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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연례행사

 

사람들은 색다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살펴보면 평범한 것들인데도 거기에 의미를 갖다 붙이고는 이를 떠들썩하게 기념하곤 한다. '밀레니엄'이란 행사도 따지고 보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밀레니엄이 2000년인지 2001년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새 천 년의 시작은 2001년부터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한 해 먼저 당겨서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그런 주장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는 마치 월급을 가불해서 타가는 회사원의 심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온 세계가 다 떠들썩하게 치르는 행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나선다. 새로 문을 연 밥집, 구경거리, 부동산, 사람 등등 그 새로움의 대상은 한도 끝도 없다.

 

이런 새로운 것들과 관련해서 공급자와 수요자는 대략 구분되어 있다. 평범한 시민들이야 수요자 입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경제적, 시간적 제약 등으로 발벗고 나설 처지가 아니다. 이런 시민들의 욕구를 전문적으로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일 것이다. 제4의 권력이라고까지 불리는 언론은 새로운 것들을 먼저 접하고 시민들에게 정제된 새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끼워 넣어 여론의 향방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한정하자면 이들 언론매체인들 한계가 없을 리 없다. 새로운 것도 반복되면 일상이기 때문이다. 연례행사란 것도 그 기원을 따져 보면 새로움 그 자체였던 시절에서부터 출발했을 것이 분명한데, 그 새로움이 반복되면서 그에 대한 시민들의 감각이 점점 무디어져서 별다른 느낌을 얻지 못하고 고착화되었을 뿐이다.

 

이틀 전이 한글날이었다. 매년 반복되다 보니까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느낌이 든다. 이맘때 쯤이면 누군가 국어에 대해서 무언가를 발표한다는 것을 웬만한 사람들은 이제 다 안다. 이번에는 국어능력이 좋지 않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언론은 '낙제 수준'이란 자극적인 표현으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해결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년 반복되어 왔고 하루이틀 지나면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에서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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