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청탁(淸濁)정도를 알아 보려면 그 물속에 살고있는 물고기를 살펴 보면 된다. 깨끗한 물에만 사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탁한 물에 적응하는 물고기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열목어나 버들치 산천어가 노니는 물이면 물어볼것도 없이 1급수다. 사람들이 그냥 마셔도 끄떡없다. 피라미나 쉬리 갈겨니 모래무치 따위가 사는 물이면 2급수다. 요즘 하천 살리기운동으로 제법 깨끗해진 전주천을 상기하면 된다. 붕어나 잉어가 서식하는 물이면 3급수다. 가장 흔한 저수지나 소류지, 어느정도 탁한 냇물 정도가 될 것이다. 하수도관을 타고 흘러 내린 물이나 오래 고여 냄새나는 물이면 4급수다. 아예 물고기가 살수 없으니 썩은 물, 수찻물이다.
수장(水葬)을 물고기 서식 환경에 따라 분류한것은 지난해 작고한 서울대민물고기박사 최기철 교수에 의해서다. 그는 30여년동안 전국의 호수·하천·저수지·강물등 70여만곳을 답사한 끝에 ‘지표물고기’라는 분류방식을 통해 물의 청탁도(淸濁度)를 가려낸바있다.
왜 난데없이 물과 물고기론인가. 다름아닌 노무현(盧武絃)대통령의 엊그제 ‘리멤버 1219 ’행사장 발언때문이다. ‘노사모’가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노대통령은 정치권을 물에 비유하면서 ‘시민혁명론’을 제기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라도 찾자. 1급수는 그냥 마시고 2급수는 약을 타거나 정화하면 훌륭한 수돗물이 될 수 있다. 3급수는 공업용수다. 4급수는 목욕도 하면 안된다. 피부병 생긴다. 2급수를 찾아서 여러분이 뛰고 도우면 마침내 그들이 1급수가 된다’
요컨대 지금 정치권은 더욱 오염됐으니 국민들에 힘을 모아 정치개혁을 이뤄나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자신도 열목어나 산천어처럼 1급수에서만 살아온 깨끗한 정치인이 아님을 고백한바 있는터라 노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한 면이 강하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야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그만 두고 재야투사 될것인가’라는 비아냥에 명백한 쏟아져 새로운 전쟁(戰爭)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정치권에서 과연 누가 1급수라고 자신할 사람이 있는가. 요즘 불법대선자금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2급수는 그만두고 3급수·4급수에도 못미칠 정치인이 수두룩한데. 서로 상대방을 헐뜯기전에 정치권이 지금 할 일은 오직 ‘내 탓이오’운동뿐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