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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유비쿼터스'혁명

“얘야, 저 쪽 하늘에서 별이 움직이는데 저 별이 무슨 별이냐” “할아버지, 저것은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는 거예요. 인간이 지구를 관측하기 위해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지금 지구를 돌고 있는 겁니다” “에끼 이놈, 할아버지를 놀리긴…” 1960년대 초쯤, 어느 한적한 농촌 마당에 멍석을 깔고 저녁식사를 하던 할아버지와 손자가 움직이는 별을 보고 나누던 대화 한토막이다.

 

좀 더 정확하게 짚어보면 첫 인공위성은 소련이 1957년 10월4일에, 두번째는 미국이 1958년 1월31일에 발사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신문이나 TV같은 대중매체를 구경하기도 힘든 시절이어서,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기 시작한지 몇 년이 흘렀어도 시골에서는 깜깜 무소식이었다. 이후 불과 40여년의 세월이 지난 요즘, 과학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여 인간은 문명의 이기 속에 푹빠져 살고 있다.

 

인간은 마침내 산업화, 정보화, 지식화사회를 뛰어 넘어 유비쿼터스(ubiquitous) 혁명을 꿈꾸고 있다. 화장실문에 심어진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있으면 센서나 홈로봇이 직접 119를 부르거나 주치의에 연락하여 원격진료를 받고 구급약을 공급받는다. 또한 돼지고기에 컴퓨터 칩을 심어 이 칩이 스스로 전자레인지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상태로 요리를 한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콧방귀를 뀔지 모르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앞에 펼쳐질 실제상황이다. 이미 골프공에 추적 칩을 단 레이더 골프공이 개발됐고, 쇼핑수레가 통과만 하면 계산 OK, 주인이 오면 문열어주는 차, 비가 오면 자동으로 창문이 개폐되는 집까지 등장했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언제 어디서나’’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 기술은 이제 더이상 꿈의 기술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기 편해진다고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문명의 이기는 인간이 그에 대해 완벽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을 뿐아니라, 야누스와 같은 두 얼굴을 갖고 있어 언제든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명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빼앗아 가 인간을 획일화하고 수단화하기 때문에 ‘인간성 상실’을 몰고 온다. 그렇다고 모두 다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으로 딱하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대화하던 그 시절 쯤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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