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현상은 아니지만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월요일 서울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가방속에 숨겨둔 부탄가스로 불을 붙이려던 40대 남자가 붙잡혔다. 지난 1월 서울에서 지하철 방화로 전동차 4량이 전소되고 승객 1백여명이 긴급탈출했던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발생한 지하철 방화사건이다. 2년전 한 사람의 방화로 1백92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학교와 집에서 총을 무차별로 난사해 10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호텔 예배당에서 한 남자가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숨진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열흘만의 일이다. 불특정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 유사한 사건이 전세계적으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방화나 총기난사 등의 이유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다. 범죄동기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인과관계도 찾기 어려운 이러한 범죄 유형을 ‘무(無)동기 범죄’라고 한다. 지난해 17차례에 걸쳐 21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사건이 대표적이다.
언제든지 또 누구든지 무동기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무슨 걱정이냐, 이렇게 안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무동기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무동기범죄가 1만여건에 달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무동기범죄의 범인들이 내세우는 불만은 1차적으로 계층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드른 외환위기 이후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약자들의 소외나 무력감이 사회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이나 극심한 빈부격차 등 사회병리현상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에앞서 소외된 약자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사회적 차별이나 불평등의 여지를 제도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범죄인 만큼 지하철 등 다중 이용시설의 안전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수사가 어려운 만큼 수사기법의 업그레이드 및 전문요원의 확보 역시 정부당국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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