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중반전에 접어 들면서 전국 곳곳의 유세현장이 말 잔치로 풍성하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험장에서 쏟아지는 후보자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혼란스럽게 하기는 역대 선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공약으로나 내세울만한 거창한 구호들이 쏟아져 나오고 상대방 후보를 비난하는 온갖 험구와 흑색선전도 변함없다.
지방자치도 일종의 정치행위라면 후보자도 정치인일수밖에 없고 정치인이 말을 잘 하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말이란 많이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좋은 말만 골라서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서양속담에 ‘많은 말은 칼이상으로 사람을 해칠수 있다’는 경구(警句)가 있고 ‘말이란 생각하는 것을 속이기 위해 인간에 주어졌다’고 설파한 프랑스 정치인도 있다. 할 말은 하되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며 품위와 절제의 미덕을 지킬줄 아는것이 ‘말잘하기’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방선거를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삼아 기세 올리기에 한창인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盧武鉉)민주당 후보간 말꼬리잡기는 도를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이후보가 ‘빠순이’나 ‘옥탑방’을 잘 몰랐다 해서 크게 흠이 될 일이 아니듯이 노후보가 흔히 쓰는 ‘깽판’이란 용어를 썼다해서 저질발언 운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정작 문제 삼아야 할 ‘말 실수’들은 ‘공업용 미싱발언’이나 ‘창자를 꺼내 씹어 먹는다’든지 ‘정육점 칼로 집도하는 격’이라고 한 험구들이다. 친일파은은 하며 한 집안의 가계(家系)에 ‘놈’자까지 붙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84년 미국 대선때 레이건의 유머는 지금 두후보간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그는 자신의 고령과 관련하여 먼데일이 ‘너무 늙지 않았느냐’고 비꼬자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삼지 않겠다. 너무 젊거나 경험이 없다는 것을 정치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받아 넘겼다. 미국 유권자들은 그를 선택했었다.
문제는 노후보의 언행을 사사건건 문제삼아 왜곡(?)과장을 일삼는 일부 언론보도에도 책임이 없지 않은것 같다는 국민들의 생각에 있다. 그러니 노후보의 가식없는 직설적 화법에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많은 그의 지지자가 늘어나는것 아닌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