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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긁어 부스럼 내기

 

 

지난 2000년 11월7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는 박빙의 접전과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가 법정공방으로 이어지는등 얼룩을 남겼다. 36일간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빛어지면서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로 분열돼 국내외의 비웃음과 우려를 낳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역시 미국은 법의 지배를 받는 선진민주주의 나라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방대법원이 12월12일 민주당 앨 고어측이 요구한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개표가 위헌이라고 판결한데 이어 다음날 고어가 이에 승복함으로써 조지 W부시 공화당후보가 43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 것이다.

 

당시 ‘백악관 문을 여는 마술열쇠’(뉴욕타임즈)를 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민주당의 리버먼 부통령후보는 ‘강펀치를 맞은것 같다’고 섭섭한 심정을 토로했지만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고 한 사람은 영웅이 돼야한다’는 베이커전 상원의원의 충고를 고어는 품위있게 받아 들인 것이다.

 

물론 고어로서는 모든 법적 절차를 밟을 권리와 자신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가 있었지만 결국 ‘법의 원칙’을 더 존중함으로써 미국의 가치를 확인시킨것이다.

 

그 해 미국에서는 투표용지에 구멍이 뚫리지 않은 보조개투표(dimple vote)가 화제가 됐고 구멍이 뚫리면서 떨어져 나온 종이 부스러기를 뜻하는 차드(chad- 孔밥)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플로리다주 선거 결과는 국민들의 최대이슈 였을뿐 아니라 정권의 할배를 가르는 역사의 분기점이 됐던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그런 일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대통령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국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를 실시 한 결과 이회창후보와 노무현후보간 표차는 1천1백17표를 넘지 않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의문을 제기한 전자개표기는 전혀 이상이 없는대신 수작업 과정에서의 작은 착오나 실수가 밝혀졌을 뿐이다.

 

한나라당 서청원대표는 어제 ‘당선무효소송의 취하등 후속조치를 깨끗이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당지도부가 일종의 헤프닝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두번 죽는일’이라며 소송을 반대한 소장 개혁그룹의 반발을 어쩔것이며 여론의 따가운 눈총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긁어 부스럼내기’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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