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고해성사(告解聖事) 파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고해성사가, 재계에서는 두산구룹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서 터져나온 고해성사가 국민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여 의혹과 비난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특종 취재로 시작된 국정원(옛 안기부)의 불법 도·감청 건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불법 도·감청이 자행됐다”는 고해성사성발표가 있은 이후 사건의 본말의 전도되어 여름 정국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정원이 누구의 지시로 불법 도·감청을 했는가, 했다면 그 대상이 어디까지이며 도·감청된 내용은 무엇인가일텐데, 고해성사를 한다며 “김대중 정권 때도 도감청을 했다”고 발표를 하는 바람에 사건의 핵심이 변질돼 엉뚱한 정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노무현 대통령까지 직접나서 “아무런 음모도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을 했으나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오히려 의혹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이 야권을 향해 집요하게 연정을 제의하다 거절당한 끝에 벌어진 일이라 오해가 생길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재계에서는 형제의 난이 벌어지고 있는 두산그룹에서 연일 고발성 고해성사가 이어져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룹측은 과거를 털고 ‘클린 컴퍼니’로 거듭나려는 용기있는 결단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지만, 상대 허물을 들춰내는 고해성사라는 점에서 그 순수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같다.
고해성사는 본래 가톨릭에서 세례받은 신자가 사제(司祭)에게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일을 말한다. 판공성사 또는 고백성사라고도 한다. 고해성사를 할 때는 그동안 지은 죄를 생각해내는 성찰, 생각해낸 죄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아파하는 통회, 통회한 죄에 대해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는 정개, 성찰하고 통회하고 정개한 죄를 겸손하게 사제에게 고백하는 고명, 그리고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보속 등 다섯가지 요건을 갖춰야 참된 고해성사라 할 수 있다.
고해성사를 통해 면죄부를 얻으려 한다거나 남에게 책임을 뒤집어쒸우려 한다면 고해성사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고해성사는 죄를 사(赦)해주는 것 아니라 고해성사를 능멸한 죄 하나가 더 추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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