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들이 자식을 가르칠 때 한결같이 돈을 벌면 땅에 묻으라고 했다. 그냥 돈으로 갖고 있으면 잃거나 쓰기가 쉽고, 그렇다고 이자놀이를 하면 주위의 평판이 나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땅에 묻어놓으면 쉽게 팔아쓸 수 없어 오래갈 뿐 아니라 그 땅에서 필요한 재화를 얻을 수 있고, 필경에는 땅값이 올라 재산을 불릴 수 있어 일거삼득이다. 말하자면 옛날부터 부동산투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권할 정도로 가장 확실한 이재수단이었던 것이다.
그 ‘부동산 불패신화’는 오늘까지 이어져 부동의 재산증식 1번자리를 지키고 있다. 땅이 있어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복부인들의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돈이 좀 될 것 같은 부동산이라면 정신못차릴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쯤되면 누가 보아도 투자가 아니라 투기판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관련법만 위반하지 않으면 분명한 투기인데도 투기로 처벌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었네 하고 소문이 나면 빚을 내서라도 너도나도 투기판으로 몰려든다.
부동산투기가 국가경제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재론할 여지조차 없다. 힘들이지 않고 큰돈을 번 한사람만 콧노래를 부를 뿐 나머지 국민들에게는 고통을 주게 된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 투자가 줄게 되고, 투자가 위축되면 일자리도 줄어 필연적으로 만성적인 침체국면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부동산투기는 망국병으로까지 규정하고 정부가 나서 강력히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우리나라가 좋은건지 어수룩한건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정부가 고위공직자들의 지난 한해동안 재산병동사항을 공개한 결과 20명 가운데 무려 13명이나 부동산으로 재산을 크게 늘렸다고 한다. 그중에 두사람은 부동산투기를 책임지고 막아야 할 경제각료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물론 고위공무원이라고 해서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각종 정보를 독점하는 현직에 있을 때 부동산으로 치부를 하는 것은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떳떳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투기만은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막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는데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번것은 어쨌거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누구도 깰 수 없는 성역인 모양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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