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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쉬운 ‘해넘이 축제’

 

어느 시인이 서해안 낙조를 보고 그랬다. ‘그대여 서해에 와서 지는 낙조를 보고 울기전엔/왜 내가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고. (‘여름 낙조’:송수권)이 시인의 감성대로 부안 변산반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해안 낙조는 울고싶을 정도로의 처연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선사한다.

 

부안군 하서면에서 시작되는 국립공원 변산반도 일주 해안도로는 곰소항까지 장장 54㎞에 이른다. 그 해안선을 따라 변산해수욕장과 채석강, 격포·곰소항이 자리하고 있다. 산과 들, 강과 바다, 기름진 갯벌과 포구가 펼쳐지며 크고 작은 섬들이 저 멀리 바다위에서 키재기를 하고 있는 사이로 일몰의 장관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 낙조를 주제로 변산반도에서 의미있는 ‘해넘이 축제’가 처음 시작된것은 지난 1999년이었다. 전세계가 밀레니엄을 앞두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환상의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다. 세기가 바뀌는 마지막 태양의 그 장엄한 일몰을 길이 간직하기 위해 갖가지 행사가 마련됐다. 옛선현묵객들이 극찬했듯이 ‘해지는 모습은 서해안 변산이 으뜸’이란 명성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세게적인 ‘저녁노을’의 고장을 만들겠다는게 부안군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까지 치른 네번의 축제로도 이미 변산반도 ‘해넘이 축제’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는 관광상품화했다.

 

‘내변산 고운 자태 홍조띤 서해’로 표현되는 이 축제가 그러니 올해에는 열리지 못할 모양이다. 방폐장 문제로 지역민심이 뒤숭숭한데다가 불경기로 축제분위기를 띠울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소망을 설계했던 ‘해넘이 축제’가 지역내 사정으로 열리지 못하는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일몰 채화로 ‘희망의 불’을 이어가는 행사같은 경우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맥이 끊기는것 또한 허탈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 오히려 불신과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한 해를 희망으로 맞이하기 위해 이 축제가 ‘화합의 고리’가 될수는 없는 것인지 군민들은 지혜를 모아 볼 필요가 없을까? 앞의 그 시인은 이런 말도 했다. ‘더러는 비워놓고 살일이다/하루에 한번씩/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더러는 그리워 하며 살 일이다’서해안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빼어난 ‘해넘이 장관’은 결국 부안군민 모두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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