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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제야(際夜)

 

한해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제야(除夜)의 풍습은 세계 각 나라마다 독특하다. 양력을 기준으로 한 유럽문화에서 이날 풍습의 가장 큰 특징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못된 악마를 쫓기 위함이다. 오늘날 뉴욕 파리등 세계 대도시에서 12월31일 저녁이면 수십만명이 모여 불꽃놀이와 함께 요란한 행사를 벌이는 것도 이같은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광장 제야행사는 특히 유명하다. 자정을 앞두고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는 자정이 1분 남았을때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여 마침내 12시 새해가 시작되면 ‘올드 랭 사인’을 합창하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얼싸안고 악수하면서 새해인사를 나눈다. 파리에서도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샹젤리제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샴페인 축배를 터뜨리며 새해를 축하한다. 베를린에서는 화려한 폭죽과 불꽃놀이로 축제분위기를 북돋운다.

 

이처럼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유럽의 제야행사에 비하면 동양의 행사는 비교적 차분했다.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화는 시간으로 보냈다. 일본인들은 제야의 종이 울리면 집근처 절이나 신사에 가서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우리도 섣달 그믐날이면 집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뒤 제야의 종 타종을 들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제야의 종을 33번 치는 것은 도리천 33천에 널리 퍼져 국태민안(國泰民安)하고 모든 중생이 구제받기를 기원하는 불교적 의미가 깃들여있다고 한다.

 

이제 계미년이 저물어 간다. 어느 한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으마 마는 올해는 특히 많은 갈등과 헷갈림으로 점철된 한해였다. 오죽하면 교수들이 올해의 대표적 단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선정했을까.

 

대선 불법자금문제로 불거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등으로 정치권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서민들의 가구당 빚은 늘어나고 신용불량자는 계속 증가하면서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청년실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

 

도내에서도 새만금사업에이은 방폐장문제가 도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오늘 제야를 맞아 우리 조상들이 빚이나 외상은 해를 넘기지 않고 섣달 그믐날 다 청산했던 것처럼 올해의 갈등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흘려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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