

지난 10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정치 생명을 건 승부에 들어갔다. 대선 때부터 불거진 사법 리스크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계속된 가운데 전북 정치권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월 전주을 재선거와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향방에 이목이 쏠려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앞두고 지난 연말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이재명 지킴이’ 를 자처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음에 이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당을 끝까지 사수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정 고문이 이렇게까지 전면에 나선 것은 이 대표와의 남다른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정 고문을 가리켜 이 대표의 정치적 대부라고 부른다. 그들의 인연은 이 대표가 지난 2007년 정동영 지원 조직인 국민통합추진본부에서 활동하며 시작됐다. 이후 정 고문이 17대 대선후보가 되자 이 대표는 대선 기획단에서 지근거리 보좌했다. 이 때문인지 정 고문은 작년 8월 당권을 거머쥔 이 대표 체제 이후 복당파 중 유일하게 상임고문에 임명됐다. 변방에 머물렀던 정 고문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뿐 아니라 정 고문과 과거 정치 노선을 함께 한 동지들이 정권교체를 통해 여야 핵심층에 포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관영 지사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정 고문과 함께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녹색 돌풍을 주도했다. 일약 원내 3당으로 발돋움한 국민의당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여야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뽐냈다. 김 지사도 그 무렵 중앙 정치권에서 폭넓은 인맥을 다지며 정치력을 발휘하던 때였다. 이후 이들은 탈당과 합당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그 뒤 김 지사는 2021년 12월 이재명 대표의 국민통합 인재영입 1호를 통해 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는 작년 6월 치러진 도지사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선됨으로써 지역 정치권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정 고문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지역에서 보폭을 넓히며 몸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의 총선 출마설에 주변 측근들도 애써 부인하지 않고 있다. 친정으로 복귀했지만 김 지사와 정 고문을 맞이한 민주당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과거 한솥밥을 먹던 동료라기엔 뭔가 서먹하고 분위기 또한 냉랭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 둘의 정치 동행을 점치는 이가 많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그들로선 선택지가 없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대표 입지와 무관하게 그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조직력 확대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운명은 내년 4월 총선에서 판가름 난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12 18:15

새만금 테슬라와 실패박물관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을 모르는 이는 없으나 그보다 더 천재로 평가됐던 니콜라 테슬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역사는 항상 1위와 승자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19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원래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였다. 그런데 테슬라는 수상을 거부했다. 소위 ‘전류전쟁(Current War)’에서 교류(交流)를 고안한 테슬라 입장에서는 직류(直流)를 고안한 에디슨과의 공동수상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해 물리학상은 제3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미국 주간지 ‘라이프 매거진’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의 한 사람으로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를 꼽았다. 크로아티아는 테슬라 탄생 150주년을 맞아 2006년을 ‘니콜라 테슬라의 해’로 정했고, 세르비아는 2006년 3월 베오그라드 국제공항 이름을 ‘테슬라공항’으로 바꿨다. 테슬라를 두고 미국,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서로 자기 나라의 발명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1856년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테슬라가 세르비아인이었고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간 이력 때문이다. 테슬라의 이론에 근거한 발명품을 보면 전자현미경, 수력발전소, 형광등, 라디오, 무선조종보트, 자동차 속도계, 레이더 등 셀 수 없으나 라이벌이었던 에디슨 때문에 많이 가려졌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갔던 테슬라를 역사는 잊지 않았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테슬라의 이름을 딴 T(Tesla)를 쓰는 게 대표적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2003년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회사인 테슬라가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에 의해 설립됐다. 회사명 테슬라는 물리학자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의 이름에서 따왔음은 물론이다. 테슬라가 최근 한국을 아시아 제2 공장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고려중인 가운데 전국적으로 34개 도시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일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국내에서 새만금만큼 토지 이용이 자유롭고 부지 조성시 민원이 없는 곳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미시간주 앤하버에 가면 ‘실패 박물관’이라고 하는 특이한 박물관이 있다. 처음에는 의미 없는 제품만 모인 실패작이 되나 싶었지만, 7만점 이상의 물건이 모이자 사람들은 실패 스토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업 경영인들이 따로 예약을 해서 찾아올 만큼 명소인데 실패가 결국은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백열전구 하나를 발명하는 데 10년 동안 2천 번 넘게 실패했던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단지 2천 단계를 거쳐 발명했을 뿐이죠” 테슬라의 새만금 유치는 사실 실낱처럼 희박하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집념만 있으면 꼭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그게 실패 박물관이 던지는 메시지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11 14:32

