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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英語 공용화 정책



“언어가 사라지면 그것을 통해 표현이 가능한 인간의 사고와 지식을 잃게 된다.”지난 2월 유네스코가 ‘세계 멸종위기 언어지도’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개별 국가의 강압적 언어정책과 유력 언어 사용의 확산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언어’가 적어도 3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유엔한경프로그램, ‘위기에 처한 언어를 위한 기금’등에서도 인류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언어들의 보호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의말과 글을 스스로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열풍 때문이다. 미국의 한 신문은 어린이 혀수술까지 자행하는 이 땅의 광적인 영어열풍을 비웃은 바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나서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동북아 비지니스 중심국가 실험방안’을 확정한 바 있는데, 그 방안 가운데 영어교육 강화와 ‘경제특구’영어 공용화 구축내용이 들어 있다.

 

경제특구에 영어를 공용하게 했을 때 득실은 무엇일까? 이는 제주도특별법 추진 때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이곳에 드나드는 외국인들이 누릴 편의와 투자효과에 견줘 한국인이 치러야 할 대가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폐해로는 민족정체성 혼란 가중, 언어 혼란 심화, 민족문화 파괴, 국어 천시, 언어 계층 발생 등이 있다. 특히 유의할 점은 그 폐해가 특구에 한정되지 않고 곧장 온 나라에 퍼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영어공부에 치어 정작 필요한 전문적 지식이나 역량의 배양은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영어를 통해 전달할 내용이 없거나 부실해지게 되는 것이다.

 

영어는 ‘교통어(交通語)’일 뿐이다. 모국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교류하는 데 필요해서 사용하는 언어인 것이다. 그것은 몇몇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면 된다. 모든 국민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교류할 내용을 충실하게 챙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영어가 모든 것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허위의식부터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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