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한 검찰 고위간부가 인터넷에 띠운 '검찰간부에게 꼭 필요한 14가지'라는 연재 기고문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일제때 '이누고로(犬子)' 소리를 들은 한 일본인 검사장의 예를 들면서 '검찰 간부로서 지위를 남용해 부하들의 경멸을 받는 상사는 강아지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말 '이누고로'는 강아지를 뜻 한다. 그는 또 '아래 사람이 순서를 뛰어넘어 승진하면 승진할 살마이 승진을 못하게 된다'는 충무공의 말을 인용하여 '만약 부하를 능력대신 출신지나 친분, 청탁으로 발탁한다면 검찰이 아니라 패거리 방패조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이 간부의 기고문이 나온 시점은 '이용호 게이트'등 일대의 사건으로 간부들이 옷을 벗는등 검찰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때인지라 검찰의 자기 혁신을 요구하는 따끔한 고언(苦言)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고언은 비단 검찰조직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공직사회에 그대로 대입해도 전혀 틀리지 않을 명문(名文)이 되고도 남는다.
당장 어제 본보(15면)에 보도된 '매관매직 공공연한 비밀'이란 고발 내용이 그렇다. 5급 승진에 5천만원, 도(道) 전입에 2천만원이 든다는 지방공무원들의 인사 관행이 설(說)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지금 공직사회는 어느 시대 시계를 보고 있는가. 한말(韓末)의 우국지사 황현(潢玹)이 그의 매천야록(梅泉野綠)에서 지적했듯이 관료사회의 매관매직 그 뿌리가 깊다. 조선왕조가 기울어 갈 무렵 과거에 급제하는데는 소과(小科)에 3만냥, 대과(大科)에 10만냥이 들어야 했다니 그 부패 정도를 말해서 무엇하랴. 매천은 '조선왕조의 패망은 일찌감치 되비린내'나는 사화(士禍)와 당쟁(黨爭)에서 비롯되고 있었으나 그 배후에는 반드시 공직자의 탐욕과 부정부패의 병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가 부패방지위원회를 만들고 새 정부 들어 공직비리수사처 같은 강력한 사정기관을 신설한다는등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다짐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공무원의 청렴유지등을 위한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차례를 어긴 승진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지방공무원의 비극도 따지고 보면 이런 부정과 부패의 쇠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 한들 누가 나서서 '아니다'고 자신있게 해명할 수 있겠는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