로테르담항의 지혜와 선택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세계 최대 항구도시로 유럽의 해운산업을 주도하며 한 시대 세계 1위 물류항으로 이름을 알렸던 도시다. 지금은 싱가포르나 중국 상해 등 동북아시아 국가의 대규모 신항들의 추격에 선두자리를 물려주고 말았지만, 여전히 유럽 최대 항구도시로 물류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며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개발해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해온 덕분이다. 로테르담항의 가장 큰 힘은 지리적 여건이다. 북해에서 2시간이면 항만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여건은 그 중에서도 큰 장점이다. 로테르담항은 시내에서부터 북해에 접한 지역까지 40km가 넘는 고속도로가 뻗어 있다. 이 도로 서쪽 연안에는 부두와 물류단지 정유공장 석유화학 공장이 이어진다. 항만을 통해 들여온 석유는 이들 정유회사에서 곧바로 정제해 수출되는데, 광활한 배후 부지를 확보한 로테르담은 이 덕분에 석유 대량 수입항이자 세계 굴지의 석유정제업 1번지가 됐다. 그러나 역시 로테르담의 면면은 물류항으로 더 빛난다. 유럽의 물류는 라인강 어귀에 자리한 로테르담을 통해 세계로 나가는데 그 역할을 위해 조성된 인프라 또한 특별하다. 로테르담항과 유럽 허브공항인 스키폴 공항 중심까지 고속도로와 철도가 직접 연결된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러니 네덜란드 튤립이 농장에서 서울의 유명 호텔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이틀이면 족하다는 것은 괜한 과장이 아니다. 로테르담항에는 물류를 특화하고 고부가가치 품목을 경쟁력으로 키우기 위해 조성한 ‘전문항구 컬렉션’이 있다. 10여 년 전 로테르담 항구를 찾았을 때 관리자의 안내로 이곳에 있는 ‘과일 전용 항구’를 알게 됐다. 엄청난 크기의 자동온도조절 창고와 냉동창고를 갖춘 이 항구에는 전 세계에서 실려온 각종 과일이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분류되어 다시 세계 각국으로 실려 나간다. 그러나 유독 관심을 끌었던 것은 따로 있다. 과일 전용 항구에 있는 대규모 주스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는 항만에 도착한 과일을 가공해 바로 제품으로 생산한다. 신선한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들여다보면 로테르담항의 경쟁력은 부가가치를 키우는 힘에 있다. 그들의 지혜와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새만금을 ‘글로벌 농식품 허브’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식량비축시설과 새만금신항만 배후지에 식품 중계·가공무역 단지를 만들고 새만금 농식품 전용 특화단지와 연계해 생산·가공·물류거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프라 구축의 무거운 과제가 안겨 있지만 항만의 특화전략이 반갑다. 오랫동안 물류산업을 주도해 온 로테르담항도 특화전략이 주효했다는 사실, 우리에게 좋은 선례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1.10 17:18

인구 걱정

인구절벽 시대, 새해에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인구다. 행정안전부는 새해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방의 인구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농어촌의 비중이 높은 전북은 걱정이 더 크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북의 주민등록 인구는 176만9607명이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전북 인구 180만명선이 지난 2021년 3월 무너진 지 만 2년도 되기 전에 177만명선까지 붕괴된 것이다. 전북도와 각 시·군 단체장들이 그동안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인구 늘리기에 몰두했다. 실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자체장에 취임하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300만 전북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치였다. 결국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사람도 돈도 모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하강곡선이 이어지면서 거창하게 밝혔던 슬로건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이후 어떤 지자체장도 지역의 장래 인구 목표를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사실상 인구 지키기도 버거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북 인구는 지난 1966년 252만3000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하고 지원책을 내놓기 전부터 전북지역 지자체의 역점 과제는 인구 늘리기였다. 공무원과 지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소 이전을 적극 권장했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축하금 지원액을 늘리고, 귀농·귀촌 정책에도 열을 올렸다. 더불어 교육문제로 인한 인구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자체가 공립학원을 세워 운영하고, 세금으로 수도권 학원 강사를 초청해서 지역의 우수 중·고교생들을 모아 입시교육을 시키는 비상식적인 사업까지 앞다퉈 시행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도,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시책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오히려 전북 인구가 오는 2050년에는 15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통계청의 ‘시·도별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전북 인구는 2030년 169만명, 2040년 160만명에 이어 2050년에는 149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수도권의 강력한 자기장에 그대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고, 출산장려금만으로는 전국적인 저출산 기조를 바꿀 수 없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과 저출산 기조를 바꾸지 못해 지방이 브레이크도 없이 소멸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균형발전 정책도 허망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눈앞에 닥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은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역 간 인구격차를 풀어내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1.09 17:17

