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송광수 검찰총장은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두고 신당을 위한 기획 수사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말인 즉 전투 장면 하나를 보고 전쟁 전체를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첫재 전투도 잘 하고 전쟁도 이기는 경우, 둘째 전투는 잘 했지만 전쟁에는 지는 경우, 셋째 전투는 졌지만 전쟁에는 이기는 경우, 넷째 전투에 지고 전쟁에도 지는 경우, 이러한 네 경우를 놓고 보면 전투와 정쟁 모두 승리한 경우가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가장 좋은 것들로만 채워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전투에서 졌다고 해야 할지 이겼다고 해야 할지 불분명한 경우이다. 전쟁도 승리 여부를 명쾌하게 판정할 수 없는 경우가 오히려 많을 것이다. 최근의 사례가 바로 이라크 전쟁이다. 처음엔 '악의 축'하나를 응징한다고 시작한 전쟁이 말 그대로 더러운 전쟁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도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한것이 지난 5월 1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 미군 사망자만 모두 118명이다. 또한 영국군 역시 52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미국이 승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전쟁이든 전투든 그 실체에 대한 평가방식이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송 총장의 발언은 우리로 하여금 자괴감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송 총장은 바로 그런 사건과 사안에 대한 객관적 판정자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이들은 사실 판단의 대상이 되는 처지에 있는데 이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의 인권이 상당히 신장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판단의 대상이 되는 이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통로가 확보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판단의 공정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의제기에도 정도가 있다. 잘 하고 있는 수사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특검을 입안해서 통과시키려는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심판에 대한 어필이 지나치면 다음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는지 정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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