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개발되기전 박테리아(세균)는 각종 질병으로 인간을 괴롭혔다. 세균에 의한 단순 종양이나 감기로도 목숨을 잃기도 했다. 감기나 폐렴이 ‘가벼운 질환’으로 인식된 것은 1940년 등장한 페니실린 덕분이다.
페니실린은 1928년 영국의 플레밍에 의해 우연하게 발견됐다. 휴가를 마치고 연구소에 돌아온 플레밍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목격했다. 부스럼의 원인인 포도모양의 병균을 배양하던 많은 접시 가운데 유독 한 배양접시에서만 병균무리가 죽어있었던 것이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병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물질을 ‘페니실린’으로 명명했다.
페니실린이 ‘기적의 신약’ 대열에 낀 것은 발견 12년 뒤인 1940년 대량생산 되면서 부터이다. 페니실린 개발은 당시 30%에 불과하던 수술환자의 생존율을 80% 이상으로 끌어 올렸으며, 2차대전 당시 많은 부상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렇다고 하여 세균이 완전 정복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균과 인간의 일진 일퇴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1세대 항생제인 페니실린에 내성을 지닌 세균의 출현에 대응해 메티실린이라는 2세대 항생제가 개발 됐으나 곧 새로운 형태의 세균이 나타났다. 50년대 반 코마이신이라는 3세대 항생제가 등장한 뒤 한동안 세균은 제압되는듯 했다. 그러나 96년 일본에서 반 코마이신에도 죽지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된데 이어 국내에서도 98년에 나타났다.
이처럼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가 계속 출현하는 원인은 항생제의 오·남용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 실시 후 항생제 사용이 약간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항생제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축산용 사료에도 성장촉진용으로 대량의 항생제가 사용되면서 사료를 먹인 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사람의 항생제 남용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엊그제 질병관리본부에서 ‘국내 항생제 내성균의 실태 및 국가적 감시관리 방안’에 대한 연구발표 및 논의가 있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항생제 오·남용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다. 국민건강 보호에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 일은 이제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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