단체장의 '어설픈 성적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해 심지어 소통령이란 말까지 나온다. 김관영 지사가 국힘 정운천 의원과 협치 하겠다면서 취임 직후 정 위원장이 추천한 국힘 인사를 3급 정책보좌관으로 임명, 의욕을 과시했다. 하지만 여당과 협치하랬더니 박 보좌관이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해 결국 정 위원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정책보좌관 임명 직후 도의회 안팎에서 김 지사의 보여주기식 인사라며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었다. 우리나라는 선거에서 이기는 쪽이 모든 권한을 갖는 승자독식주의를 취하므로 단체장의 권한이 상상을 초월한다. 임기동안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예산편성권을 활용해서 자신의 공약사항을 이행한다. 도의회를 비롯 14개 시·군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초록이 동색이라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집행부와 의회가 도정이나 시·군정을 함께 추진하는 수레바퀴 역할을 해야 하지만 서로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불협화음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유권자들은 단체장을 선출만 했지 그들이 얼마나 국가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 몫을 찾아오는지는 잘 모른다. 단체장들이 부처를 방문해서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게 말 같이 쉬운 게 아니다. 한마디로 단체장의 성적표는 인구늘리기, 국가예산 확보, 기업유치로 판가름 나게 돼 있다. 전북전체 인구가 설산(雪山)이 녹아 내리듯 현재 176만9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큰 틀에서 보면 돈과 사람이 모이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인구감소가 계속 이어진다. 문재인 전 정권 때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시늉으로 그쳐 결국 전북발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표대로 움직인다. 대선 때 전북 도민들이 문 후보를 적극 밀어줬다고 해서 임기동안 큰 기대를 걸었지만 그건 수사(修辭)에 불과했다. 중앙정치권에서 전북을 매력 없는 지역으로 본다. 그 이유는 전체 유권자수가 적고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가기 때문에 여야 모두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때문에 21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압승한 민주당과 정부는 감사와 보은의 의미로 수도권에다가 예산폭탄을 투하했다. 국가예산이 인플레로 늘어나기 때문에 도나 시·군예산도 해마다 늘어나면서 역대최대예산으로 편성된다.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힘을 합쳐 얻어낸 예산도 있지만 대부분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지난해 완주군은 1280명 김제시 인구가 542명 늘었다. 특히 전북 4대시를 목표로 한 김제시가 1조549억원의 국가예산을 확보해 기염을 토했다. 인구가 많은 익산과 군산시보다 많다. 그 이유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원택 의원과 정성주 김제시장이 합심협력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현역을 꺾은 정 시장의 취임 1차년도 성적표로서는 단연 압권이다. 김관영지사도 취임 6개월만에 여야 협치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켜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아직 성적표를 작성하기에는 이르다. 기업유치를 통해 경제활성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패기와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1.08 17:24

