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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생활 사투리

 

 

얼마전 국어생활과 관련된 '국어기본법' 공청회가 있었다. 여러곳에 산재해 있던 국어 관련 법조문을 한 곳으로 모아서 일관성 있게 언어정책을 펴려는 내용이 '국어기본법'의 골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나온 학계와 관계자들의 의견은 이러한 취지만으로 성안하기에는 언어현실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이었다.

 

한국어를 해외에 보급하는 기구가 많은데도 또 다른 기구를 세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과 국제국어진흥원을 세울 경우 국립국어연구원의 역할과 겹친다는 점, 그리고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로 한글 전용이냐 혼용이냐 하는 문제 등이 다루어졌다.

 

그런데 국어기본법 등 국어정책에 대한 정부당국의 고민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요즈음 세간에는 사투리를 소재로 웃음을 즐기고 있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동일한 내용을 전라도와 경상도 두 지역의 사투리로 표현하는 개그콘서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투리 표현들이 현지의 실제 언어실상을, 그것도 보편적인 언어 모습을 보여준다고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다른 지역과의 차이가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을 웃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투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곱지만은 않다. 드라마에서 작가나 PD 등에 의해서 만들어지거나 연출되는 천한 직업에는 어김없이 사투리가 등장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투는 그 사람의 학식과 출신지역 그리고 성별 등을 담아 낸다. 그리고 이러한 말투에서 묻어 나오는 정보들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일차적인 자료로 활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1750년대 루이 15세가 통치하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늑대의 후예들> 에는 이런 사투리의 관점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담겨져 있다. 야수를 박제로 만들기 위해 파견된 프롱삭 기사와 늑대에 쫓긴 어린애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신부가 기사와 어린애 사이의 대화를 통역하는 것이 그것이다. 즉 그 시기 프랑스에는 다양한 지방어가 공존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롯 웃음거리로 표현되기는 하였지만 사투리의 기능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사투리'라는 개그는 그 존재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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