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죽음에 관한 연구를 하다 지난해 78세를 일기로 타계한 스위스 출신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여사는 죽음에 대한 과거의 편견을 깨고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죽음에 대한 많은 연구업적을 남겨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1세기 100대 사상가에 뽑히기도 한 그녀는 평생동안 20여권이 넘는 불후의 연구저서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1968년에 발표된 ‘죽음의 순간(On Death And Dying)이라는 책은 깊은 감동을 일으키면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그녀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5단계로 분류했다. 첫번째가 ‘부정’의 단계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암과 같은 죽음의 선고를 받게 되면 “아니다, 난 믿을 수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을 한다고 한다. 두번째가 ‘분노’의 단계이다.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내가”라는 생각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이다. 세번째는 타협의 단계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신이나 절대자에게 어떻게든 죽음을 연기하려고 타협을 시도하는 시기다.
네번째는 ‘깊은 우울증’의 단계이다. “이젠 도저히 희망이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져들게 된다. 세상 모든 것과의 이별, 자신의 무력감, 가족에 대한 걱정 등으로 밀려드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수용’의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수용한 후에는 마지막까지 의미있는 일을 하려고도 한다. 고달픈 인생여정을 마치면서.
‘죽을 권리’와 ‘생명 우선’의 두 가치관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엊그제 프랑스 의회가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소생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치료를 거부하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은 또 의식이 없는 환자 가족이 의료진에 생명연장 지원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게 허용했다.
물론 신성한 생명을 인간의 관념으로 다루려 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삶 자체가 고통인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면, 그 지긋지긋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일 수 있다. 죽어보지 않아서 모를 일이지만 죽음을 수용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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