국회의원의 옥석 고르기

전북특별자치도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해 지역 발전의 새 전기를 맞았다. 호남권에 묶여 상대적으로 소외와 설움을 겪어야 했던 전북으로선 독자 권역으로 지위를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여야 협치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지역 정치권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1년여 유예기간 출범 준비를 하면서 전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우리 지역만의 색깔 있는 전략 수립이 과제로 남았다. 이런 우호적 분위기와는 달리 특별자치법의 입법 과정을 복기해 보면 소위 원팀으로 상징되는 일사불란한 팀웍은 눈에 띄지 않았다. 김관영 지사와 정운천 한병도 위원장의 삼각편대가 펼친 저인망식 맨투맨 공략이 결정적이었다. 힘을 보태야 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역 현안 추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의원들과는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법의 취지는 갈수록 지역 소멸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 카드다. 이렇게라도 자구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한차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다 가까스로 기사회생 했다. 지난달 7일 법사위에서 강원도 출신 유상범 의원이 법안 통과에 반대 의견을 내며 찬반이 팽팽했다. 그런 가운데 위원장이 찬반 의견이 맞선 점을 들어 법의 통과를 보류시켰다. 어느 때보다 지원사격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북 출신 비례대표 최강욱 김의겸 의원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최 의원과 김 의원은 정국을 떠들썩하게 하며 뉴스메이커로 명성이 자자함에도 정작 고향 발전 현안에는 나 몰라라 해 눈총을 받았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전북동행 의원이며 명예 도민인 서병수 김병욱 의원도 반대 입장에 가세하며 논란을 키웠다. 지난 10월에는 400여 명의 근로자와 낙농가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임실 푸르밀 폐업사태 때도 민주당 의원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국회 농해수위 회의에서 안호영 이원택 윤준병 의원 3명이 있었으나 이들은 아예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전남 출신 김승남 의원이 이들을 대신에 책임 문제와 함께 대책을 추궁함으로써 도민 분노를 자아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회의원의 원팀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특별자치도법이 국회 통과를 했지만 당장 ‘특별하게 지원’ 되는 것은 없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특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당위성과 구체적 명분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 사실 국회 반대 논리 중에 “지방분권에 목청을 높이면서 한편에선 특별자치를 강조하는 것도 모순” 이라며 나눠먹기 논리에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제주도 세종시 강원도에 이어 네 번째 특별자치도가 탄생함으로써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것. 그렇지만 전북 입장에서는 독자 권역으로서 새 출발 의미와 함께 지역 발전의 결정적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김관영 지사와 함께 이를 앞장서 견인하고 뒷받침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부릅뜬 눈으로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05 18:56

데자뷔-완산을 재선거

평소 드라마에 관심이 없더라도 얼마 전 끝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시청률 22%를 돌파한 이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따라가며 펼쳐지는 시대극인데 실화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을 떠올리거나 삼성, 현대, 기아, 신세계 백화점 등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직관적으로 삼성이나 현대를 떠올리는 건 바로 데자뷔(dejavu)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인데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젠가, 어디에선가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종의 기시감(旣視感)이다. 선거만큼 데자뷔가 잦은 것도 없는데 전주완산을 재선거(4월5일)가 다가오면서 왠지 어디서 경험한 듯한 느낌을 갖는 이들도 많다. 바로 2016년 치러진 제20대 총선 때 전주완산을인데 결과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4만982표(37.53%)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4만871표(37.43%), 국민의당 장세환 2만4943표(22.84%), 무소속 성치두 2390표(2.18%)를 누르고 당선됐다. 치열한 3강 구도가 아니었으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묘하게 민주당 공천이 없는 이번에도 유력 후보간 3파전을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국민의힘 김경민, 진보당 강성희 , 무소속 김광종 후보는 물론, 민생당 이관승, 박종덕 후보 등도 출마 채비 중인데 지역정가에서는 국민의힘 정운천, 무소속 김호서∙ 임정엽 후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3파전 필패론을 의식해서인지 임정엽, 김호서 후보는 최근 두어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핵심인 단일화 문제는 추후에 논의하고 일단 각자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선거 막바지에 가서 3강 구도가 될 경우엔 무소속 단일화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정운천 의원의 결단 여부다. 그의 출마는 기정 사실화하고 있으나 의원직을 사퇴해야만 나설 수 있기에 막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완산을 재선거에는 또 하나의 데자뷔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당 차원에서 무소속이나 타 정당 후보를 돕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진 것이다. 괜히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처신을 할 경우 당직자나 광역, 기초의원은 훗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또한 불과 10여년 전 전주에서 데자뷔가 있었다. 지방의원이라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심정에서 2009년 재보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정동영(덕진)과 신건(완산갑) 후보를 도왔던 지역정치인들이 훗날 어떻게 됐는지는 지역정가에서 너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형재, 이덕춘으로 대표되는 유력 후보군들이 불출마한 가운데 이들의 속내도 매우 궁금하다. 친민주계 후보의 당락이 내년 총선 때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에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04 12:00

