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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악어의 눈물

 

 

악어는 사냥감을 먹어 치운 뒤 눈물을 흘린다. 얼핏 생각하면 악어의 눈물 역시 일상적인 의미로 해석함직도 하다. 그래서 악어는 불쌍한 희생자를 생각하고 애도하는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눈물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감정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악어는 사냥감과 함께 짠물을 먹게 되어 있어서 몸안에 염분이 넘치기 마련이다. 이런 염분의 양을 조절하는 생리적 기능으로 악어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이런 속사정을 모른다면 앞서의 해석처럼 악어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예의 바른 동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지난 6월 13일이니까 월드컵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다. 어둑한 저녁도 아닌 오전 10시경에 두 명의 여학생이 미군 장갑차량에 압사당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군을 포함한 미국이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생리현상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 일상적인 대응이었다. 마치 악어의 눈물처럼.

 

그동안 미군과 그 군속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심판이 우리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 적이 없었건 경험으로 보면 이번 사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는 짐작은 했었다.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사건 피의자인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운전병 마크 워커는 지난 20일과 22일 미 2사단 군사법정에 섰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배심원 제도가 아니다. 다만 그 배심원들이 모두 미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배심원들의 평결이 내려졌다. 모두 무죄, 그리고 28일 주한 미대사 허바드가 대신한 부시의 사과표명이 우리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처리 과정에서 한 가지 반복적인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악어의 식사처럼 일단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밀어 붙인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고 여기에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 다음에, 악어의 눈물처럼 분노한 한국민들의 감정에는 허사(虛辭)로 들릴 수 밖에 없는 사과표명을 던져 놓는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한국민을 대변하고 보호해서 일을 해야 할 정부당국의 태도를 보면 도대체 울화가 치밀어서 견딜수가 없다. 당하는 국민만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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