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역법(曆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관측 대상에 따라 크게 태양력(太陽曆)과 태음력(太陰曆)으로 나뉜다.
태양의 운행이 기준이 된 태양력은 고대 이집트가 기원으로 BC 18세기경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여 수차례의 개정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태양력은 1년 평균 길이를 365.2425일로 하는 그레고리력으로 1582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달의 삭망(朔望)을 관찰하여 만든 태음력은 달의 움직임에 따라 한달 평균 길이(1삭망월)를 29.53059일로 잡고 있다. 대부분의 고대력은 태음력에서 출발한 것으로 지금도 동양권 일부 국가에서는 태양력과 태음력을 함께 쓰고 있다. 현재는 터키 이란 아라비아 이집트 등 이슬람지역에서 순태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양력과 음력 가운데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을 겪게 된다. 우리가 쓰는 태양력으로는 분명히 묵은 해가 가고 새로운 해를 맞았는데 주변 분위기는 영 어정쩡하다. 게다가 신정 휴일은 딱 하루뿐이어서 해바뀜이 전혀 실감나지 않고, 3일연휴가 끼어 있는 구정이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날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언제 해야 되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흐릿하게 지낸다. 양력으로는 이미 닭띠 해, 을유(乙酉)년이 시작됐는데 음력으로는 아직도 엄연히 원숭이 해, 갑신(甲申)년이니 그럴만도 하다. 어찌보면 연중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양력 1월달이 신정과 구정 사이에 끼어 제일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 같다.
새해부터는 담배를 끊겠다. 술을 끊겠다 또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겠다, 영어회화를 시작하겠다 등등 각자 나름대로 다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지일관하여 당초 결심을 지켜나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면 파계를 하게 되고, 한번 마음이 흐트러지면 구정때 다시 시작해야지 아니면 내년에 다시… 하면서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인간이 달력을 만들었다는 것 외에 신정이나 구정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뜨는 태양은 새로운 태양이 아니라 똑같은 태양이다. 어떤 특별한 날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면 스스로 무너지기가 쉽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허상의 덫’이 아니라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나의 항심(恒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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