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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집없는 설움

「인자(仁者)는 머리 둘 곳도 없다고 말씀하시며 가난한 이들을 축복하신 주님. 이시간 집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넓은 땅 위에 하늘 가릴 지붕이 없다는 것은 정말 몸도 마음도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중략)…세들어 살다가 철거당하면서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하고 굴욕과 천대속에 비참한 현실로 내던져진 우리의 이웃들을 주여, 기억하옵소서.

 

호화주택에 살면서 재산을 늘리기 위해 투기를 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알게 모르게 돕는 이들이 진심으로 회개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집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라는 글의 일부다. 구구절절이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녹아있다.

 

사람이 한세상 살아가면서 겪는 설움이 어디 한두가지겠는가마는 배고픈 설움, 몸아픈 설움, 집없는 설움은 설움 중에서도 정말 견디기 힘든 설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가지 설움을 ‘인간 3대설움’으로 치고 있다. 물론 세 설움중에 집없는 설움이 그래도 낫다고 하지만 내 집 한칸없이 이리저리 쫓겨다녀본 사람이 아니면 그 설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이 많다고 집주인에게 퇴짜맞고 돌아서는 가장, 밀린 사글세를 못내 쫓겨나는 영세민, 무허가 판자집을 철거당한 막노동꾼….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기막힌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 노무현 대통령도 국민임대주택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등학교 3년동안 25차례나 이사를 했다. 하숙 자취 가정교사를 전전하며 어떤 날은 교실에서 자기도 했다. 결혼 후에도 셋집에 살면서 아파트 한 채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집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경제규모는 계속 커지는데 ‘셋방살이’를 하는 빈곤층은 갈수록 허리가 휜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도 저소득층 주거비가 소득대비 7.9%를 기록, 1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반면 고소득층은 소득대비 주거비 비율이 1.3%에 그쳐 주거부담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백%를 넘어섰다는데 ‘집없는 설움’을 겪는 가구가 더 ㅡㄹ고 있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임대주택을 크게 늘려야 집 때문에 눈물흘리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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