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반세기 근대정치사에 지극히 낯선 정치실험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집권여당이 정권을 잡기가 무섭게 둘로 갈라져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수)가 된 것처럼 으르렁대고 싸우는 모습이나, 야당 대통령후보가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모든 허물,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마땅하다”며 사죄하는 모습은 일찌기 우리 정치사에서 볼수 없었던 생경한 사건(?)들이다.
게다가 정치판은 온통 ‘검은 돈’시비에 휘말려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대통령 주변 실세들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구속이 되고 열린우리당의 한 선거책임자가 불법 선거자금모금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도 초상집 마당이다. 1백억원을 받았다. 안받았다 시끄럽더니 결국 들통이 나 관련자들이 구속되거나 줄줄이 소환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한발 빼고 있는 형국이지 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난 2000년 총선자금 까지 들춰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불법 정치자금의 파편이 어디까지 튈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말 하다가는 싸개통에 걸리기 십상이지만 사실 우리나라가 돈 없이도 정치를 할 수 있을 만큼 민도가 높고 국민의식이 깨어있는 나라인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들어가는 지구당운영비에 시도때도 없이 챙겨야 하는 지역구민 경조사비,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은근히 바라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정치인들을 검은 돈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불법 정치자금은 정치인과 함께 유권자도 공동 책임을 져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제도와 관행·의식은 그대로 두고 정치인 탓만 하는 것은 겨울에 여름 옷을 입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정치인들의 잘못을 모두 사면하자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책임하에 정치를 해왔기 떄문에, 그동안의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혀 다시는 정치가 부정한 돈에 좌지우지되게 해서는 안된다. 재계를 중심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이러다가 나라가 결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렇게 체질이 허약한 나락 아니다. 미리 예단할 일이 아니라, 5대 재벌이든 중소기업이든 불법 정치자금은 밝힐데까지 밝히고 그리고 국민들에게 처리방법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 선진국으로 진입할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