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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짝퉁가수

‘짝퉁’은 가짜나 모조품을 의미하는 은어다. 뭔가 체를 좀 하긴 해야겠는데 가진 것이 모자랄 때 긴요하게 쓰이는 구석이 있다. 가끔 허영심이 표상으로 매도를 당하기도 하지만 대리만족이라는 것도 있으니 꼭 탓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짝퉁을 보고 짝퉁인지 아닌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짝퉁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진짜보다 더 진짜같다. 전문가도 심하게 헷갈릴 정도니 일반인들이야 물어보나마나다. 하지만 본색이 가짜라는 것 때문에 진품이나 명품 앞에만 서면 웬지 작아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초라한 자기 모습에 기가 죽고 마는 것이다. 짝퉁에 깊은 속정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짝퉁이라는 것을 감추려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되레 짝퉁임을 강조하는 상표나 디자인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푸마(PUMA)와 나이키(NIKE)를 변형한 다마(DAMA)와 나이스(NICE), 신(辛)라면 진라면을 모방한 신(信)나면과 찐라면, 빈폴의 짝퉁 빈곤, 생(生)우동의 짝퉁 생(生)어우동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주류문화가 있으면 그것을 한번 비틀어서 즐기는 이른바 서브문화가 있듯이 짝퉁도 당당히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 같다.

 

‘너훈아’ ‘조형필’ ‘현찰’ ‘하춘하’ ‘채주봉’ ‘이엉자’ ‘임희자’ ‘김수이’… 주로 밤무대에서 인기 가수의 노래를 흉내내 부르는 이미테이션 가수들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진짜 가수가 부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어떤 가수는 외모도 비슷해 조금만 꾸며놓으면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세상에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닌데 저렇게 같을 수가 있을까’를 생각하면 재미가 두배로 커진다.

 

성인가요계의 독특한 장르를 구축하고 있는 이들 짝퉁클럽이 전국의 6개도시를 돌며 ‘효(孝) 콘서트 - 청춘을 돌려다오’를 연다고 한다. 이들 짝퉁 가수들은 오리지널 가수들의 노래는 물론 중장년층 세대가 즐겨 부르는 ‘흘러간 옛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오는 6월 12일 전주 소리문화전당에서도 이 색다른 음악회가 열린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리지널 가수 때문에 먹고 사는 짝퉁 가수 그러나 오지지널 가수의 그늘에 가려 밤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짝퉁 가수. 그들도 당당히 음악의 한 장르를 이끌고 있는 연예인으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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