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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선운사 동백나무

본디 모습에서 별반 더하고 뺀 것이 없어 고색창연하기 이를데 없는 선운사. 그리하여 아득한 과거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천년고찰 선운사. 그 절 뒤편 산자락에는 6백년 세월을 버티고 서있는 동백나무 군락이 있다. 직경 30㎝, 키 60m짜리 3천여그루가 5천여평에 걸쳐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어 한눈에 보아도 장관이다. 그럼에도 선운사 동백꽃은 보는 이마다 읊는 이마다 섧디 섧다고 한다.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바람 불어 설은 날말이예요/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날두고 가시려는 임아/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못 떠나실 거예요. -송창식의 찬불가요 ‘선운사’-와 같이 유독 선운사 동백꽃은 보기만 해도 서러워 진다고 한다.

 

선운사 동백나무는 언제 누가 왜 심었는지 확실한 기록이 없다. 다만 자연적으로 생긴 숲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조성이 됐을것이라는 추측과 그 시기가 선운사 창건(백제 위덕왕 24년·서기 577년) 이후일 것이라고만 막연히 짐작을 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동백나무 수령을 조사하고 그 성분을 분석한 결과 조선 성종 무렵 산불을 막을 목적으로 식재했다는 것을 알았다. 동백나무 잎은 두꺼운 상록활엽수라 불에 잘 타지 않는다는 것을 늦게나 알게된 것이다.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서기671년에 창건된 천년고찰 낙산사가 거의 잿더미가 됐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해온 귀중한 문화재도 대부분 소실됐다. 첨단기술을 총동원해도 불타 없어진 문화재는 본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을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 비길데 없다.

 

선운사가 있어 동백이 유명해졌는지, 동백 때문에 선운사가 더 빚났는지 따질 필요는 없다. 단지 6백년 전에 산불을 미리 방지하려고 한 시도가 놀라울 따름이다. 동백꽃이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면 어떻고, 동백꽃은 못보고 막걸리집 여자 육자백이 소리만 듣는다고 또 대수겠는가. 선운사에 가면 ‘타임머신’이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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