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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술자리 정보

유신시절 얘기다. 강원도 산골의 한 농부가 술자리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농담삼아 한마디를 했다.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박근혜를 김정일에게 시집보내면 된다.” 그 다음날 그는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방에서 몇년을 살아야 했다. 그 농부는 출소뒤 한이 맺혀 또 한마디를 내뱉었다. “취중에 농담도 못하냐. 농담 한마디 한 것 가지고 징역살리는 이 놈의 세상이 김일성 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것이 뭐냐” 그는 또 다시 끌려가 몇년을 더 살았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책자에 나오는 사례다.

 

언론인과 정치인으로 40년을 보낸 남재희씨가 펴낸 ‘언론·정치풍속사’에는 술자리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이 실려 있다. 1960년대 이후 정치인과 기업가 언론인 등을 중심으로 술자리에서 일어난 것들이다. 그 중 박정희 대통령은 중국음식에 시바스 리걸을 자주 마셨고, 전두환 대통령은 술자리에서 ‘김지하를 풀어 달라’는 건의 한마디에 바로 석방한 일화도 나온다. 샌님처럼 보이는 노태우대통령은 후계자 시절 마음에 들지 않는 국회의원에게 술잔을 날렸고, 김대중 대통령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또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은 혼자 대폿집을 찾아 술을 마시다 기분이 나면 흘러간 트롯트나 ‘쨍하고 해뜰날’을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국가정보원 X파일이 화제다. 김영삼 정권시절 안기부가 특수조직으로 운영한 비밀조직 미림(美林)팀이 정·재계, 언론계 등 유력인사들을 도청한 테이프 내용이 그것이다. 그들은 유력인사의 단골술집과 호텔, 식당 등의 종업원 등을 망원(網員)으로 포섭, 예약정보를 사전에 듣고 약속장소에 도청기를 설치했다. 이들이 술자리에서 토로하는 얘기를 녹음해 핵심인사에게 보고했다. 당시 5년 동안 도청한 테이프가 8000개가 넘었다니 말마디께나 하는 사람은 모두 들어있을 법하다. 이를 어떻게 활용했을까는 뻔한 일이다.

 

술자리에서는 온갖 화제가 안주감으로 오른다. 개인의 일상사부터 대통령에 대한 험담까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마음대로 말도 못하는 세상이다. 정권차원의 도청뿐 아니라 도처에 깔려있는 도청장치며 몰카, CC TV 등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숨 좀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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