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로버트 金의 소망

 

 

얼마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과저에서 한 미군 병사가 숨졌다. 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간 전장에서 유독 그 병사의 죽음을 안타까워 한 이유는 미국 시민권을 얻어려면 그의 꿈이 무산되었기 때문이었다. 국가간의 정치적 이해에 개인적인 소망이 물거품처럼 스러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지금 미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는 로버트 김(63세·한국명 김채곤)은 미국 시민권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또다른 희생자다. 이야기는 동해안에서 북한 잠수함이 발견된 1996년 9월로 거슬러 올라 간다. 그 일이 벌어진 엿새 뒤, 미국에서는 해군징보국(ONI)에 근무하던 로버트 김이 국가기밀 유출혐의로 체포되었다. 그가 유출한 기밀은 주한 미국 대사관 백동일 무관에게 전달한 북한 잠수함의 행적 등이었는데 이런 정보는 일본과 호주에는 이미 통지했고 한국이 요청했더라면 충분히 협조할 수 있는 내용 정도로 정보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로버트 김은 1997년 징역 9년에 보호감찰 3년의 중형이 확정되었다. 주목 할 만한 것은 그 형량 중에 21개월의 가중처벌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차후 시민권을 받을 사람들에게 시민권 취득시의 서약이 얼마나 엄숙한지를 알려주기 위한 본보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기밀유출죄보다 괘씸죄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 동해안의 북한 잠수함 좌초사건과 로버트 김의 기밀누출 사건은 잠수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미 연방 수사국에서 로버트 김의 기밀누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검거시기를 정치적으로 저울질한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김은 간첩이 아니다. 그의 표현대로 "부유한 집에 시집 간 가난한 집 처녀”의 심정으로 한국을 도우려 했던 애국자일 뿐이다. 그런 댓가로 그가 81개월의 가혹한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내는 동안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구명노력을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유대계 시민권자 조나단 폴러드가 간첩죄로 종신형을 받자, 국적을 부여하고 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너무 소극적인 태도다.

 

이번 5월에 있을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로버트 김이 석방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로버트 김이 89세로 투병중인 아버님을 생전에 뵐 수 있도록 말이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읍윤준병 의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국정감사 국리민복상’ 수상

무주무주 태권도원 방문객 32만 2000명 기록 ‘역대 최대’

국회·정당김병기 "국민 눈높이 못미쳐"…비위 의혹에 원내대표직 전격사퇴

사건·사고전주서 주행 중이던 전기차에 불⋯차량 전소

김제김제 죽산면 일대 ‘마을 호텔’로 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