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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가을의 길목

 

 

 

아직은 한낮에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맹위를 떨치던 여름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계절은 가을의 길목에 접어들고 있다.

 

절기상으로 입추가 가을의 시작이지만 가을 빚은 역시 처서가 지나야 나타난다. 지난 23일이 처서였다. 처서는 ‘더위가 물러간다’는 서퇴(暑退)를 뜻한다.

 

예부터 처서에서 백로에 이르는 15일 동안에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고 매들은 참새사냥에 나선다고 했다. 또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는 벌초를 하기 시작한다.

 

여름동안 눅눅해진 옷가지와 서책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일도 이 무렵에 한다. 이를 쇄서포의(쇄서포의)라고 해서 농가월령가 7월령은 ‘장마를 겪었으니 곡식도 거풍하고 의복도 말리라’고 조언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 진다’는 속담처럼 모기나 파리등의 성화도 시들해진다.

 

또한 농민들은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농기구를 씻고 닦아서 보관할 채비를 했다. 백중(百中)의 호미씻이도 끝나는 무렵이라 그야말로 ‘어정칠월 동동 팔월’로 농촌은 한가로운 때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곡식 천석을 감한다’든지 ‘독안의 곡식이 준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처서를 전후한 맑은 날씨가 한해 농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말일 것이다.

 

올해는 처서를 앞두고 이달 초순부터 전국적으로 10여일간 내린 집중호우로 경남지역은 사상 최대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재민돕기 성금 모금과 일손돕기 봉사활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집과 가재도구 그리고 농경지까지 모두 물에 잠겨버린 수재민들의 상심을 달래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도내는 사과 포도등을 재배하는 과수농가들이 계속된 호우로 한해 농사를 망쳐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과, 배, 복숭아 등은 낙과로, 포도는 송이가 갈라지는 피해를 입었지만 자연낙과나 열과로 인정돼 정작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밖이어서 보험에 가입한 농가들도 한푼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한다.

 

풍요와 수확의 계절에 이같은 상실감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죽기 살기로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처럼 점점 우리네 삶이 삭막해져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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