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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도지사의 삭발(削髮)

 

 

삭발(削髮)은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거나 심기일전을 위해 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해이해진 마음자세를 바로잡는데 삭발로 효과를 보기도 한다. 요즘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있는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선수가 지난 99년 8얼 LA다저스 시절 3연패 끝에 삭발로 의지를 다지고 7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삭발은 외형상 신체를 다치지 않고 결단력과 의지력을 자신에게 다짐하고, 또 남들에게 약속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란·터키등 이슬람국가에서는 머리 대신 수염을 깍고, 남유럽에서는 치묘를 깎아 의지를 다지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본래 삭발은 불교의 체발염의(剃髮染依)라는 의식에서 유래됐다. 이 의식은 삭발염의라고도 하며 세상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물들인 가사(袈裟)를 입음으로써 세속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버렸음을 널리 알리는 불도(佛道)입문의 통과의례다. 아울러 그렇게 세속을 떠나 깨달음의 길에 정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표명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일반적으로 불자들의 삭발은 처음 출가할때 득도식의 의식에 따라하고, 그 뒤에는 보름마다 한번씩 깍는 것을 통례로 하고 있다.

 

엊그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새만금사업 논란종식을 위한 전북도민 궐기대회에서 강현욱지사와 유철갑도의회의장등 도내 정치권인사 40여명이 삭발로써 결련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60대 중반의 민선지사의 삭발에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도민들은 오죽 답답했으면 그같은 방법까지 동원했을까 하는 이심전심의 심정일 것이다.

 

중앙정부와 환경단체, 일부 중앙언론은 새마금사업을 개발과 호나경보존의 이분법적 잣대로만 재단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런 논리를 적용하려면 먼저 수도권의 난개발이나 국토의 척추인 백두대간의 훼손문제부터 거론해야 한다. 수도권의 산중턱까지 까뭉개 택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나, 백두대간 곳곳을 동강내는 국토개발은 방관하면서 새만금의 갯벌만 그렇게도 소중한가. 더구나 새만금의 축조가 끝난 방조제 바깥쪽에 새로 갯벌이 생성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삭발과 같은 감성적인 방법의 남발은 물론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극적인 방법이 소수나 사회적 약자의 효과적인 저항방법이 될 수도 있다. 삭발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방법이 동원되지 않도록 2백만 전북도민들의 염원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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