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50∼60대들이 초등학생이던 1950∼60년대만 해도 도시락을 싸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사정은 도시나 시골학교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도시락을 지참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미국 원조물자인 옥수수가루로 만든 빵이나 탈지분유를 쪄서 나눠주었다.
그러나 군것질 거리가 별로 없었던 당시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인기가 좋아 결식아동만 먹게 놓아두지 않았다. 어떤 아이들은 아예 자기 도시락과 바꿔먹기까지 했다.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까마득한 옛날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불과 40여년전의 일이다. 작년 수출액 1천4백억 달러를 달성한 우리가 수출 1억달러 안팎이던 시절의 얘기다.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지금에도 결식아동이 그대로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경제발전과 복지정책 확대로 쌀이 없어 굶는 절대빈곤은 사라졌다. 그러나 가계경제의 파산이나 이혼등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가속화하면서 양육기능을 잃거나 포기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누군가는 돌봐야만 아이들은 밥을 먹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식아동의 증가가 빈곤과 가족기능의 상실이 맞물려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사한 국내 초·중·고 결식아동 수는 지난 89년 8천5백46명에서 97년 1만1천17명, 그리고 IMF사태 이후인 2000년 16만4천명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지난해말 현재 도내에도 6천6백88명이 집계됐다.
이들에게는 중식비가 지원된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급식등에 포함시켜 점심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방학중 점심 해결을 위해 지난 99년부터 이들에게 농협상품권을 지급해주고 있으나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9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른 물건을 사는데 써버려 정작 점심해결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또 다른 행정편의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식사를 거르는 것은 배고픔의 고통은 물론 정서함양에도 좋지 않다. 자라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그들에게 정서결핍이 생기면 언젠가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결식아동 문제는 모두가 고민해야할 사회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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