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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세계 최저 出産率

 

참 이상한 일이다. 호구지책(糊口之策)이 난감한 시절에도 '제 먹을 것은 타고 태어난다'며 마구 낳아 대더니만 이제 먹고 자고 입을 걱정 없어졌는데 아이를 낳지 않겠다니,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토마스 맬더스(1766∼1834)도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식욕과 성욕, 좀 점잖게 말해 자기보존 본능과 종족보존 본능으로 규정했는데, 이 이론도 수정해야 할 때가 된 것인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끼니 갈망하기도 어렵던 시절, 대책없이 인구만 늘어나자 정부는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60년대 들어 가족계획협회가 발족되고 피임법이 보급되면서 처음으로 '산아제한'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캠페인이 먹혀들었는지 10년 뒤 가임(可妊)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4.5명으로 떨어졌고, 국민들도 점차 가족계획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70년대에는 남자의 정관을 막는 수술을 권장하기 위해 예비군훈련장에서 시술희망자에게 훈련을 면제해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때 구호는 '아뜰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는데 구호 덕을 보았는지 70년대 말경에는 자녀수가 2.8명으로 줄어들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는 '사랑 모아 하나 낳고 정성 모아 잘 키우자''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캠페인이 벌어져 출산율이 1.5명까지 떨어지더니, 1996년에는 마침내 인구억제정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속도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법.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참고로 미국이 2.01명, 프랑스가 1.9명, 일본이 1.32명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은 평군 1.6명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가의 장래는 불문가지다. 최소한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본격적인 고령화사회와 맞물려 노동인구 감소와 부양인구 증가로 장기복합불황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 직업과 자식을 공유하기 어려운 사회환경, 가정에 대한 가치를 등한시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한다. 보다 더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 그 이기심의 종착역은 어디인지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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