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단식(斷食)은 의학적 목적이나 정치적 요구의 관철수단으로 시도되는 경향이 있으나 그 뿌리는 종교적 수행에서 비롯됐다는 게 통설이다. 가톨릭에서는 예수가 40일간 단식을 했다고 해서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사순절(四旬節)로 정하고 극기와 수양을 목적으로 단식을 하는 관행이 있다. 또 이슬람에서도 라마단(금식월)이 되면 한달동안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는 수행을 하고 있드며, 불교와 힌두교에서도 극기와 수양을 위한 수간으로 금식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종교적 수행을 목적으로 시작된 단식이 요즘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항거수단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곧잘 이용되고 있다. 사회구조가 다원화되고 인간의 가치개념이 혼란해지면서 단식의 의미도 크게 변질된 것이다. 물론 단식을 감행하는데는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시도때도 없이 걸핏하면 단식에 돌입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단식이 오히려 국민을 감동시키기는 커녕 희화화되기도 하는데 정치인들이 대의를 망각하고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할 때가 가장 그러하다.
한국의 현대정치사에 단식 기록을 남긴 정치인은 수없이 많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 군부정권에 의해 자택 연금중이던 지난 83년 민주화를 요구하며 56세의 나이로 2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군사정권에 항거해 지난 78년에 두번, 80년에 한번, 그리고 3당합당 직후인 90년에 74세의 고령으로 13일동안 단식투쟁을 벌인 바가 있다. 단식이라면 전두환 전 대통령도 빼놓을 수가 없다. 천문학적인 뇌물을거둬 구속된 95년 “5공의 정통성을 지키겠다”며 안양교도소에서 64세의 나이로 28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던 것이다. 정치인 단식으로 가장 재미있는 단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정도시 특별법의 국회통과에 반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13일째 단식농성을 벌인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의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수도권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수도권만을 위해 희생하려 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배가 고파 잠못이루고 두눈 말똥 말똥 뜨고 있는 지방 사람들도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 전의원이 건가을 되찾아 지방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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