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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言論의 自由

 

 



한순간 전 세계를 경악과 공포 속에 몰아넣은 미국 쌍둥이빌딩 테러사건이 일어났을 때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사상자 수를 얼마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희생자 수를 셀 때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생존자와 부상자를 구출하느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더 이상 질문을 자제했고 이후 미국 언론은 테러의 주체와 배후에 대해서만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내비쳤을 뿐 어떤 추측 기사나 책임공방도 없이 하나같이 사태극복과 구조활동에 대부분의 기사를 할애했다.

 

한 재미(在美) 언론인은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과 테러범을 향한 분노로 심리적 혼돈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나 선정주의에 빠지지 않고 놀랍도록 침착하고 합리적으로 상황대처를 하는 미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지켜보면서 ‘위대한 미국’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한국 언론 풍토에 익숙한 자신이 사망자 수에 대한 호기심과 중앙정보국(CIA)에 대한 문책 수위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같은 자신의 얄팍한 정서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요즘 한국 언론의 실태는 어떠한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미명하에 무차별적으로 또는 정략적으로 자행되는 폭로 기사,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기자의 식견과 객관성 부족 그리고 부주의한 감정 개입 등 으로 수많은 보도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다 언론사 세무조사로 촉발된 정언(政言)갈등에 언론이 언론을 고발하는 언론사상 초우의 언언(言言)갈등까지 세기말적인 사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곳이 오늘날 한국 언론의 현주소요 부끄러운 우리 언론의 자화상이다.

 

물론 민주국가에서 언론사마다 각기 다른 견해를 갖는다고 그것을 탓할수는 없다. 또 정부의 언론정책이 반드시 옳다고 두둔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지 언론사와 언론인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되겠다는 말이다. 언론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여론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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