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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코미디 황제’ 이주일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못생겨서 연예계로 나왔으니 한번 잘 봐주시십시요. 자세히 보면 더욱 못생겼습니다.”

 

못생긴 사람이 연예계에서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오기 만큼이나 어려웠던 시절, 가슴에 맺힌 한과 설움을 지독한 긍정법으로 풀어내면서 서민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주던 코미디 황제 이주일씨가 다시는 돌아올 수없는 길을 떠났다.

 

세상만사 주어진 운명대로 흐르고, 인명이야 더 더욱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코미디계에 전설을 남기고 홀연히 저 세상으로 간 그의 뒷자리가 이렇게 허전한 것을 보면, 그는 또 하나의 희극인이 아니라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우리의 진정한 이웃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역정은 모르는 이가 드물거니와, 무명 시절 그가 겪은 고생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짠한 마음이 들게 한다.

 

지난 77년 이리역 폭파사고때 극장 천정이 무너져내려 머리에 부상을 입은 그는, 자신의 상처를 돌볼 겨를도 없이 하춘화씨를 들쳐없고 뛰어나와 주위 사람들로 부터 의리있고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용기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주인공을 살리지 못하면 나는 다시 고생길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라고 코미디 대사같은 고백을 솔직하게 토해냈다.

 

그는 또 방송국PD를 찾아가 “우리 아이들이 아버지가 코미디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니 아버지 노릇 한번 할 수 있도록 방송에 출연시켜 달라”고 하소연을 해 그 PD를 감동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의 인간드라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80년대 당시, 서슬이 시퍼렇던 전두환 전대통령을 소재로 자신과 닮은 점은 대머리와 데뷔 시기, 축구 좋아하는 것과 웃기는 것이고 다른점은, 한사람은 나이트클럽에서 웃기고 다른 사람은 9시 뉴스에서 웃기는데 한사람은 자기가 웃기는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은 모른다는 코미디를 했다가 저질 코미디언으로 몰려 무대에서 쫓겨나는 비운도 맛보았다.

 

그는 또 코미디 보다 더 코미디 같은 정치에 환멸을 느껴 국회의원 생활을 접으면서 “4년간 코미디 잘 배우고 떠납니다”라는 은퇴의 변을 남겨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광대 이주일씨, 몸은 비록 떠났지만 그의 체취는 오래오래 우리들 기억속에 남아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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