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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불법 정치 자금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후보 진영이 재벌들로부터 700억원이 넘는 불법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쪽이나 법대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청렴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회창후보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다음 깊숙한 진흙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후보의 잘못도 크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이 진흙탕이어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깨끗한 손(마니테 폴리테)”이라고 알려진 검찰들이 나서서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정치인 수백명을 체포하고 조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방해로 검찰의 지속적인 조사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에서도 많은 부패정치인들을 체포했지만 아직도 일본정치가 깨끗해졌다는 소문은 없다.

 

영국이나 미국이나 정치가 썩기는 매한가지였다. 영국에서도 1800년대 내내 대부분 돈으로 표를 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1930년대 뉴욕의 정치도 썩을대로 썩어 있었다. 시장선거에서 조직을 통해 돈과 취직을 미끼로 표를 얻는 것이 일상사였다.

 

이들 나라의 정치는 부패방지법 등을 정비하여 돈을 잘못 받으면 바로 정치생명이 끝나는 법적 제도를 만들어 이를 실천하고, 일정한 액수 내의 후원금 모금으로 정치자금을 충당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만들면서 깨끗해졌다. 후원금, 정책과정, 의회의 투표도 공개하도록 하여 항시 언론, 시민의 감시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다. 검찰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정치적 심판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하여 대폭 줄어 비교적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한다. 또한 유권자들도 정치인들이 돈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자원봉사로 도와준다. 우리나라 정치도 법을 정비하고 이를 엄격하게 실천하면 몇 년 내에 선진국 수준의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다.

 

불법정치자금문제로 항시 정치가 요동치는 현실이 지겹다. 국회의원들이 정신차려 빨리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검찰, 시민, 언론이 나서서 이를 실천하여, 앞으로 불법정치자금문제로 죽고 살기로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고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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