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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첨

 

 

 

중국 동한(東漢)시대의 애황제(哀皇帝)는 정치를 외척에게 맡기고 여색을 탐닉하다 국정을 파탄시킨 어리석은 임금이다. 충신 정숭(鄭崇)이 수차례에 걸쳐 정사를 돌볼 것을 간했으나 번번이 책망만 당하고, 오히려 불충(不忠)한 신하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아첨과 모함의 명수인 간신 조창(趙昌)이"요즘 정숭의 집은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습니다. 역적 모의를 하고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라며 의심의 불을 지폈다.

 

애제가 정숭을 불러 사실을 확인하자 정숭은"맞습니다. 제집 앞에는 아첨하는 무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나라가 안정돼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숭은 감히 천자에게 대든 꼴이 되어 하옥당했다가 끝내 옥사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대표적인 아침 금메달 감은 자유당 시절 2인자인 이기붕(李起鵬)과 당시 내무장관인 이익흥(李益興)을 꼽아 손색이 없다.

 

이승만(李承晩)의 종신집권을 위해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을 강행한 것이나, 60년 3·15대통령선거때 노골적인 부정선거로 정·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기붕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힘든'아첨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었다.

 

또 이승만과 함께 낚시를 하다 그가 터뜨린 배기가스 소리에"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애교석인 아침을 한 이익흥은 오늘날까지도'재미있는 아부의 본보기'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자고이래로 권력과 부에는 마치 파리떼처럼 수많은 아첨꾼들이 따라다닌다. 기회포착과 변신에 능한 이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이 달성될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변이야 거꾸로 가든 망가지든 알 바아니다.

 

한데 얄궂게도 권력과 돈을 거머쥔 실력자들은 바른 말인줄 알면서도 충언(忠言)을 싫어하고 아부하는 말인줄 알면서도 감언(甘言)에 귀를 기울인다.

 

더구나 기들은 만인을 발아래 두고싶어하는 속성이 강해, 설사 아첨꾼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는 기질이 있다.'자손심이 강할수록 아첨의 밥이 된다'는 스피노자(spinoza)의 경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을 겪었다”면서 "참여정부에서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이 더이상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부디 초심이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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