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화(國花)는 벚꽃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화를 법률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인들은 벚꽃을 자기 나라 꽃으로 삼고 끔찍이도 사랑하고 있다. 그들이 유난히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꺼번에 왕창 피었다가 일순간에 몽땅 져버리는 모습이 사무라이 기질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이 전통적으로 숭상해 온 사무라이 기질이란 진퇴가 분명하고, 대의 명분을 위해 목숨을 버릴때는 초개와 같이 버려야 한다는 무사도 정신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아끼는 벚나무, 특히 왕벚나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원산지가 우리 한국이다.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그것도 외국인에 의해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됐던 것이다. 맨 처음은 1908년 불란서 신부에 의해 한라산에서, 두번째도 1912년 독일인 식물학자에 의해 한라산에서 각각 발견이 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왕벚나무 자생지는 제주도 신예리(제156호)와 봉개동(159호), 그리고 전남 대둔산(제173호)등 세곳으로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돼 보호를 받고 있다.
왜놈 꽃이라고 해서 해방후 한 때 벚나무가 수난을 당하는 일도 있었으나 오해가 풀리면서 여기저기 벚나무를 심기 시작하더니 우리 꽃 무궁화는 찾아보기 힘들고 ‘벚꽃 삼천리 화려 강산’이 되고 말았다. 사찰이면 사찰, 강가면 강가, 도로변이면 도로변 그 어느 곳에서도 벚나무는 이 땅의 봄날 주인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벚꽃이 얼마나 많이 퍼져있으면 아무데나 자리만 깔면 축제판이 되겠는가.
올해도 어김없이 자치단체마다 북상하는 개화시기에 맞춰 벚꽃축제를 벌이고 있다. 평년에 비해 철이 늦다보니 정해진 날짜에 행사를 치르지 못하고 연기를 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도 경기가 좋지 않다기에 헤싱거릴줄 알았는데 행사장마다 초만원이다. 과장하면 꽃보다 사람이 많을 정도다.
긴 겨울 방안에 갇혀있다 화창한 봄날 꽃구경하며 스트레스를 풀겠다는데 나무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내 스트레스 풀겠다고 남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면 그 사람은 꽃구경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적어도 벚꽃을 보면서 한번쯤 극일(克日)을 생각한느 국민이라야 장래를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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