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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선물과 뇌물

“금년 설에는 선물을 주고 받읍시다”지난해 말 이해찬 총리가 ‘미풍양속 수준의 선물을 주고 받자’는 제안을 한 후, 재계는 물론 정·관계까지 선물 주고 받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데 국민들이 이같은 갑작스런 선물 주고 받기 운동에 약간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정부가 부정부패 근절 차원에서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강력하게 펼쳐 선물이라면, 특히 보잘 것 없는 선물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던 터였기 때문이다.

 

물론 설 선물 주고 받기 운동을 펼치는 것은 뇌물을 주고 받자는 것이 아니라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자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선물 품목을 어느 것으로 정할 것인가,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가 고민거리다. 경기를 살리자는 취지니까 농축산물이나 생필품만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치품도 가능한 것인지, 또 어느 선까지가 선물이고 어느 선까지가 뇌물인지 도무지 오락가락한다.

 

보통사람들은 뇌물을 줄때 뇌물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받는 사람 또한 수고비나 감사에 대한 성의표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물과 뇌물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선물은 일반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있는 사이에 오고 가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뇌물은 판결권과 강제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케 할 목적으로 건넨다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다.

 

이같이 이론적으로는 선물과 뇌물의 성격이 엄연히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를 가려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친밀해야 친밀한 관계이며 정말 대가를 바라는지 안바라는지도 겉으로 보아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선물을 건네면서 전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애매한 선물과 뇌물의 관계를 놓고 선물과 뇌물 모두를 죄악시해 온 그동안의 우리 선물문화가 부끄럽다. 꼭 정부가 나서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우니 선물을 하시요, 이제는 경제가 회복됐으니 선물을 해서는 안돼요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재미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지인에게서 추석 촌지로 1백만원을 받은 어떤 차관은 옷을 벗고, 수백억씩 주무른 정치인은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나라니까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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