늦깎이 ‘문청’과 신춘문예

새해 벽두, 전국 일간지 신춘문예가 신인 작가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랜 고투 끝에 찾아오는 기다림의 관문을 뚫고 세상에 나온 신인 작가들의 결실. 서로 견주어 비로소 독자들과 만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빛난다. 새해 첫날 아침, 작가지망생들에게는 여전히 ‘신춘문예’ 당선작을 만나는 일이 가장 설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작가가 되는 길은 다양하지만 한 시대, 가장 권위 있는 등단의 관문은 일간지가 공모하는 ‘신춘문예’였다. 신춘문예의 시작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1925년 연말, 문학작품을 공모한다고 알렸다. 이 새로운 공모제도에 ‘문청(문학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물론이다. 제1회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내놓은 신인은 시인 김창술과 아동문학가 윤석중이었다. 반갑게도 계급시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창술(1906~1953)은 전주와 인연이 깊다.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 보통학교를 수학한 후 포목점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1924년 조선일보에 <여명의 설움> <허무> 등을 발표하면서 이미 활동을 시작한 터였지만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생기자 다시 응모해 시 <봄>으로 당선했다. 신춘문예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1928년에는 조선일보가 신춘문예를 시작하고 뒤를 이어 더 많은 일간지가 참여하면서 1930년대 이후 신춘문예는 가장 중요한 문학 등용문이 되었다. 덕분에 수많은 문학지망생들이 겨루는 과정을 뚫고 작가가 된 ‘신춘문예 출신’ 신인들은 더 높은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35년을 맞았다. 더 일찍 시작했지만 60년대 중단되었던 것을 부활한 1988년을 시작으로 잡은 연수다. 올해 당선자들의 소감을 보니 겹겹이 쌓인 습작과정의 고된 분투가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당선자가 있다. 시 <활어>로 당선의 기쁨을 안은 황사라 씨다. 그는 올해 예순 살 주부다. 어려운 시기에 시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자신의 시를 ‘삶과 다를 바 없는 글’이라고 표현했다. 바닷가의 삶에서 읽어 낸 활력과 긍정의 힘을 담아낸 그의 시를 심사위원들은 ‘시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있다’고 평했다. ‘그 어떤 섬광 같은 새로움’이 아쉽지만 ‘그가 펼치는 정서에 신뢰를 갖게 하는 노련함’을 주목했다는 평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20~30대 ‘문청’들이 주도하는 신춘문예 당선자 행렬에서 늦깎이 신인들은 더 빛나 보인다. 그들의 결실이 창작의 열정으로 문학의 숲에서 서성이고 있는 더 많은 늦깎이 ‘문청’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1.03 18:05

예산 낯내기

‘전북도 새해 국가예산 사상 첫 9조원 시대’, ‘○○시, 2023년 국가예산 역대 최고액 확보’.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치적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연시 바쁜 일정에도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여 언론 브리핑을 열고 애써 그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도 지역 정치권이 여야 협치를 통해 큰 결실을 거뒀다’는 자평도 예년과 비슷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꼭 있는 일이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국가예산 확보 성과를 아전인수식으로 부풀려 발표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난 연말 예산정국이 장기간 공전하면서 국회가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 기록을 세웠지만 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의 ‘예산 낯내기’는 조금도 지체되지 않고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각 지자체장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총력전을 펼친 게 사실이다. 국회 각 상임위의 예산심의가 본격화 될 시점에는 ‘상경투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지자체의 관심은 온통 국가예산에 쏠린다. 지역발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자 첫걸음은 역시 예산확보이기 때문이다. 거의 1년 내내 국가예산 확보에 열정을 쏟아냈으니 주민들에게 그 성과를 알리고 싶은 게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기왕이면 잘 포장해서 하나하나 의미를 부각시키고 싶을 게다. 하지만 지자체와 의원들의 발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민망한 표현이 적지 않다. 우선 전체 예산은 전년에 비해 절대 감소하는 일이 없으니 사상 최고액이라는 표현은 무색하다. 해마다 예산은 1원이라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년 사상 최고액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마치 현 단체장의 능력이 탁월하거나 전임 단체장과 비교할 수 없는 열정을 쏟은 덕에 전대미문의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해마다 그 성과를 홍보해댄다. 다음 해에도 또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국가예산은 천문학적 수치로 포장된 전체 규모가 아니라 그 항목과 실속을 살펴야 한다. 숫자로 표시되는 예산의 액수보다는 해당 국가예산 사업이 지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당장 지역발전을 위해 시급한 현안인데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물거품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업도 적지 않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가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사업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선출직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과제보다 치적 홍보가 우선이다. 앞으로는 국가예산이 연말연시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치적 홍보용으로 과대포장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1.02 17:41

