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 81장 현질(顯質)편에 “질실된 말은 꾸미지 않고(信言不美)
꾸민 말은 진실성이 없다(美言不信). 착한 사람은 말을 잘 못하고(善者不辯) 말잘하는 사람은 착하지 못하다(辯者不善). 참으로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못하고(知者不博) 박식한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博者知不)”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말의 허와 실’, 그리고 ‘말의 가벼움’에 대해 수천년 전대 사상가가 통찰한 내용으로 ‘말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말 속에 진실을 담기가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든 아니든 말실수를 하여 말 바꾸기를 할 때가 있다. 또 사정이 워낙 급박하여 말 바꾸기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도 있다. 가령 무고한 피의자가 혹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자백을 했다가, 재판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것은 하등의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말 바꾸기를 재치있게 하여 기지넘치는 정치인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노정객이 있다. 서슬이 시퍼렇던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에 끌려간 민주당 김상현의원이 기관원들의 허위자백 강요에 ‘때리지만 말라’며 순순히 자백(?)하고 서명날인 했다가, 기관문을 나서면서 “이건 너희들이 강제 자백 시켰기 때문에 모두 무효다”고 소리쳤다는 이야기는 말 바구기의 부도덕성 보다는 가슴 찡한 에 피소드로 지금가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요즘 세상 사람들 머리가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세태가 각박해져서인지 수시로 말 바구기를 해서 도무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것도 일반인들의 실언이라면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공인의 실언은 간혹예기치 못한 파동을 일으켜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물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인의 말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한다. 한데 민주화의 영향인가, 근래 들어 공인 중의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정부각료나 정치인들까지 시류에 영합하는 말을 쏟아놓거나, 말 뒤집기를 밥먹듯이 하여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 시대 인류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방폐장 문제를 간단히 해치워버리려던 정부가 사태가 여의치 않자 숱한 말 바꾸기를 하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국민을 상대로 현란한 말 바꾸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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