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는 여론조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만 하다.
선거 당일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출구조사를 토대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가 개표가 진행되면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의 경합양상으로 나타나자 이를 번복하면서 ‘세기의 해프닝’은 시작됐다.
주요 방송사들은 다음날인 8일 새벽엔 부시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중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여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가 곧이어 또 취소하는등 갈팡질팡했다.
이 바람에 고어 후보는 부시 후보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걸었다가 번복했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축전을 보냈다가 취소하는 코미디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앞서 비슷한 오보는 1948년에도 또 한차례 빚어졌다.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창시자인 조지 갤럽이 이끄는 미국 여론연구원은 공화당의 토마스 듀이 후보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후보를 누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트루먼이 ‘듀이 후보의 승리’라고 오보한 신문을 치켜들고 있는 사진은 빗나간 여론조사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5대, 16대 총선에서 방송사들이 두표종로와 함께 발표한 예측보도가 개표결과와 크게 틀리는 바람에 출구조사 관련자를 문책하고 시청자에게 사과방송을 내보내는등 곤욕을 치렀다.
15대때는 후보자의 당락 예측보도가 틀린 곳이 무려 39곳이나 됐으며, 16대 때도 20여곳이나 예측이 빗나가면서 어느 당이 원내 제1당이 되는지 가장 기본적인 사안조차 맞히지 못했다.
이처럼 제면을 구긴 방송사 선거예측보도가 지난 97년 대선과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는 거의 적중했다. 여론조사의 이같은 시행착오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보다 정확도를 놀이기 위해서는 조사 방법의 개선에 대한 연구등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어제 실시된 16대 대선에서도 방송 3개사가 일제히 선거예측보도를 했다. 오보 위험부담을 안고 발표한 3개 방송사는 모두 오차범위내로 노무현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실제 개표결과와 거의 적중했다. 지난 15대 대선때 이어 여론조사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이번 출구조사를 계기로 국내 여론조사시관의 조사방법과 기법이 더욱 과학화해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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