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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逆歸省

 

 

 

'설설 기어도 설은 지나간다'고 했던가, 고생스럽지만 싫지 않은 마음으로 며칠 부대끼다 보니 설 연휴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불경기 까지 겹쳐 욕심껏 선물 장만은 못했지만, 오랜만에 가족이 한데모여 정담을 나누고 고향사람들과 회포도 풀어, 짧은 연휴지만 귀경길이 흐뭇하다. 고향, 그곳에 가면 살가운 정이 있고 애틋한 추억이 되살아 나고 뭔지 모를 희망이 속구친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고향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면서 명절만 되면 연어처럼 모천(母川)으로의 회귀본능이 되살아나 고향으로 고향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문득 자신을 돌아보며 오늘의 '나'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한데 요즘 설풍경으로는 웬지 낯선 역귀성(逆歸省) 행렬이 보편화 되면서 수천년을 내려온 농촌 공동체문화가 뿌리채 흔들리는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급할 수가 없다. 물론 해를 거듭할수록 역귀성 인구가 증가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시골집으로 모두 모이려면 불편하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데다, 농촌에 계신 부모님은 연로하여 명절 음식을 챙길 기력조차 없다.

 

게다가 불편한 주거 환경에 익숙치 못한 며느리·손자들이 극구 귀향을 꺼리고 있으니, 다 늙은 부모님들이 보따리 싸들고 자식들 찾아가는 편이 훨씬 나을성도 싶다.

 

그러나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꼭 편안해야만 맛인가. 일년에 고작 두차례인데 5시간 10시간 자동차안에서 시달려도 보고, 불편하지만 하루 이틀 재래식 화장실도 써보고, 피곤하지만 동네 이웃들과 비벼대며 날밤을 새보는 것이 그렇게도 의미없는 일인가.

 

또 고향 재래시장에서 장보기를 하고, 지방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먹는 일이 작지만 고향 경제에 보탠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이게 바로 사람사는 재미고, 2세를 위한 산교육이 아니겠는가.

 

농촌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젊은이들은 떠날 수 밖에 없고, 젊은이들이 떠나는데 농촌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역귀성 행렬을 보면서 "신(神)은 시골을 만들었고,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다(God made the country, and man made the town)”는 영국시인 윌리엄 쿠퍼의 싯귀가 생각난다. 정녕 농촌은 명절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든 삭막한 곳이 돼가는가, 아쉬움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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