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의욕이 없고 불안하거나 짜증이 난다’‘잠을 잘 못자고 심장이 두근거리다’‘장래 희망이 보이지 않아 죽고싶은 생각이 든다’-의학계에서 흔히 말하는 우울증이다. 어느날 회사에서 쫓겨난 실업자, 명예퇴직 당한 공무원 갱년기 전업주부 같은 약자층에서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 직장인이나 수능시험을 앞둔 고3생들, 집안에서 따돌림 당하는 노인들에게도 우울증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울증은 자신의 무력감이나 심리적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신체적 증상으로 느낄 뿐 폭발력은 그리 크지 않다. 정작 참을 수 없는 것은 한방(漢方)에서 말하는 ‘울화병’이다. ‘울화증’ ‘울화통’이라고도 하는 이병은 한마디로 ‘화병’을 말한다. 심리적인 갈드응로 몸속에 흐르는 기(氣)가 막혀 화병이 생긴다는것이 한의학적 설명이다. 일상 생활에서 ‘기가 막힌다’든지 ‘열받는다’‘울화통이 터진다’는 말들은 바로 화병의 초기단계가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이 화병은 인내와 절제, 일본를 미덕으로 삼는 우리의 문화적 전통과 사회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왠만하면 참고 넘기려는 심리적 갈등이 우울증을 화병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그런 울화통 터질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치권의 불법 선거자금 시비는 그렇다 치자.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일도 못된다. 노무현대통령이 모두 까발리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 보자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진짜 화나는 일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상류층의 무절제 풍조에다 구역질 나는 부정식품의 횡행이다. 어떻게 양식장 물고기 사료용으로 들여온 썩은 생선으로 어묵을 만들고 미군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로 부대찌개를 끓여 낼 수 있는가. 칡냉면 색깔을 내기 위해 숯가루 쓰고 공업용 색소도 고추가루 색을 붉게 만든 업자들이 당국의 철퇴를 맞은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토록 야만적인 부정식품이 나돌 수 있는가.
최근 서울의 강남 일대에서 들려오는 적개심 번득이는 범죄들도 마찬가지다. 불공정·부패구조에 대한 서민들의 울화통이 부유층을 향해 소란히 표출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인생은 수학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공식이 나올 수는 없다. 그러나 가난하다 해서 부자들의 식탁에서 떨어진 빵부스러기에 감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울화통은 그래서 위험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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