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인천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엄마가 세자녀와 함께 투신자살 했다는 비보(悲報)에 애통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 29일에 또 우리 전주에서 젊은 부부가 "아이들만 놓고 갈 수 없어 데리고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계속되는 경제불황 탓인지, 상대적 빈곤감 때문인지 최근 들어 자살사건이 부쩍 늘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가 '자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살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사업에 실패해서, 직업을 못구해서, 카드빚 때문에 심지어 가정불화를 비관해서, 쌍거풀 수술이 잘못돼서, 인생이 허무해서… 그 이유도 갖가지다.
경찰청 통계에 다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살건수는 총 1만3천55건으로 전년 대비 6.3%가 늘었다. 하루 평균 63명이, 1시간에 1.5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우립다 살기가 좀 낫다는 일본도 아직가지 이렇다할 '자살억제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한해동안 일본에서 자살한 사람은 모두 3만2천1백43명으로, 불명예스럽게도 5년 연속 자살자 수가 3만명대를 넘어서고 있다. 인구비례로 따진다면 자살률이 우리보다 오히려 높은 편이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태도는 시대에 따라 크게 변하고 잇다. 서구문명에 오랫동안 강력한 영향을 준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큰 범죄로 취급했다. 특히 중·근세에는 더욱 엄격하여 자살자를 중죄인으로 취급, 그 시신을 다시 끌어내 목을 치거나 교수대에 매달아 길거리에 전시하기도 했다. 자살을 기도했다가 살아남은 사람도 발각되면 사형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현대에와서는 자살행위 자체에 대해 윤리적 책임을 묻지 않는 추세로 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를 놓고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법원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환자가 스스로 존재의미와 인명의 신비성을 규정하는데 정부가 간여할 바가 아니다”는 이유로 자살을 도와준 의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경우가 다른 자살행위지만 사회가 복잡한 구조로 발전하면서 인명경시풍조가 만연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금할수가 없다. 정신과 의사들은 자살은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는 일종의 병이라고 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가 좋은 치료약이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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