긍정의 에너지

또 한해가 시작되었다. 신년하례회를 통해 모두가 거창한 다짐을 한다. 도민들은 그간 지역발전이 이뤄지지 않은 게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내탓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상당부분 내 탓도 있다는 것. 내탓공방을 떠나 전북은 지난 연말 특별자치도란 이름의 연말선물을 받았다. 1년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특별자치도란 이름으로 새 시대가 열린다. 그렇게 갈망했던 기회라서 도민들의 역량을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기에 어렵다고 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연초부터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북은 발전의 기회를 못 살리고 허송세월한 측면도 있었다. 지금은 정권교체와 여소야대로 우릴 도와줄 우군도 없지만 진보가 정권 잡았을 때가 사실상 기회였다. 젊은 김관영지사가 천리마처럼 동분서주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런 때일수록 자강의식을 갖고 도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김 지사가 중앙정치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장밋빛 무지개로만 떠 있는 게 아니다. 기존의 법체계와 상충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정비해야 한다. 법률전문가인 김관영지사가 즉각 용역작업에 나선 이유가 바로 상충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인사청문회 때 도의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올해는 의회의 협조를 얻어 함께 인구를 늘리면서 도세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지사경선 때 있었던 갈등을 말끔하게 치유해 협력의 동반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간 전북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후 호남권으로 묶여 알게 모르게 많은 피해를 봤다. 그러나 특별자치도가 만들어져 탈호남으로 전북 몫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전북 몫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발벗고 나설 때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광주 전남과는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면서 전북 몫을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 선두에 나서야 한다. 22대 총선 때 지역발전에 성과를 내지 않은 현역을 도태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이 전주을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 22대 전북총선판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위기는 기회로 통한다. 전북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게 없다. 도민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긍정의 에너지를 발휘하면 옛 전라감영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다. 긍정의 에너지는 의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전북의 고질병이었던 진정 투서 무고등을 없애야 한다.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 돌아서면 뒤통수나 치는 나쁜 버릇을 고쳐 나가야 한다. 외지인 가운데는 전주나 전북사람들의 이중성을 경계하면서 전북사람들을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지적한 사람도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소신없이 부화뇌동 하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른이 생겨나면서 전북으로 사람과 돈이 모이게 된다. 긍정의 힘이 전북발전의 원동력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1.01 17:03

'왜 일하는가'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었다.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었지만 국가별 지역별 매출은 일본이 절반을 훌쩍 넘었고 미국은 30%대에 머물렀다. 돌아보면 일본의 전기전자제품이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던 그 시절, 우리나라에도 ‘코끼리 밥통’이 유명세를 탔었다. 그러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이후 꾸준히 몰락해 갔다. 그 사이 미국은 반도체 산업 규모를 확실하게 불렸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급속 성장했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활에 나서는 모양이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정책도 그렇지만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 선두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전자기업 교세라가 있다. 교세라가 밝힌 반도체 전자 분야 투자 규모가 우선 놀라운데, 자그마치 자본지출 9,000억엔, 연구개발에 4,000억엔이다. 지난 3년 동안 투자했던 비용보다 2배 규모란다. 이 기업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는 지난 여름 별세한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덕분이다. ‘경영의 신’이라 불렸던 그는 일본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혔다. 농학자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한 그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자서전 <왜 일하는가>가 출간되면서다. 이 책은 2009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에서 수백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다양한 곳에서 추천도서로 소개되는 책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처음 소개된 이후 유명 기업가들이 추천하고 특히 삼성이 10년 동안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한 책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나모리 회장이 직접 쓴 자서전이자 일대기인 이 책은 지방대 출신으로 오래된 중소기업에 입사했던 그가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토세라믹을 설립한 이후 연매출 16조 원, 6만 9천 명 직원들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과정이 담겨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방법이나 방식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대기업 회장이면서도 평생 검소하게 살았으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했던 그가 어떤 철학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했는가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질문한다. '왜 일하는가'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것일까’ . 아흔의 원로경영인이 자신에게 물었던 그 질문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수도 없이 이 질문을 하며 달려왔을 우리 모두 행복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2.29 17:35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